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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8
    글쓰기방/일상 2019. 6. 11. 08:43

    6월 8일이 지나서 쓰는 일기이지만, 속상한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2014년 엄마가 먼저 수술을 받고, 그 다음에 내가 수술을 받았다. 우연히도 같은 이유로. 입원하기 하루 전에 우연히 약속이 있어서 병원 근처에 갔다가, 병원을 쳐다보는데 괜히 서러워 눈물이 났다. 왜 안 좋은 일은 몰려서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수술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엄마가 수술을 거부했었다. 나이 먹어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것이 싫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아마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사라진 상태여서 그랬을 것 같다. 나이가 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수도 있다. 엄마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쯤 나도 몸에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병원에 갔다가 수술을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엄마가 수술을 받고 치료하는 것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수술을 받을 때에도 그 성치 않은 몸으로 병실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시기도 하고, 짧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때에 본인이 치료받은 것에 있어 선배(?)라는 이유로 알뜰히 살뜰히 챙겨주기도 했다. 나중에 아빠는 집에 있는 두 사람이 수술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속상하면서도 "나"를 이유로 엄마에게 의지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기도 싶었다고 말했다.

    올 봄 이후부터 엄마는 식사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폐 관련 예방 주사를 맞고난 뒤부터 몸이 너무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만성 위염이라서 그럴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지만, 엄마 몸 안에는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종양으로 위에 자극이 가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까? 사실, 아무도 정답은 모른다. 그리고 지금 조직검사 등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도 모른다. 복부CT로 췌장담도암 전문가는 수술이 어려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고, 암이되든 아니든 치료는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말 내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를 가야 해서 나갔지마, 공부가 손에 잡힐 일이 없었다. 집에 와서도 청소와 빨래를 하는 그 잠시를 제외하고 멍하니 앉았다가 눈물을 쏟는 것이 전부였다. 대성통곡을 하는 내가 가여웠을까? 남편 역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치료가 가능했으면 하는 바램. 가벼운 감기처럼 훅 지나가긴 어렵겠지만, 지나가면 조금 더 강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지난해 어버이날 기념으로 만들어드린 꽃바구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좋은 곳이라도 모시고 가서 맛난 음식과 멋진 풍경이라도 더 볼 걸 하는 생각... 언제나 모든 일에 뒤늦은 후회뿐이다.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