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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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휘파람 부는 사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3. 13. 20:13
메리 올리버 (미국 시인) p24. 그건 개인적인 늙어감에 대한 이야기다. 단 하나뿐인 정점을 향해 올라가고 거기 도달하면 반대의 길로 접어드는 것. 그 길 역시 즐겁지만 이전의 길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건 내리막길이다. 아무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고, 무슨 말로도 그경로를 바꿀 수 없다. p39. 나는 유형의 재산을 물려받은 건 아니지만, 원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과 사상이라는 무형의 재산을 물려 받았다. p47. 독자가 자신을 참여자로 느끼지 못하는 시는 건물 속 갑갑한 방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듣는 강의다. (중략) 내 시들은 강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p52. 모든 묘사는 은유야. p75. 하지만 최고의 문학은 문학이기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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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3. 13. 19:17
정미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p11. 짐으로 꽉 찬 방에 있으면 달팽이 껍질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인가부터 자신이 껍질을 짊어진 것인지, 껍질에 붙어 기생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마저도 다달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언제 벗겨질지 모를 일. 그래서인지 월세날이 다가오면 악몽을 꿨다. 월세를 내지 못해 껍질이 벗겨진 채 내 쫓겨, 양 더듬이로 맨 몸뚱이를 가리려 애쓰는 꿈이었다. p13. 대체 '환희'에 찬 기분이 어떤 걸까. 숨이차도록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했다. p14. 사회적으로 설정된 허들을 넘기에 그녀가 가진 숫자는 턱없이 모자랐고, 수치가 아닌 감성만으로 버티기에는, 감성을 자극할만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베트남 달랏 p56. 아이들이 뿜어내는 충만한 에너지는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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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불안의 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7. 6. 08:56
페르난두 페소아 p32.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는다. p43, 삶이란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양말을 뜨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생각은 자유다. p54. 언제나 내 삶은 현실의 조건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나를 얽매는 제약을 좀 해결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같은 종류의 새로운 제약이 나를 꽁꽁 결박해버리는 상태다. p111. "과자를 먹어치우면서 동시에 그것이 남기를 바랄 수는 없다" p126. 나에게 행복한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한다. 아니라고. p144. 누군가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그는 나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가 나의 주관성에 그만큼 덜 의존하기 때문이다. p158. 누군가 내 삶으로 나를 때리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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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단순한 진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5. 17. 20:44
조해진 p8. 탯줄은 있었을까. 가끔 그런 의문이 들 때면 반사적으로 두 손을 배에 얹고 가만히 배꼽 근처를 더듬어 보곤 한다. 그러나 내 배꼽은 생모의 흔적일 뿐, 그녀의 손 끝 하나 재현할 수 없다. 무력한 증거, 고유성 없는 기호, 닫힌 통로... p17. 이름은 집이니까요. p32. 40년만에 드디어 엄마를 찾았는데 보러가지 않았어요. 내가 찾던 사람은 생물학적인 엄마가 아니라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감정적인 차원의 엄마였나봐요. 아니, 어쩌면 나는 그 이상의 엄마를 만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아이를 버린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엄마 말이에요. p115. 몽펠리에로 오라는 리사의 말투는 무심했지만, 내게는 한량없는 안도감을 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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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아날로그 살림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5. 17. 20:11
이세미 살림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는 주부들 사이에선 인사 같은 단골 고민이고 누군가가 나를 '밥하고,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너무 서럽고 화가 날 것 같다. 살림은 왜 우리에게 이런 이미지가 되었을까? '살림'은 살리다라는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해도 티도 안나는, 게다가 월급도 없는 그런 일이지만 살은 나와 가족을 보살피고, 살리는 중차대한 일임이 틀림없다. 살림이 지긋지긋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나의 시간과 돈과 감정이 끊임없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림이 재미없게 느껴지니 나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살림살이들로 채워 나가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그렇듯 살림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마음이다. 살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 살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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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안녕 주정뱅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4. 30. 08:35
권여선 p39.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p97. 사실 나는 가족들과 관계를 끊는 것보다 온라인 관계를 끊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그건 주어진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였고, 오로지 내가 쓴 글, 내가 만든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우주였으니까. p180. 선미는 거실에 가족사진을 걸어두는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남편과 쌍둥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삶이 두 칸의 차량처럼 그들이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과 그들이 자기 삶에 끼어든 이후의 시간, 이렇게 둘로만 명확히 분리된다는 생각에 한없이 억울하고 슬플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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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거야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3. 24. 13:54
유은정 p20 개인적으로 프레너미는 친구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의 부재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프레너미는 대부분 감정 착취자이자 감정 포식자다. p57 나는 나의 시작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어른답게 싸우고 어른답게 화해하고 어른답게 다시 일어서라. p84 그럼에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신 깜빡이는 눈꺼풀을 느끼고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에 신경을 집중해보라. 아무런 의자가 없는 당시을 위해 24시간 펌프질을 해대는 심장의 노고를 생각해보라. 세상을 보는 눈동자, 냄새를 맡는 코, 맛을 보는 혀, 손가락과 발가락, 목과 무릎 등 내 몸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껴보라. 그리고 기상하는 시간, 밥먹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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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1. 13. 14:04
다비드 칼리 외 19인 지음 알료샤 블라우 그림 *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 Libreria Q 월간 책 >> Libreria Q 바로 가기 각 소설별 간단 정리 , 다비드 칼리 >> 숲속에 책을 품은 우편함 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책들도 세상으로 나가 여행을 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지는 낱알들처럼. , 숀탠 >> 앵무새와 돼지 , 마르틴 발트 샤이트 >> 언어가 되는 동물들의 울음 소리 , 톤 텔레헨 >> 관계의 두려움을 가진 군상의 동물적 특성으로 표현 , 뱅상 퀴벨리에 >> 글을 쓰는 마법이 일어나는 교실 (개인생각 : 좋은 선생님 같았다....) , 타미 솀-토브 >> 아이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공동 이기심 (노숙자 식사 제공 시설) , 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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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시절일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1. 13. 13:34
김연수 p7.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p9. 지난 십 년 동안 쓴 글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 펴내는 지금, 어떤 글이 내가 쓴 글이고, 어떤 글이 저절로 쓰여진 글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시절에 마침표를 찍는다. p20. 우리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한번 더 살 수 있다. p43. 일단 스펙터클이 된 타인의 불행에 사로잡히면 찌꺼기처럼 어떤 감정이 우리에게 들러 붙는다. 목구멍 안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하지만 이물감 외에는 그다지 고통을 주지 않는 생선가시 같은 것. 고통이라기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운, 우리 내부의 타자.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슬퍼한 뒤에야 우리는 우리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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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안간힘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6. 17:55
유병록 자기의 불행을 고백하며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서 운다고 해도 불행은 결코 전염되지 않는다. 그 걱정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만나길 꺼려하거나 자기의 불행을 내비치길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은 전염병이 아니다. 어떤 침묵은 외면이겠지만, 어떤 침묵은 그 어떤 위로보다 따듯하다. 아들이 세상을 떠나서 그 화장한 유골을 뿌려야 할 곳을 정해야 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의 '슬하'를 떠올렸다. 아들의 유골함을 들고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 곳으로 갔다.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고, 아버지와 장인 어른께서 유골함을 들고 할아버지 무덤 근처에 아들의 유골을 뿌렸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우리 아들 잘 좀 부탁드려요, 아직 말도 못 배웠는데요, 저 어릴 때처럼 데리고 다니며 이것 저것 알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