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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애 - Il Mare - A Love Story개인 도서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19. 5. 28. 08:35
<봄날은 간다>를 시작으로 20대를 함께 보냈던 서정적인 영화들이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영화 리뷰라기 보다는 영화에 얽힌 추억담이 될 것 같긴 하지만, <봄날은 간다>가 아니라 왜 <시월애>가 첫 글이 되었냐면, 아무래도 여름이 오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볼 때 그들은 나보다 어른(?)이었는데, 지금의 내가 본 그들은 너무나도 어린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시공간을 뒤틀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안맞는다는 것과 전지현님의 성우 연기가 조금 어설픈 것 같기도 하는 영화 본연에 대한 것보다 부수적인 것에 자꾸 관심을 가지게 된다. 술을 마시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에 와인은 어른스러운 술(아버지의 영향으로 양주는 아저씨 술로 인지했으니까...)로 보였고, 파스타와 곁들여 먹는 이정재의 모습이 요즘의 내가 될 줄 몰랐었다. 물론, 나는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다. 어쨌든 혼자 사는 사람들의 로망은 이 영화에서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 멋진 집. 요리를 잘 하는 미혼남. 혼자서 즐기는 만찬. 눈보라와 감기도.
이러면 너무 현실적인 영화에 대한 묘사가 될 것 같아서, 영화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순수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미래의 사람에게 로또 번호 (물론 로또는 없지만) 복권 정보라도 물어보거나, 투자를 어떻게 하면 되겠냐는 등의 이야기... 혹은 미래의 사람에게 나한테 가서 이 직업보다 다른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라는 등의 현실에서 우리가 했을 법한 일들은 나오지 않는다. 헤어지는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여자의 부탁은 정말 그 나이 때 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했을 진짜 현실적인 부탁이었을 지 모른다. 또한, 얼굴도 모르지만, 그래서 얼굴 한번 보려고 다가가는 과거의 그 남자 역시 그 나이 때 사람이라면 한번은 해볼 현실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나는 이 영화를 스무살에 봤다. 태풍이 몹시 심하게 오는 날이었고, 현재의 삼성 스타필드가 코엑스로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당시 메가박스 삼성역점은 큰 영화 멀티플렉스로 한번은 방문해야 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나의 동기와 영화를 보기로 했었는데, 이 친구가 영화 보기 전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렵게 친구네 집으로 전화했더니, 출발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는데... 결국 영화 시작 전에 친구는 왔지만, 우리는 정말 영화만 보고 헤어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친구가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었을까... 사실 지금의 나였다면 혼자라도 들어가서 봤었겠지만, 그 때는 왠지 친구가 오지 않으면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잠깐의 찰나의 느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영화 한편으로 잊고 있던 그 작은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IMDB >> https://www.imdb.com/title/tt0282599/
Naver Movie >>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