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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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독서의 즐거움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3. 10:49
수잔 와이즈 바우어* 민음사 / 이옥진 옮김개인적으로 두꺼운 책에 압도 되었고, 이제는 무엇을 읽으면 좋을 지에 대한 고민에서 고르게 된 책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독서 자체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독서 노트의 체계적 작성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나, 개인적으로 게으른 내 성격에는 아무리 따라 가려고 해도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생각보다 내가 읽지 않은 고전이 많다. 요즘 간간히 고전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왠지 읽다보면 어렵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거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등등 생각해보지만, 읽기 싫거나 재미 없다고 해서 외면하다보면 독서에도 편식이 생길 것이다.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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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7. 11:24
이기호* 문학동네 "그러니까 인터넷 그만하고 소설이나 쓰라고! 소설을 안쓰고 있으니까 그런 것만 보이지! 소설가가 소설 못 쓰면 그게 모욕이지, 뭐 다른 게 모욕이야!"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실처럼 길게 이어져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거기에 줄줄 달려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선이 하나 더 있었는지 모른다고. 그것은 각기 다른 실이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해볼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저마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만 보려는 것은 그 사람 자체를 보려 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자기 스스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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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달려라, 아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7. 11:08
김애란 p15. 바람이 불면 오랫동안 빨지 않은 녹색 커튼이 펄럭 거려다. 나는 커튼 안에 고개를 파묻으며 깊은 숨을 쉬웠다. 먼지 냄새가 주는 그 오래되고 아늑한 느낌이 좋아서였다. 먼지 냄새는 뭐랄까,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번은 살았던 것도 같은, 그러나 여전히 모르겠는 세상 말이다. p45. 그리고 무엇보다도 달리기는 강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를 떠난 사람이, 나를 떠난 곳에서 오래 달리고 있는 이유를, 그 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p95. 나는 입을 열지 않고 중얼거린다. 이것 모두 꿈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오기 위해 북태평양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바람처럼, 어쩐지 나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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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4. 10:56
SF 허스토리 앤솔로지 김하율, dcdc, 오정연, 윤여경, 이루카, 이산화, 이수현 "그리고 꿈을 꿀 필요가 없는 환경이란 말은, 시뮬레이션 가설을 생각해보면 -" "- 어떤 위협도 없는, 낙원 같은 곳이었다는 뜻이겠네요." (중략) 인류의 진화 과정 어딘가에 걱정 근심없는 작원이 단 한순간이라도 존재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니만큼 그 불가능한 전제로부터 도출된 결론 또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에 벋어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걸 본 순간 깨달았어요. 우주로 가는 방주에도 제 자리는 없다는 걸. 세상이 다시 물에 잠기면 저는 또 혼자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살아 남아야 하리라는 걸요. 왜냐하면 이번에도 저는 '표준'이 아니니까... 제가 지금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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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4. 10:47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미래. 그리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오늘 그대의 존재 이유가 되기를. 말하자면 그대는 벗의 내부에 있는 초인을 그대의 존재 이유로서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넘어서서 자신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대는 우선 그대 자신, 그대의 몸과 영혼을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 참으로 우리는 죽기에도 너무 지쳤다. 그리하여 우리는 깨어 있는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무덤 속에서! 그러나 나와 나의 운명은, 즉 우리는 오늘을 향해 말하지 않으며, 결코 오지 않을 날을 향해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말하기 위한 인내와 시간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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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서른 아홉에 폐경이라니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3. 08:23
카를라 로마고사 폐경은 나를 많이 울게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마치 생리 전 증후군을 겪고 있는 듯 했다. 폐경이 각 여성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각자 몸 속에 잠재해 있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절대적으로 피하길 권한다. 온 힘을 다해 멀리해야 한다. 사실 이건 거의 모든 일에 해당한다. 점성술을 잘 아는 내 친구 인마는 언제나 내게 이렇게 말한다. 가끔 멈춰서서 삶이 당신에게 주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삶이 강제로 당신을 멈춰 서게 할 때가 있다고. 그러니 가끔은 그대로 멈춰서 삶이 당신을 이끄는대로 내버려두라고. 그러니까 결국 내 마음이 내 호르몬 변화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분명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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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3. 08:16
정세랑* 창비할머니는 언제나 일을 하고 있었고 일을 할 수 있는 몸인 걸 자랑스러워했다. 뼈가 약한 다른 할머니들을 안쓰러워 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자신의 몸에 가지는 그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나는 할머니가 잘 때 종종 앓는 소리를 낸다는 걸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고통을 모른 척 했고, 가난을 모른 척 했다. 한 끗이 모자랐다. 다른 사람들의 평도 그랬고 나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도 기술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 한 끗은 대체 뭐였을까? 그리고 그 구멍에서 신경질이 솟구쳤다.그냥 신경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신경질을 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제대로 신경질을 내본 적이. (중략) 내가 먼저 구기고 숨기고 모른척 했던 신경질이었다. 화를 낸 적은 있었어도 신경질을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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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11:31
아키야마 미스코 푸린아 재미있게 지내고 있니? 친구랑 실컷 놀고 맛난 밥도 양껏 먹고 있니? 언젠가 꼭 널 만나러 무지개 다리로 갈게. 그 때까지 거기서 기다려 줄래? 아주 많이 사랑한다, 푸린아. (★) 엄마가 아프니, 먼저 하늘 나라로 간 우리 금이가 생각이 났다. 금이야, 혹시라도, 엄마가 우리 중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반갑게 맞이해줘. 그리고 그동안 치료 받느라 힘들었을 거니까, 네가 좀 많이 위로해주길 바래. 언니는 여기서 좀 더 있다 가게 될 거니까, 어쩌면 우리 금이가 그 때에는 없을 수도 있겠지?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가 무지해서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