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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히 일어나 음악 그리고 낮은 볼륨의 사람들의 대화를 배경으로 커피를 즐기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채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오후 내내 밀려둔 빨래를 돌리며, 늦은 점심으로 휴가가 마무리 되려나.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해낸 하루.
주말은 결혼식 참석으로 여유가 없었고, 이번주는 야근과 회식으로 정신이 없었다. 입사 기념으로 받은 꽃들이 하나둘 시들어, 지금은 지인에게 선물 받은 맥주 잔에 단촐하게 담아 두었다. 전화기 넘어 아빠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엄마의 투덜댐도 아직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내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들어주어 고마워요.
어젯밤부터 금이가 생각났다. 골드. 금과장에서 금부장까지 십년 훌쩍 넘게 인사에 가족 챙기느라 고생하다 은퇴한 우리 강아지. 윤회가 있다면 지금 넌 어디있을까? 아직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기적인 언니이지만, 나는 네가 많이 보고싶단다.
사람들이 사다준 포도 한송이를 해체하고 맛있게도 냠냠. 운동 가기 싫다. 분리수거는 끝났음. 이불도 포개서 다 넣어버림.
남편 친구 결혼으로 포항 방문. 일년 전 들었던 축가를 다시 듣는 기회. 축하해요!!
담엔 꼭 가볼거다. 진짜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맥주 다섯잔 마시고 나올거다.
집에 초록의 생명체가 주는 기쁨이 있으나, 키울 엄두는 안난다. 나는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단 몇분도 집중하기 어렵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의 나의 노력도 있다. 글쓰기의 첫 단추를 오늘 꿰었다. 그림이나 사진을 어떻게 연결해야할 지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어제, 입사 2주년 축하를 country director와 함께 받다보니 본의 아니게 사람들이 많이 축하를 해주셨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이제는 옛 팀원이 되버린 그들의 손편지. 지금껏 잘 버티고 견디는 것에는 매 직장마다 마음을 나눌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력은 나만의 경력이 아닌 것 같다. 항상 함께 해줬던, 지금도 연락하거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그들에게 감사한다.
회사 라이브러리에 책이 들어오면 반갑다고 서둘러 책을 고른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정리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