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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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불안의 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7. 6. 08:56
페르난두 페소아* 봄날의 책 / 배수아 옮김몇몇 작가들이 언급한 책이어서 호기심에 집어 들었으나, 두께에 다시 한번 놀랐다. 책의 이름이 내용과 이렇게 찰떡같이 잘 맞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 한편으로 요즘의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나도 비슷한 글들을 남기고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나의 상황은 왜 이리 좋지 않을까? 분명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을 사람들도 있을테니 하는 마음의 위안은 삼고 싶지 않다. 그런 식의 비교라면, 나보다 더 좋은 상황의 사람들도 많을테니,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여 나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거나 더 나아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나의 생활도 헛되이 흘려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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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단순한 진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5. 17. 20:44
조해진 p8. 탯줄은 있었을까. 가끔 그런 의문이 들 때면 반사적으로 두 손을 배에 얹고 가만히 배꼽 근처를 더듬어 보곤 한다. 그러나 내 배꼽은 생모의 흔적일 뿐, 그녀의 손 끝 하나 재현할 수 없다. 무력한 증거, 고유성 없는 기호, 닫힌 통로... p17. 이름은 집이니까요. p32. 40년만에 드디어 엄마를 찾았는데 보러가지 않았어요. 내가 찾던 사람은 생물학적인 엄마가 아니라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감정적인 차원의 엄마였나봐요. 아니, 어쩌면 나는 그 이상의 엄마를 만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아이를 버린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엄마 말이에요. p115. 몽펠리에로 오라는 리사의 말투는 무심했지만, 내게는 한량없는 안도감을 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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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아날로그 살림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5. 17. 20:11
이세미 살림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는 주부들 사이에선 인사 같은 단골 고민이고 누군가가 나를 '밥하고,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너무 서럽고 화가 날 것 같다. 살림은 왜 우리에게 이런 이미지가 되었을까? '살림'은 살리다라는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해도 티도 안나는, 게다가 월급도 없는 그런 일이지만 살은 나와 가족을 보살피고, 살리는 중차대한 일임이 틀림없다. 살림이 지긋지긋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나의 시간과 돈과 감정이 끊임없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림이 재미없게 느껴지니 나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살림살이들로 채워 나가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그렇듯 살림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마음이다. 살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 살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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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안녕 주정뱅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4. 30. 08:35
권여선 p39.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p97. 사실 나는 가족들과 관계를 끊는 것보다 온라인 관계를 끊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그건 주어진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였고, 오로지 내가 쓴 글, 내가 만든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우주였으니까. p180. 선미는 거실에 가족사진을 걸어두는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남편과 쌍둥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삶이 두 칸의 차량처럼 그들이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과 그들이 자기 삶에 끼어든 이후의 시간, 이렇게 둘로만 명확히 분리된다는 생각에 한없이 억울하고 슬플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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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거야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3. 24. 13:54
유은정 p20 개인적으로 프레너미는 친구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의 부재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프레너미는 대부분 감정 착취자이자 감정 포식자다. p57 나는 나의 시작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어른답게 싸우고 어른답게 화해하고 어른답게 다시 일어서라. p84 그럼에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신 깜빡이는 눈꺼풀을 느끼고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에 신경을 집중해보라. 아무런 의자가 없는 당시을 위해 24시간 펌프질을 해대는 심장의 노고를 생각해보라. 세상을 보는 눈동자, 냄새를 맡는 코, 맛을 보는 혀, 손가락과 발가락, 목과 무릎 등 내 몸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껴보라. 그리고 기상하는 시간, 밥먹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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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1. 13. 14:04
다비드 칼리 외 19인 지음 알료샤 블라우 그림 *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 Libreria Q 월간 책 >> Libreria Q 바로 가기 각 소설별 간단 정리 , 다비드 칼리 >> 숲속에 책을 품은 우편함 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책들도 세상으로 나가 여행을 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지는 낱알들처럼. , 숀탠 >> 앵무새와 돼지 , 마르틴 발트 샤이트 >> 언어가 되는 동물들의 울음 소리 , 톤 텔레헨 >> 관계의 두려움을 가진 군상의 동물적 특성으로 표현 , 뱅상 퀴벨리에 >> 글을 쓰는 마법이 일어나는 교실 (개인생각 : 좋은 선생님 같았다....) , 타미 솀-토브 >> 아이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공동 이기심 (노숙자 식사 제공 시설) , 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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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시절일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1. 13. 13:34
김연수* 레제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리워지는 김연수님의 산문이다. (이상하게 에세이라는 말보다 산문이라는 말이 나는 더 정감이 든다.) 읽으면서 내가 겪지 않았던 시절, 그리고 내가 겪었지만 무심했던 시절에 대한 되돌아보기를 하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2014)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가지는 작가의 죄책감이 느껴지면서 나 역시 현재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무고한 생명의 희생의 문제를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치열해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겠지만, 너무 무심하고 또 무심하다.(★) 개인 생각 및 의견 프롤로그. 내가 쓴 글, 저절로 쓰여진 글p7.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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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안간힘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6. 17:55
유병록* 미디어창비가족의 상실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를 많이 읽었으나, 아직은 내가 부모가 아닌 관계로 저자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했을 것인지 의문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글을 읽을 때, 느꼈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회사 동료는 내가 이 책을 이야기 했을 때, 자신의 아들이 떠나가는 상상은 하기도 싫단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태어난 순서가 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는 말을 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먼 이야기처럼 느끼던 시절이 그립다. 가까운 가족, 친구가 갑작스레 투병을 하다가 더 이상 현대 의학으로 해볼 것이 없다는 말 한마디가 사형선고인냥 버티던 촛불이 확 꺼지는 것처럼 내 곁을 떠나는 일들이 아이를 앞세운 부모의 마음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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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To kill a mockingbird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6. 17:43
Harper Lee "No, the answer is she knows I know she tries. That's what makes the difference. What bothers me is that she and Jem will have to absorb some ugly things pretty soon. I'm not worried about Jem keeping his head, but Scout's just as soon jump on someone as look at him if her prides's at stake..." I wanted you to see what real courage is, instead of getting the idea that courage is a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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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3. 11:05
율리아네 리프케 p19. 오늘 나는 쉰 여섯 살이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기 좋은 나이다. 치유되지 않은 해묵은 상처에 맞서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생생하기만 한 기억을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시기다. p63. 나는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또는 추락 사고 때의 해묵은 두려움이 나를 집어 삼키려 할 때마다 아빠의 길고 험난한 대장정을 떠올린다. p108. 비행기의 이름은 마테오 푸마카와(Mateo Pumacahua)였다. 페루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결국 스페인 사람의 손에 사지가 찢겨 죽은 영웅의 이름이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와 우스갯 소리를 주고 받던 미국인 소년 한명이 이런 말을 했다. "부디 이 비행기는 사지가 찢기지 말아야 할텐데." p121. 한번도 체험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다우림은 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