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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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회사가기 싫으면 뭐하고 싶은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09:30
생강 돈을 받고 하는 일은 대부분이 원치 않은 것들이지만 대가가 있기에 근근이 버틸 수는 있다. 하고 싶은 일도 좋아하는 일도 없다는 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남은 2개월 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진지하게 찾아보기로 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느끼고 알아챈 모든 것을 써내려가면 그런대로 알록달록한 하루가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마음은 마치 파도 앞의 모래성과 같아서 살면서 겪는 작은 좌절에도 쉽게 휩쓸리고 무너져버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무얼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그러나 역시 나는 답이 없다. 짧지도 오래되지도 않게 일했고,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없다. 단지 머리 쓰는 것이 어려운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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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03:00
미야베 미유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누구의 말이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 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 작품을 읽으면 일본이 배경이어도 한국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인 것 같아서 공감이 된다. 이번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읽으면서 너무도 화가 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상황들이라서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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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퇴근길에 카프카를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26. 15:07
의외의 사실 책 속 시간은 현실로 들어오고 읽은 책의 내용 속에는 책을 읽은 순간이 각인되어 있다. 공기와 촉감과 냄새와 그 때의 내가. 막심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A diary of Virginia Woolf)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은 순간들이 많은 날들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영화 표도르 도스도옙스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자신이 하는 일련의 행동과 결정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선의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이탈로 칼 비노 책 한권이 담고 있는 의미와 맥락은 얼마나 많은가 읽고 또 읽어 얻을 수 있는 감정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 이쁜 그림에 고전 소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녹여져 있는 책. 저자의 독서 일기를 보면서 나도 (그림만 잘 그린다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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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옥상에서 만나요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26. 14:52
정세랑 여자는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바퀴벌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일부러 야근을 했고, 일찍 퇴근한 날은 까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중략) 큰 돈을 들인 집에 들어가기 싫다니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났다. 바퀴벌레를 나몰라라 하는 남자에게도 화가 났다. 그런 상태에서 자잘한 결혼 준비를 혼자서 맡아 하다가, 결혼식 이틀 전에 터지고 말았다. "지난 한달 같은 날들이 이어지느니 여기서 멈추는 게 낫겠어" 남자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고 썩은 싱크대를 맨손으로 뜯어내며 사과했다. 여자는 잠을 깊게 자지 못해 상한 얼굴로 드레스를 입었다. (★) 여러 에피소드 중 위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던 것은 나와 동일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남편의 대처 방식이 그 즈음에 매우 비슷했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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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여행의 이유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26. 14:29
김영하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처음 들어섰을 때도 그렇고, 다음날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그렇다.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오래전에 읽은 소설을 다시 펼쳐보면 놀란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거의 없다. 소설 속의 어떤 사건은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반면 어떤 사건은 금시초문처럼 느껴진다. 모든 기억은 과거를 편집한다. 뇌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어서 찾을 수 없게 될 뿐. (★) TV를 통해서 유명인사가 된 저자의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이라는 호기심에 책을 들추게 되었다. 우습지만, 저자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나에게는 위의 두 문장의 내용이 명확하게 기억나는 부분이다. 여행을 가면서 다양한 숙소를 경험한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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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26. 14:22
전선영 내 민낯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변화와 개선의 여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 순간에 찾아오는 불안함과 두려움. 하지만 포기가 아니라 인정을 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는 사실도 점차 알게 되었다. (★) 지인이 유투브 방송 이야기를 했었는데, 거기 나오는 부분 중 아내이신 분이 쓴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어쩌다보니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일단 그녀가 박사를 마친 것은 정말 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수료생인 나는 생각을 한다. 어느날부터 논문, 그것도 사회과학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강했다. 고작 몇백개의 샘플로 대단한 발견을 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 시대니 빅데이터로 하면 되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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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26. 14:13
오마르 내가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고 돌아온 날이 있었다. 나는 그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남들에게 자신의 행동과 말이 얼마나 안 좋은 기분을 선사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 나는 그런 사람이 너무 싫다는 내용의 글을 적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몇분 뒤 그가 '좋아요'를 누르고 너무 공감한다며 댓글을 달았따.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안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이해가 되었다. 아, 그래. 이 사람이니 가능한 일이겠지. 그는 내가 싫어할만한 자격이 너무 충분한 사람이었다. 너의 비난이 얼마나 멍청한지 안다고 해서 그것을 들어도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인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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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당신과 나 사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9. 12:04
김혜남 달라이 라마는 에서 친밀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서양에서 매우 가치 있게 여기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친밀감이 존재하는 관계입니다. 다시 말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느낌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을 갖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 친밀한 관계는 단지 다른 사람들을 알고 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의 깊은 문제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친밀한 관계를 갈망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랑 사는 게 힘들었을 텐데 왜 나는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남편도 분명 애쓰고 있었는데 왜 나는 내가 힘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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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9. 11:57
선명 아무도 아프지 않은 삶을 꿈꾸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삶을 쫒느라 그토록 힘겨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머니가 출가한 뒤 망설임 없이 그 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하늘과 땅이 돕는 그대 모든 것이 다 괜찮습니다.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인연이 많다 해도 부모만이 지닐 수 있는 마음이 있습니다. 부모만이 헤아리는 자식에 대한 앎이 있고, 부모의 눈에만 보이는 자식의 모습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그 것에 익숙해져 그 크기와 정도가 매 순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정작 내가 몹시 힘들고 외로울 때 제일 먼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게 되는 걸 보면, 내가 지난 마음 중 가능 큰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버리지 마세요. 죽고 싶을 때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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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9. 11:47
이슬아 엄마랑 나는 눈물샘의 어딘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가 울 때마다 나도 울었다. 지금보다 더 나이든 엄마를 생각하면 꼭 슬퍼졌다. 나는 아무리 자라도 엄마 없이는 못살 것 같았다. (★) 나의 엄마와 달리 명랑해 보이는 그녀이 엄마는,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좋은 친구 느낌이었다. 엄마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 중 하나는 자신이 너무 엄격하게 우리를 키워서, 친구 같이 보이는 모녀 사이가 요즘 들어 많이 부럽다고 하신 것이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혼날까봐 못했던 것들이 많아서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자식이 손해보고 다치거나 맘 상할까봐 노심초사 하는 마음이었단 걸 이제는 알아서 마음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