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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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1. 02:43
박햇님p23 그러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아닌가. 이렇게 널뛰는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속 불만과 슬픔을 글로 써내려가며 내 상처의 근원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리고 내 삶에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 남편에 대해서 더 알아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남편에 대해 쓰기 시작한 이유다.p61 나는 친정에서 그런 존재다. 나에게는 내 삶이 그저 그렇고 평범한데, 가족들은 내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유일하게 걸어본 사람, 샘이 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자기 길을 개척해서 성실히 걸어가서 대견한 아이, 그래서 더는 말리지 않고 무작정 응원하기로 한 우리집 딸내미.p70 항상 나만 양보하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문득 나의 흠을 말없이 보듬으며 가고 있는 상대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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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댈러웨이 부인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9. 23:42
버지니아 울프 (★) 영국 작가들, 특히 고전의 작품을 볼 때면 랩퍼들이 랩을 하는 느낌이다. 읽고 난 뒤에도 내가 무엇을 읽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다시 한번 찾아 보았다. 몇몇 분들이 내가 느낀 느낌을 받았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를 하고, 이러한 느낌은 울프 여사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문체에서 야기되었다는 것으로 일단락 한다. 해설이 있었지만, 사실 해설로도 이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주인공들의 의식의 흐름,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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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전업주부입니다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9. 23:34
라문숙 p15 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되는 일들이다. 큰맘 먹고 손을 놓으면 그 다음날에 정확히 두 배의 일거리로 되돌아온다. (중략)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지만 손을 놓으면 당장 표가 나는 기이한 일이다. p20 보송하게 마른 옷과 수건을 탁탁 털어서 반듯하게 접어 놓으면 흐트러진 일상이 조금은 단정해진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 p35 끝없는 정리의 압박감 뒤에 숨은 건 복잡하고 어수선한 집안이 아니라 꼬이고 뒤틀린 인생이라는 사실에 무방비로 내던져진다. 물건만 정리하면 내 삶도 시원스럽게 정리될 것 같다는 생각은 물론 착각일 것이다. 어수선한 집을 말끔하게 정리하려고 애쓰는 사이에 정작 어질러진 내 인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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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다정한 구원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9. 20:06
임경선 p15 승무원이 나눠준 종이 메뉴판에 쓰여진 문구가 퍽 인상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메뉴가 다 떨어졌다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인기 많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p51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윤서는 내 감정에 결코 휘둘리지 않는다. 내 기분을 살피며 아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렇게 담담하게 꼬집어준다. 아이들은 게다가 용감하기까지 하다. p151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나는 엄마를 닮았다, 라는 동질감의 확인. 어른에게 의지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린이. 어른보다 더 어른의 감정을 빨리 알아채는 어린이. 어른을 귀찮게 하거나 상처 주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어린이.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하는 어린이. 그게 잘 안되면 혼자 숨어서 무너지는 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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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손때 묻은 나의 부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9. 19:48
히라마쓰 요코 p11 오늘날은 꼭 쌀이 아니더라도 파스타와 빵처럼 주식으로 삼을 음식이 많지만, 아무리 그래도 쌀통 바닥이 보이면 마음 한 편이 적적해진다. 안그래도 바람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양철인데, 쌀이 줄면 더욱 처량해보여서 그걸 보는 나 또한 맥이 풀린다. 바로 이럴 때다. 쌀통 안에 든 쌀알 한톨한톨이 내 살림을 지탱해주는 구나, 깨닫는 때가. p30 '물건 욕심'은 아무리 눌러도 고개를 벌떡 쳐들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와 같다. 취향 뚜렷한 사람한테는 천성이나 마찬가지다. 갖고 싶어, 갖고 싶어. 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어. 한 번 이런 상념에 사로잡히면 돌이킬 수 없다. p73 한 손가락의 의도를 재빨리 젓가락 끝에 전달하는데에는 프로고 아마추어고 없는 거구나. p100 찌개를 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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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50
박찬일p37 안초비=멸치젓. 대강 이렇다. 별거 아니다. 요리 이름만 잘 지으면 된다. '어부가 오늘 새벽에 잡아온 싱싱한 멸치로 만든 수제 안초비 스파게티 2만 5천원'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남해 바다에서 잡아서 트럭으로 수송한 후 주방장이 요리사들 닥달해서 담근 안초비...'p71 '세꼬시'란 뼈 채로 썰어낸다는 뜻의 '세고시'에서 유래한 일본식 요리용어인데, 그게 일본어인 줄 아는 요리사도 별로 없을 정도다.p73 서덜=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뒤의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p83 아나고란 붕장어의 통용어, 아니 일본어가 되겠다.p112 전복도 여느 양식이나 축산처럼 수정과 부화가 아주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배우자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다. "가능하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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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화의 모양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36
강혜란, 권유진, 김누림, 김보람, 김영진, 박혜림, 이승준, 장지연, 홍지연, 황보라미 p62-64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을 때 필요한 세가지 조건이다. 첫번째는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으로 삼으려면 끝까지 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취미로 하는 것이 낫다. 두번째는 그걸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고,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도 그걸 가지고 돈을 벌어서 먹고 살 수 잇는 능력이 없으면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 역시 취미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속 공부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p82 한편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있음에도 지금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은 아마 확신이 100%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막상 일을 그만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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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이별의 푸가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14
김진영p22 그 때 잠드는 당신 곁에 친절한 내가 있었듯, 지금 외롭게 잠드는 내 곁에 다정한 당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p41 하지만 또 하나의 침묵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침묵이다. 그 사람이 닫아버린 침묵의 문 앞에서 나는 나의 침묵을 부둥켜 안고 나날이 서성인다.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문자가 날아들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침묵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의 침묵도 열리지 않는다.p49 때로 나는 나를 껴안는다. 꼭 껴안는다. 너를 껴안듯이.p55 공간은 미련을 갖지 않는다. 시간도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육체는 미련을 떠나지 못한다.p58 이별의 아픔은 그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만이 아니다. 그건 약속의 기적이 깨지는 아픔, 약속과 실현이 해리되는 아픔이다. p62 사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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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딸에 대하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01
김혜진 p10 탁자 아래서 딸애의 두발이 까닥거린다. 운동화의 뒤축이 비스듬하게 닳아 있었다. 올이 풀어진 청바지 밑단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얘는 정말 모르는 걸까. 곤궁한 처지, 게으른 성격, 무신경하고 둔한 품성 같은, 남들이 알 피룡가 없는 너무나 사적인 것들을 왜 이토록 쉽게 드러내 보이는 걸까. 왜 남들이 자신을 오해하도록 내버려두는 걸까. 고상함과 단정함. 말끔함과 청결함. 누구나 최고로 치는 그런 가치들을 왜 깡그리 무시하기만 하는 걸까. 나는 간신히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p36 딸애는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서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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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그녀 이름은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5:51
조남주 p20 같은 과장에게 성희롱 당하다 퇴사했다는 직원은 소진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때 자신이 조용히 덮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소진도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라고 자책했다. 물론 소진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세번재, 네번째, 다섯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p90 결혼이라는게 어떤 걸까. 할 만한 걸까. 나는 남편과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의외로 여러 장면들이 기억났다. 오랜 상의 끝에 선택한 식탁 위 액자. 같은 영화를 보고 나누었던 너무 다른 의견들, 밤 산책 중 사먹은 삼각김밥과 컵라면, 내 승진 축하 파티. 나는 동생에게 결혼하라고 말했다. "결혼해. 좋은 일이 더 많아. 그런데 결혼해도 누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