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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희랍어 시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6. 18:43
한강 p15.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 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p40. 동기가 어떻든, 희랍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의 속력이 대체로 느리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마 나도 그들 중 한사람일 테지요.) 오래전에 죽은 말, 구어로 소통할 수 없는 말이라서일까요. 침묵과 수줍은 망설임, 덤덤하게 반응하는 웃음으로 강의실의 공기는 서서히 덥혀지고, 서서히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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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이완의 자세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6. 18:31
김유담 p43. 이제와서 엄마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엄마는 지금의 내 또래에 불과했고,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따금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 때수건으로 세게 민 것처럼 마음이 따끔따끔해지곤 한다. p49. 양말을 제때 꿰매주지 않아 때때로 내가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것도 모르는 엄마의 무신경함에 신경질을 내고 싶다가도, 졸린 눈을 부비면서 내 무용복 한복 저고리 동정만은 매번 손바느질로 새로 달아주던 엄마를 보면 맥이 풀렸다. p84. 나는 그때서야 여탕이 온갖 사람들이 구별없이 드나드는 옷처럼 개방되어 있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멀쩡한, 너무도 멀쩡한 몸을 가진 사람들만 자신있게 벌거벗은 채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이란 게 눈에 보였다. 목욕탕에서는 체력 소모가 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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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채식주의자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1:45
한강 채식주의자 p40. 그 때마다 나를 사로 잡는 것은 기이하고도 불길한 예감이었다. 예감이라는 것을 갖고 살아본 적 없는 둔감한 성격의 나였지만, 그 안방의 어둠과 정적은 오싹했다. 몽고반점 p74. 그는 오랫동안 해답을 찾아왔다. 그렇게 이 이미지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인가를. 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안되었다. 이것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어떤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무 불꽃 p191.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p200.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 어떤 작가들의 작품은 고통스러움을 느끼면서 읽게 된다. 한강의 이 책도 그러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작가도 한 분 계시는데, 이상하게 이 두분의 작품은 고통스럽고 불편함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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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토요일의 특별활동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1:14
정지향 토요일의 특별활동 p13. 후각은 쉽게 둔해진다. 냄새가 사라진 자리는 공허하다. 한나 p25. 그러나 잘 만들어진 진아의 글은 읽기에 따라 건조하고 단단해서 파고들 틈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p26. 반면에 한나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가지 이야기만을 반복해서 썼다. 베이비 그루피 p96. 어쩌면 아이들은 서운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시절의 우리는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리틀 선샤인 p109.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실망할 일은 없고 드물게 만족할 일이 있다. 알레르기 p148. 댄은 젊고, 언젠가 수주의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추진력이 있고, 사는데 그렇게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은 남들보다 더 많은 곳에 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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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언제 들어도 좋은 말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1:02
이석원 p15. 나갈려고만 하면 집에서의 시간이 소중해진다. 나갈려고만 하면. p40. 친밀감 좋아하는 것보단 싫어하는 게 비슷할 때 더욱 강하게 드는 것. p84.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세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 p92. 너는 너라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런 말을 하지. 나는 나라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해. 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인데 왜 네 기준을 함부로 남에게 적용하는 거니. p149.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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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소망 없는 불행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0:53
페터 한트케 p11. 경악의 순간들은 언제나 아주 잠깐이었고, 그 잠깐이란 시간은 경악의 순간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현실의 감정들이 치미는 순간이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모른체해 버릴 순간들이다. p39. 이렇게 한 인물을 추상화하고 형식화하는 데 위험한 점은 물론 그 추상화 및 형식화 작업이 독립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작 이야기되고 있는 그 인물이 잊혀지고 꿈속의 이미지들처럼 구절들과 문장들이 연쇄 작용을 일으켜 한 개인의 삶이 동기 이상의 어떤 것도 되지 못하는 문학적 의식이 된다. p55.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을 수 있는 것이 되고 단점은 다시금 다름 아닌 모든 장점의 필수불가결한 특질이 되는 것이다. p82.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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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친애하고, 친애하는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0:37
백수린 p23.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스스로 되뇌긴 했지만 그 무렵 나는 내 자신이 실패자이자, 낯선 곳을 표류하는 낙오자가 되었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해진 일상이 있는 사람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을 반복해 만날 때마다 누구나 속해 있는 현재라는 국가의 불법 체류자가 된 것 같은 과장된 감정에 사로 잡혔다. p26.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이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무리가 타인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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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휴먼카인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0:20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뤼트허르 브레흐만 정재승의 추천사 책이 더없이 유익한 것은 '읽고 난 후에 세상이 달라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인류 보편의 속성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은 런던 대공습 기간 동안 영국인이 보여준 회복력은 영국인의 특이한 속성 덕분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것은 영국인의 특성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속성이다. Chapter 1. 새로운 현실주의 :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재난은 사람들 내면에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낸다.분명히 밝혀두지만 이 책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설교집이 아니다. 우리가 천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이다. 좋은 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을 보여줄 것인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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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도가니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1. 21:15
공지영 p27. 모욕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p35. 그는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곳이 죽기에 참 좋은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p38. 아이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다. 그저 장애가 있군, 하고 짐작하던 것과는 달랐다. 그들은 세상을 살아갈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된 채 세상에 던져졌고 게다가 대개 가정적 불우마저 겹쳐 있었다. p257.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소설보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 영화가 더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영화가 나오기 전에 사서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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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한국이 싫어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1. 21:05
장강명 p19.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p170.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 예전에 같이 일했던 친구는 한국이 싫다며 자신은 결혼해서 해외에 나갈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내가 받은 느낌은 한국에 남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라는 건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글쎄, 불쌍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나라라고 늘 모두가 100퍼센트 만족하며 살아가는 나라가 있을까? 복지국가인 북유럽 국가에도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