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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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서른 아홉에 폐경이라니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3. 08:23
카를라 로마고사 폐경은 나를 많이 울게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마치 생리 전 증후군을 겪고 있는 듯 했다. 폐경이 각 여성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각자 몸 속에 잠재해 있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절대적으로 피하길 권한다. 온 힘을 다해 멀리해야 한다. 사실 이건 거의 모든 일에 해당한다. 점성술을 잘 아는 내 친구 인마는 언제나 내게 이렇게 말한다. 가끔 멈춰서서 삶이 당신에게 주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삶이 강제로 당신을 멈춰 서게 할 때가 있다고. 그러니 가끔은 그대로 멈춰서 삶이 당신을 이끄는대로 내버려두라고. 그러니까 결국 내 마음이 내 호르몬 변화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분명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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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3. 08:16
정세랑* 창비할머니는 언제나 일을 하고 있었고 일을 할 수 있는 몸인 걸 자랑스러워했다. 뼈가 약한 다른 할머니들을 안쓰러워 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자신의 몸에 가지는 그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나는 할머니가 잘 때 종종 앓는 소리를 낸다는 걸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고통을 모른 척 했고, 가난을 모른 척 했다. 한 끗이 모자랐다. 다른 사람들의 평도 그랬고 나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도 기술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 한 끗은 대체 뭐였을까? 그리고 그 구멍에서 신경질이 솟구쳤다.그냥 신경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신경질을 내본 적이 없었던 거다. 제대로 신경질을 내본 적이. (중략) 내가 먼저 구기고 숨기고 모른척 했던 신경질이었다. 화를 낸 적은 있었어도 신경질을 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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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11:31
아키야마 미스코 푸린아 재미있게 지내고 있니? 친구랑 실컷 놀고 맛난 밥도 양껏 먹고 있니? 언젠가 꼭 널 만나러 무지개 다리로 갈게. 그 때까지 거기서 기다려 줄래? 아주 많이 사랑한다, 푸린아. (★) 엄마가 아프니, 먼저 하늘 나라로 간 우리 금이가 생각이 났다. 금이야, 혹시라도, 엄마가 우리 중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반갑게 맞이해줘. 그리고 그동안 치료 받느라 힘들었을 거니까, 네가 좀 많이 위로해주길 바래. 언니는 여기서 좀 더 있다 가게 될 거니까, 어쩌면 우리 금이가 그 때에는 없을 수도 있겠지?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가 무지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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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10:05
이석원 그리고 다음날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에도 그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말에 며칠 째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네요. 뭔가 해주고 싶은데 친구는 혼자 어려움 속에 놔두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많이 서투른 거 같아요. 여전히 대화란 내 말이 맞음을 일방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어느 때는 일치의 쾌감을 얻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다름의 묘미를 깨닫기도 하는, 말로 가능한 최고의 성찬이다. 서로를 신뢰하기에 의견이 달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오히려 말의 부딪침 속에서 대화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바로 통하는 사이가 아닐까? 대화가, 소통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 단점 : 머리가 나쁘다 장점 : 머리가 나쁜 것을 안다 (★)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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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09:56
J.K. Rowling Harry : You wish me dead? Albus : No! I just wish you weren't my dad. Ginny : He wants to see the real you. Harry : 'The truth is a beautiful and terrible thing, and should therefore be treated wth great caution' (Ginny looks at him, surprised) Ginny : A strange thing to say to a child. Dumbledore : We cannot protect the young from harm. Pain must and will come. (중략) You're suppo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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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회사가기 싫으면 뭐하고 싶은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09:30
생강 돈을 받고 하는 일은 대부분이 원치 않은 것들이지만 대가가 있기에 근근이 버틸 수는 있다. 하고 싶은 일도 좋아하는 일도 없다는 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남은 2개월 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진지하게 찾아보기로 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느끼고 알아챈 모든 것을 써내려가면 그런대로 알록달록한 하루가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마음은 마치 파도 앞의 모래성과 같아서 살면서 겪는 작은 좌절에도 쉽게 휩쓸리고 무너져버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무얼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그러나 역시 나는 답이 없다. 짧지도 오래되지도 않게 일했고,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없다. 단지 머리 쓰는 것이 어려운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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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2. 03:00
미야베 미유키 "저는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누구의 말이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 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 작품을 읽으면 일본이 배경이어도 한국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인 것 같아서 공감이 된다. 이번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읽으면서 너무도 화가 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상황들이라서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