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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글쓰기방/일상 2020. 4. 2. 09:35
만우절이다. COVID-19로 인해서 조용한 만우절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엄마의 다학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치료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서, 조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예상하지 못하게 췌장이 아닌 복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 더 확실해졌다.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또 한번의 절망을 하고 말았다. 엄마는 여러 복잡한 심정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조용히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지만, 그 역시 잘 안되었다. 한가지 또 문제가 있다. 바로 나. 언제부터인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거의 기절을 하거나, 숨을 잘 못 쉬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의욕이 떨어졌다. 감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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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Place - 굿 플레이스개인 도서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19. 8. 23. 16:50
항상 넷플릭스 로그인하면 뜨는 작품이었으나, 나쁜 사람이 천국에서 소동을 벌이는 일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최근 몸이 아파서 주말에 앓아 눕는 일이 많아지는 나를 떠나지 못하는(?) 남편 덕에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이 작품의 시즌 2까지 감상을 했으며, 현재의 나는 내가 결코 good place에는 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my lovely Janet!! 그냥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친구 하나 두면 남 부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물론 내가 Janet이 되는 것은 어렵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문득 영화를 보다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항상 우리가 그리는 지옥은 물리적인 고통을 느끼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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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글쓰기방/일상 2019. 8. 13. 19:58
한동안 일기를 쓸 생각을 못했다. 엄마의 항암치료는 4차까지 진행되었지만, 아직 수술은 불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사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엄마의 치료가 진행되고 일주일 조금 못 지난 시점이다. 엄마가 항암 4차를 들어간 날, 처음으로 엄마와 말다툼을 했다. 마음의 짐을 주기 싫어서 8월 말까지는 연락도, 만나지도 말자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났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오히려 남은 시간 내 사랑하는 사람들 더 보고 싶어서, 미안함을 무릎 쓰고서라도 더 보려고 할 것 같은데... 면역이 많이 떨어진 엄마는 결국 원래 예정된 항암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밤을 셀 준비를 하고 온 나를 보고, 다헹히 밤을 세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면역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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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글쓰기방/일상 2019. 6. 27. 11:20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매번 다르기도 혹은 같기도 한 어느날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느끼고 상처 받은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못한 행운에 슬그머니 미소 짓는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로 지쳐버린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느긋하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바쁘게 허덕이면 움직여야 하는 날이기도... 그런 오늘, 아니 지금은 어제, 울리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 날이었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병원을 움직인 엄마는 간단하지만 약물치료를 위한 관 삽입 수술을 받았다.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슴에 꽂혀 있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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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아까워지는...글쓰기방/일상 2019. 6. 21. 09:00
2019.06.20 점심 요즘에는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내 일을 하는 것이 다시금 마음이 더 편해지는 시기가 왔다. 집에서 일하면 항상 점심을 대충 먹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무실과 다르게 온종일 움직이지 않을 것이 뻔한데, 뭐하러 많이 먹냐는 생각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서 식사량도 늘었고, 매 끼니 찾아 먹으면서도 온종일 배고품을 느껴서인지 체중은 한 껏 최고치를 찍고 있다. 어제도 누군가 나에게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동. 사실 나는 운동 중독(?)처럼 미친듯이 운동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한번에 여러 개의 종목을 배우러 다녔던 적도 있고, 운동이 과해서 운동 선수들도 걸리기 어렵다는 근육염증으로 한동안 운동 금지도 권고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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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글쓰기방/일상 2019. 6. 11. 08:43
6월 8일이 지나서 쓰는 일기이지만, 속상한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2014년 엄마가 먼저 수술을 받고, 그 다음에 내가 수술을 받았다. 우연히도 같은 이유로. 입원하기 하루 전에 우연히 약속이 있어서 병원 근처에 갔다가, 병원을 쳐다보는데 괜히 서러워 눈물이 났다. 왜 안 좋은 일은 몰려서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수술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엄마가 수술을 거부했었다. 나이 먹어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것이 싫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아마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사라진 상태여서 그랬을 것 같다. 나이가 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수도 있다. 엄마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쯤 나도 몸에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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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스님개인 도서관/도서관1 2019. 5. 28. 09:04
추신1. 덧붙이는 것을 앞에 쓰는 이유는 최근에 불거진 혜민 스님 문제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참 좋았는데, 뒷통수는 이렇게도 맞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지워야 하나 싶지만, 이 역시 기록의 일부라서 그대로 놓아둔다. 만약 현재의 모든 문제가 사실이라면, 저자가 다중적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좀 슬프긴 하지만,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호수에 떠 있는 백조처럼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서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저 남들의 눈에는 편안해보이는 백조일 뿐이다. 이는 비단 나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업무 진행하다보면, 나의 고객들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이 뛰어 다닌다. 그러나 이 것을 알아주는 것은 내 파트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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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애 - Il Mare - A Love Story개인 도서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19. 5. 28. 08:35
를 시작으로 20대를 함께 보냈던 서정적인 영화들이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화 리뷰라기 보다는 영화에 얽힌 추억담이 될 것 같긴 하지만, 가 아니라 왜 가 첫 글이 되었냐면, 아무래도 여름이 오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볼 때 그들은 나보다 어른(?)이었는데, 지금의 내가 본 그들은 너무나도 어린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시공간을 뒤틀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안맞는다는 것과 전지현님의 성우 연기가 조금 어설픈 것 같기도 하는 영화 본연에 대한 것보다 부수적인 것에 자꾸 관심을 가지게 된다. 술을 마시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에 와인은 어른스러운 술(아버지의 영향으로 양주는 아저씨 술로 인지했으니까...)로 보였고, 파스타와 곁들여 먹는 이정재의 모습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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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홍콩에 대한 추억글쓰기방/먹고 마시고 2019. 5. 23. 22:02
홍콩에 대한 추억 외부 미팅을 하다가 인스타그램에서 테스트하려고 보니, 일년 전 오늘 동료들과 홍콩에서 교육을 받았던 추억이 나타났다. 해당 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료들 중 일부는 싱가폴에 가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일년은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 외노자의 기억... 홍콩은 특이하다, 적어도 나에게. 짧은 9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홍콩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홍콩회사이지만, 한국에 파견나온 형태로. 나에게는 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여러모로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비자였다. 회사가 스폰서하여 비자를 만든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취업 전에 뭔가 다 해결이 될 줄 알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직접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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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글쓰기방/일상 2019. 5. 9. 10:08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연휴를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의 행사가 많으며, 개인적으로는 내가 태어난 달에다가 좋아했던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며 각 대학의 축제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월이 시작되면 내 주변 사람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변하곤 했다. 지갑이 너무 가벼워지고, 내가 아닌 남을 챙기는 와중에 마음도 가벼워진다. 가벼운 마음을 돌볼 사이도 없이 장마와 무더위가 찾아온 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 방학을 챙기기 바쁘다가 추석을 맞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오월은 다른 달에 비해서 그 길이가 짧은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나 스스로도 여러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