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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6. 울지 않기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7. 20:55

    리디 살베르

    리브레리아큐 월간책 >> 요기

    p16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난 버럭 고암을(나: 고함이겠죠), 고함을 질렀어. 겸손해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잔뜩 숨죽인 어머니가 애원하더구나. 제발 조용히 좀 말해라. 얘야, 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단다. 부글부글 끓었어. 그 말은 내가 아주 바보처럼 착하고 아주 고분고분할 거라는 뜻이었어!

     

    p19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시에 베르나노스의 <달빛 아래의 대 공동묘지>를 읽는다. 이 고서는 어머니의 기억을 암울하게 보완한다. 나는 이 두이야기가 내 안에 불러일으키는 불안의 이유들을 해독하려 애쓴다. 이 불안이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나를 실어갈까 겁이 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불안들을 환기하자 어떤 미지의 수문을 통해 내 안에 모순된 감정들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꽤나 당혹스러운 감정들이다. 1936년에 경험한 절대 자유에 관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묘한 경이를 불러일으킨다면, 반대로 인간의 미망과 증오, 분노를 체험한 베르나노스가 묘사한 잔혹 행위의 이야기는 오래전 잠들었다고 믿은 그 야비한 사상의 명맥을 잇는 비열한 이들을 볼 때 느끼는 두려움을 되살려낸다.

     

    p31
    금세 꺼질 불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불은 오래도록 탔고, 그의 불안은 커져갔다.

     

    p37
    물론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았다.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두가 알았다. 그랬더라면 그런 일이 그대로 묻힐 수 없는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당연히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계속 구매자를 찾아 떠돌았고, 마을 사람 모두가 전혀 믿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흥미진진하고 되도록 추잡스러운 말을 제멋대로 덧붙이며 한껏 즐겼다. 

     

    p45
    더구나 1936년엔 마을의 거의 모든 아버지들이 불해했다. 아들들이 더이상 성스러운 에스파냐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들들은 돈 미구엘 신부가 그들에게 들이대는 금기의 무게를 견디고 싶어 하지 않았다. 

     

    p63
    이틀이 지나자 열광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냉정을 되찾았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미노 게임을 하면서 어제의 지각없는 흥분과 자신들을 사로 잡았던 어린아이 같은 기쁨을 돌아보았다. 요컨대,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p67
    한마디로, 사람들은 백가지 이유를 끌어냈다. 그럴싸한 것부터 터무니없는 이유까지, 오로지 자기 말을 번복할 목적으로.

     

    p136
    호세는 점점 더 엄습해오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전선에서 혁명과 전쟁을 이끌 순간이 오길 여전히 희망했다. 그러나 그 희망 어딘가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p139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도 그 죽음이 의식에 아무런 거리낌도, 아무런 저항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가책을 못 느낄 수도 있단 말인가?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뻐기기까지 해?
    "올바른 대의"를 내세우며 그런 잔학한 짓을 저지르려면 대체 어떤 미망에, 어떤 광기에 빠져야 하는 걸까?

     

    p149
    그는 자신이 인간의 변덕과 표변 능력을 얕보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헐뜯고 추하게 만들려는 인간의 욕구를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그는 자신의 순진함을 자책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희망했다. 희망보다 더 고집스럽고 더 완강한 것은 없다. 특히 근거 없는 희망일수록 아무리 뽑아내도 자라는 골치 아픈 잡초와도 같은 법이다.

     

    p156
    몬세는 오빠가 낙태 합법화에 기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여성해방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었다. 

     

    p164
    어머니: 꼭 밤과 낮 같았지.
    한쪽은 젋은이 같고 한쪽은 늙은이 같았어. 젊음과 늙음이 생물학적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말이다. 한사람은 혈기왕성하고 덜렁대고 빨랐고, 신경이 예민하고 민감하고 의협심에 가득 차 있었어. 다른 한쪽은 침착했고, 아니 그보다는 사건과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 의지에 따라 움직여서 모든 행동을 조절하고, 재고, 헤아리고, 모든 결정을 평가하고 계산했지. 

     

    (★)
    지식인의 눈과 일반인의 시각, 남성과 여성의 시각 (굳이 남성 여성을 말하는 건 시대적 특징 때문에)에 비친 서로 다른 시대적인 사건과 기억들. 그건 아마 서로가 추구하던 삶의 이상도, 목표도 그리고 '기대치'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사실, 복잡한, 혼돈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입장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이익이든 신념이든, 무엇을 위해서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 부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생가해본다. 옳다는 믿음도 중요하지만, '내가 정말로 옳았는가?'라는 의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우리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세대 간 갈등을 종종 목격한다. 또한 성별의 경험에 따른 갈등도 경험한다. 하지만 비단 이 두가지 경우만 있을까? 작은 조직에서도 각자가 가진 경험의 다름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충돌이 있다. 흔히들 어른이라면 대화로 풀 수 있다고 믿지만, 평행선을 걷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얼마나 가능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배우는 자세로 경청한다면 나와는 다르지만, 이해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