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도서관/도서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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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8. 16. 17:55
신영복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있습니다. 지난달에 어머님을 가까이서 뵈오니 어머님께서는 이제 완연한 '할머니'였습니다. 칠십 노인이 아무려면 할머니가 아닐 리 있겠습니까만, 저의 마음에는 항상 젊은 어머님이 계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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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8. 15. 20:38
제마 하틀러 그 상자가 옷방 한가운데 놓여 있어 방해가 되고 언젠가 누군가는 치워야 한다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남편은 마음만 먹으면 의자 없이도 간단히 올려놓을 수 있었을 테지만 그보다 상자를 안 치우고 빙 돌아가는 걸 택했고, 뻔히 보면서도 이틀 동안이나 무시했다. 애초에 자기가 필요해서 내려놓은 건데도 내가 시켜야만 치우겠다는 말이다. "바로 그게 문제잖아." 이렇게 말하는 내 눈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했다. "나는 당신한테 하나하나 시키기 싫단 말야." 남자와 여자는 사회적 조건도, 사고방식도 다르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여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생전 처음 만난 여성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려주지만 나와 13년을 함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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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인트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8. 14. 18:24
이희영 '결국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것들은 사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잖아...... 그럼 기억이 형성되기 전의 나는 어떻게 키워졌을까?'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 청소년 문학은 밝고 희망차야 한다는 것이 내 선입견이라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선택이 못내 답답하기도 하지만, 틀 안에 가둬진 새가 아닌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좋은 곳으로 멀리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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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 생활 탐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8. 14. 00:11
900KM 그런데 갑자기 시댁이 생기면 대부분 그저 바라봐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참견을 더 많이 하시잖아요. 저는 그런 식으로 제 삶의 방식들을 바꿔야 하거나 억압받는다면 절대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경제적 독립이 중요해요. 부모 돈 받고 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그 삶은 부모 인생의 연장이거든요. 자기 맘대로 하고 싶으면 풍족하지 못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어야 해요. 재룡: 사실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실제로는 어른들이 시키는 것도 별로 없고,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불편해하나. 이런 생각도 안했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아내와 좀더 깊은 얘기를 해볼수록 그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일 자체가 힘들지 않더라도 그 불편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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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8. 12. 16:48
김초엽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보현을 무슨 말로 위로해야 했을까? 나는 순간 보현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언어도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가슴속에서 빠져나가버린 듯 싸늘했고, 나는 그게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임을 알았다. 그제야 어설프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게 진짜로 엄마의 지난 삶을 위로할 수 잇는 건 아니겠지만." 지민은 한발짝 다가섰다. 시선을 비스듬히 피하던 은하가 마침내 지민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지민은 알 수 있었다. "이제......."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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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스님개인 도서관/도서관1 2019. 5. 28. 09:04
추신1. 덧붙이는 것을 앞에 쓰는 이유는 최근에 불거진 혜민 스님 문제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참 좋았는데, 뒷통수는 이렇게도 맞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지워야 하나 싶지만, 이 역시 기록의 일부라서 그대로 놓아둔다. 만약 현재의 모든 문제가 사실이라면, 저자가 다중적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좀 슬프긴 하지만,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호수에 떠 있는 백조처럼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서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지만, 그저 남들의 눈에는 편안해보이는 백조일 뿐이다. 이는 비단 나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업무 진행하다보면, 나의 고객들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이 뛰어 다닌다. 그러나 이 것을 알아주는 것은 내 파트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