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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열세살 여공의 삶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11. 14:55
신순애p89.내 미싱사가 7번이었으므로 나는 당연히 7번 시다가 되었다. 평화시장에서는 사람을 번호로 불렀다. 그것은 옷이 잘못되거나 불량이 나올 때 그것을 수선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p108.나뿐 아니라 당시에 여성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가정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순종적으로 일했다. 그런데 당시에 박정희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자주 '근면'을 강조했다. (중략) 더욱이 20-30년을 미싱을 하다가 이제 노환으로 시력이 나빠져 건물 청소를 하러 다니고 있으며 일밖에 모르는 50-60대 여성들이 아직 내 집 하나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들이 과연 근면하지 않아서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일까?p130.그렇게 과로에 시달린 탓에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실제보다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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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위민 투 드라이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11. 14:42
마날알 샤리프p14.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법령을 '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독실한 사우디 무슬림들은 오직 알라만이 '법'을 내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는 영어로 옮기자면 '시스템(system)' 될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 시스템에 따르면 경범죄의 경우 일몰에서 일출 사이의 밤에는 누구도 체포할 수 없다. 또한 정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도 법원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없다.p17.사우디 사회에서는 여성은 공적인 업무를 보려면 공식적인 후견인(대게는 아버지나 남편)이나 마흐람(Mahram, 보호자, 해당 여성이 결혼할 수 없는 가까운 남성 가족·친척 구성원으로 아버지, 오빠, 남동생, 삼촌, 심지어 이들이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이 동행해야 한다.산모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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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고독사 워크숍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10. 10:00
박지영p11.고독사하는 데도 돈이 든다. 당연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돈이다. 그놈의 돈. 일단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이다. 최소한 3일, 길게는 2주 정도 고독하게 죽어갈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중략) 죽으면서까지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다. 홀가분하고 가뿐하게, 그러자면 월세방이라도 최소한 보증금 300만 원 남짓은 남기고 죽어야 한다. 그것이 대규가 생각하는 고독사의 윤리였다.p81.김자옥 씨는 자신이 이 세상에 잘못 배달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궁금해하지도 않는 질문 말이다. 그러나 잘못 배달된 질문이라도 문을 여는 건 옳은 질문과 옳은 답이겠지만 벽을 부수는 건 틀린 질문과 틀린 답일지도 몰랐다.p105.한번 깃든 무서움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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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시간의 목소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7. 10:00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시간이 말한다p13. 우리는 시간으로 빚어졌다.우리는 시간의 발이며 시간의 입니다. 밤p52.나중에 그녀는, 밤은 누가 자신의 비밀을 훔쳐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선생님p67.그녀는 선생님을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맥주p102.심연의 가장자리에서 향기로운 거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리고 맥주의 바다에서 행복하게 술에 취해 익사한다. 은행나무p111.학살에서 살아남은 그 나무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우리 인간이 보고 느끼도록. 녹색대화p118.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숨을 쉬고 걷고 빛을 찾는다.(중략)지금은 사막과 사막 사이에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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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빛의 호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7. 10:00
조해진 빛의 호위p25.폐허가 되어가는 동네의 외진 방에서 권은이 감당해야 하는 허기와 추위를 나는 해결해 줄 수 없었다.안방 장롱에서 우연히 후지사의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걸 품에 안고 무작정 권은의 방으로 달려갔던 건, 내 눈에는 그 수입 카메라가 중고품으로 팔 수 있는 돈뭉치로 보였기 때문이었다.p32.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 아니면 빈 명 속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얄팍하게 접혀있던 빛 무더기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일제히 퍼져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짧은 순간에 대해서라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세계를 잠시 다녀오는 것 같은 그 황홀함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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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고아열차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6. 10:00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p12.천국이 그런 데가 아닐까. 우리가 가장 훌륭한 모습으로 머무르는 타인의 기억 속 한 공간.p21.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쇠사슬 자물쇠가 달린 커다라 상자라고 생각하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래서 상자를 열고 감당하기 힘든 갈팡질팡하는 감정들, 억눌러지지 않는 슬픔이나 후회 등을 쑤셔넣은 뒤 꽉 닫아버린다.p47.하지만 샤츠만 씨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젓고, 그떄 나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신세인지 깨닫는다. 대서양 이쪽 땅에서는 내게 관심을 가질 만한 어른이, 내 손을 잡고 배에 태워주거나 내 배삯을 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이 사회의 짐이고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p56.우리 부모님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일랜드를 떠났고, 우리 모두 풍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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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엄마에 대하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5. 09:00
결혼식 멤버, 한정현p47.글쎄,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국가와 가족은 참 비슷합니다. 한명의 권력자와 그에 순응해야만 하는 피지배자. 그리고 그 구조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사람들이 겪는 따가운 시선과 불이익들과 같으 것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국적과 결혼도 엇비슷하지요. 국적은 나를 증명하는 가장 명백한 방법이고 누구가에겐 결혼도 사람을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대만인이자 일본인이며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나의 간극을, 당신을 두고 떠나가 나의 어떤 마음을 절대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이 말이 나를 이해해달란 말은 절대 아닙니다.p51.남들에게 좋은 사람 말고 내가 좋은 사람과 살고 싶다. 그렇게 그냥 나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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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J.M.베리 여성수영클럽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5. 08:36
바바라 J. 지트워p33.스탠웨이 저택이 일종의 네버랜드라는 정신 말입니다. 동떨어진 곳, 이 세상 같지 않은 곳, 어린 시절과 함께 사라져버린 감정, 추억, 행복이 다시 살아나는 마법의 장소.p186.조이는 J.M.베리가 홀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 한 번의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베리의 세상은 풍요로웠고 사람과 호의, 우정을 가득차 있었다. 베리는 자신의 인생을 진정 살맛나게 설계했다. 옮긴이의 말p405.책은, 특히 픽션은 쉴 곳이다. 지식의 습득을 위한 도구, '마음의 양식'으로만 책을 보는 분위기 때문에 자칫 깜빡하기 쉬운 사실이다. 독서가 쉼이고 오락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책을 만나면 나는 한없이 고마워하며 그 안락한 품을 즐긴다. (★)사실 이 책은 로맨틱 드라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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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위층집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6. 4. 19:28
1. 위층집, 박성신p64.그때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효비는 고개를 젖히고 울음을 터뜨렸다.어떻게 하나.편안해야 할 집, 효비에게 유일한 도피처였던 집이, 지옥이 되버렸다. 2. 카오스아파트의 층간소음 전쟁, 윤자영p174."살인자의 아들보다는 장애인의 아들이 나을 텐데요." 3. 소리사이, 양수련p204.층간소음이란 불청객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다. 신혼집은 더 이상 달달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가득했다. 위층 사람들은 모두 로봇발을 가진 듯 했다. 걸을 때마다 쿵쿵쾅쾅 거렸다. 낮에는 뭐하다가 한밤에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는지 알 수도 없었다. 4. 506호의 요상한 신음, 김재희p307."우리나라 청춘들이 힘들다지만, 다 너 같지는 않아. 그리고 무슨 작가가 정말 집에 책이 한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