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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8. 11:01

    마르쟌 사트라피 (Marjane Satrapi)

    p39
    .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한단다.
    . 왜요?
    . 이 나라에서는 계급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야 하니까.
    p41
    우리가 시위에 나간 날은 정말 나가서는 안되는 날이었다. 그 날이 바로 '검은 금요일'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그 학살의 주범이 이스라엘 군인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사실 우리를 공격한 것은 마로 우리 이란의 군인이었다.
    p107
    천국의 열쇠는 결국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더 나은 삶을 약속 받은 수 많은 젊은이들이 천국의 열쇠를 목에 건 채, 지뢰밭에서 폭사해 갔다.
    p199
    그들과 비슷해지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나의 문화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의 부모님과 나의 뿌리를 배신하고, 내 것이 아닌 놀이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부모님과 통화할 때마다, 나의 비굴함과 배신감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부모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행복했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편치 않았다.
    p212
    엄마는 떠났다.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나의 비참한 고독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사랑의 보따리를 주고 가셨다. 그 덕분에 나는 몇달을 견딜 수 있었다.
    p275
    일단 한계를 넘어서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웃어 넘기는 것이다.

    (★)
    이란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이다. 중동은 왠지 그냥 나와는 거리가 먼 나라.
    일전에 업무 차 두바이로 출장을 갔을 때 놀랐던 부분은 그나마 두바이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외국인에게 히잡을 강요하진 않았다는 것. 하지만 남성은 주로 하얀색 깐두라, 여성은 검정색 니캅을 입고 지나가는 것은 쉽게 목격이 가능했다. 같이 일했던 분들은 나와 같은 평상복을 입으셨지만, 처음 입국 심사를 할 때 봤던 풍경 때문인지 느꼈던, 사후세계를 온 것 같은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로컬 사람들 덕분에 내가 알게된 사실, 아바야/차도르가 나는 일종의 원피스 같은 개념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외투의 개념이었고, 안 쪽에 일상복을 입는 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일부 중동 국가의 담당자들은 비교적 자유로움이 느껴졌지만, 일부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맥주를 좋아하는 나였겠지만 (사실 그 때는 맥주를 심하게 좋아하진 않아서 다행이었지), 출장 기간 동안 술을 마신 기억은 없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내가 생각한 이란은 위의 경험들이 녹여진 나에게는 어려운 문화를 가진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슷한 글자체이지만, 엄연히 중동 국가들 안에서도 글자가 나눠진다.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는 같이 놓고 보면 다른 언어라고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따로 놓고 보면 나는 분간을 할 수 없다. 두 언어에 대해서는 무맹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검은 금요일(1978.9.8)'은 알지 못했을수도. 다만 중동의 많은 나라들이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많이 변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사우디나 이란의 여성들의 과거 사진은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복장과 자유로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오늘 날의 '검은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되버려,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할인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아픈 역사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잊고 싶지만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순간일지 모른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고,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느낌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왜 이런 희생을 만드는 것일까? 이런 희생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과연 일어나지 않을 것일까?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