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8.13글쓰기방/일상 2019. 8. 13. 19:58
한동안 일기를 쓸 생각을 못했다.
엄마의 항암치료는 4차까지 진행되었지만, 아직 수술은 불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사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엄마의 치료가 진행되고 일주일 조금 못 지난 시점이다.
엄마가 항암 4차를 들어간 날, 처음으로 엄마와 말다툼을 했다. 마음의 짐을 주기 싫어서 8월 말까지는 연락도, 만나지도 말자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났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오히려 남은 시간 내 사랑하는 사람들 더 보고 싶어서, 미안함을 무릎 쓰고서라도 더 보려고 할 것 같은데...
면역이 많이 떨어진 엄마는 결국 원래 예정된 항암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밤을 셀 준비를 하고 온 나를 보고, 다헹히 밤을 세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면역 강화 주사를 맞고 상태를 보고 치료는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아침부터 엄마와 부산하게 병원을 온 아빠는 일찍 들어가서 쉬시라고 보내드리고 엄마와 밤 늦게까지 함께 있었다.
이상하게 2~4차까지 엄마가 입원한 날에는 비가 왔다. 처음에는 창문이 멀어서 비가 오는지 마는지 알지 못했고, 두번째는 창문이 가까이 있어서 비 소리 들으며서 선잠을 청하기도 했다.셋째 날에는 저녁에는 비가 그치어 노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자신을 위한 물건을 산 적이 거의 없는 엄마임에도, 혹시라도 나에게 줄 것이 없는지, 언니에게 남길 것이 없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것을 흔쾌히 받을 자신이 없었다. 얼마 안되는 그 물건이 나에게로, 혹은 언니에게로 가는 순간 엄마가 더이상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전 주 출장을 다녀온 나는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고를 수 있을 립스틱 3종 세트를 가지고 와서 나눔을 했다. 본인은 환자라서 진한 색은 언니와 나를 가지게 하고, 자연스러운 연핑크를 선택한 엄마. 그리고 회사 동료들의 선물도 엄마에게 전달하는데,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나도 너무 고맙고, 우리 엄마도 너무 감사해 했다. 실제로 암 투병을 하셨더 분이 전달한 손톱 강화제를 드리니, 엄마도 항암 치료를 하다보니 손톱이 부서지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천주교가 종교가 아닌 엄마에게 교황님의 축사가 담긴 성물을 건네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백금 목걸이에 껴서 항상 간직하시겠다고, 이렇게 귀한 것을 받아도 되는지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냥 지나치기도 쉬울 다른 사람의 사정. 그래도 이렇게 배려해주시는 분들 덕에 엄마가 잠시 고통을 잊고 미소를 지으며 이것저것 만져볼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며칠이 지나서 대만으로 휴가를 다녀온 분이 자그만한 선물이라고 나에게 건네줬다. 이전에 대만 여행에서 풍등을 날리지 못해 심히 아쉬움을 느꼈던 나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뿐이었다. 엄마 건강부터 아빠 건강, 언니네 가족의 건강 및 화목함 등 빌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나에게 어떤 내용을 쓰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한던 차. 결국 건강, 가족의 건강이 최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수술하기 어려워 더 진행해야 할 항암치료인데, 엄마가 이 길을 지치지 않고 잘 걸어가면 좋겠다. 엄마말고도 아빠, 그리고 언니, 그리고 나, 우리 모두 지치지 않고 이 지루하고 걱정 많은 터널을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