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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 소망 없는 불행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2. 10:53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p11.
    경악의 순간들은 언제나 아주 잠깐이었고, 그 잠깐이란 시간은 경악의 순간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현실의 감정들이 치미는 순간이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모른체해 버릴 순간들이다.
    p39.
    이렇게 한 인물을 추상화하고 형식화하는 데 위험한 점은 물론 그 추상화 및 형식화 작업이 독립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작 이야기되고 있는 그 인물이 잊혀지고 꿈속의 이미지들처럼 구절들과 문장들이 연쇄 작용을 일으켜 한 개인의 삶이 동기 이상의 어떤 것도 되지 못하는 문학적 의식이 된다.
    p55.
    <모든 게 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을 수 있는 것이 되고 단점은 다시금 다름 아닌 모든 장점의 필수불가결한 특질이 되는 것이다.
    p82.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쓴다는 행위를 통해 내 삶의 완결된 한 시기에 대해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거리감을 두어 단순히 주장하는 문장들의 형식을 구사함으로써 끊임없이 회상하는 척한 것 뿐이었다.

     

    <아이 이야기>

    p101.
    친구들도 없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아내까지도 낯선 이방인이 되어버린 시간. 그런만큼 아이는 더 현실감 이게 다가왔으며 남자는 밖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며 번번이 아이가 있는 집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p103.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부터 남자는 결심하라는 요구를 받기 시작했다. 늘 그렇지만 무언가를 결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p109.
    남자 편에서도 역시 태만해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는 아내와 나누었던 가장 다정하고, 가장 친밀하고, 가장 은밀한 동작과 말없이 가만히 이름을 부르곤 하던 행위를 깊은 생각이나 망설임 없이 아이에게로 옮겨 했고 나중에는 그만큼 아내의 존재를 비하해버렸다. 마치 아이야말로 자기에게 합당한 존재이고 이제 아내 따윈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p125.
    그러면서 이제 아이의 입장이 바뀌는 시기가 왔다. 남자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혼자 있는 남자와 함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또래들과 만나봐야 거의 매번 끝에 가서는 마음이 상하고 기분을 잡쳤던 아이에게서는 기대보다 불안이 느껴졌다.
    p164.
    아이는 다른 언어를 쓸 때는 다른 목소리를 냈고, 다른 표정을 지었으며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러니까 낯선 어법 때문에 완전히 낯선 태도가 뒤따라왔던 것이었다. 한편으론 흉내를 내고 지나친 기교를 부리는 듯했고 다른 한편으론 꼭두각시 같았다. 그렇게 하는 데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을 잊은 듯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일상적이고 일반적이 ㄴ행동이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p168.
    남자는 전에는 아이들을 모두 다른 종류의 종족으로 보았다. 때로는 <절대 사로 잡히지 않는> 잔인하고 자비심 없는 적대적인 종족으로, 심지어는 식인종처럼 야만적인 종족으로 보기까지 했었다.
    p170.
    왜냐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여행자인 그는 아이들이란 누구든 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또한 기대되는 어떤 존재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
    손으로 쓴 독서 노트에는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이 하나도 없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내가 읽기 힘들어했다는 것이거나 할말하않이거나 할 것 같은데,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떠오르는 기억은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간접 경험과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부분(작가의 의도와는 달리)이었던 것.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