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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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제주 여행기글쓰기방/먹고 마시고 2024. 3. 15. 11:55
디지털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2006년 제주 여행기. 지금과 사뭇 다른 제주의 모습. 여행기 읽다 글 정말 못쓰는 개발자 같아서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아쉬운 건 사진이 죄다 쪼만하다. 이 때는 엄마가 있었는데... 그립다. 흔히들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고 한다. 이 평화의 섬에 반해서 온 것이 세번째가 되고 있다. 중문으로 가기 전에 찍은 이마트. 이 이마트는 뜻깊다. 건과 함께 베낭여행 갔을 때, 한라 자연휴양림의 관광을 끝내고, 걸어나와서 햄버거를 먹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너무 반가웠다. 우리는 그 구석에 있는 한라 자연휴양림이 어딘 지 몰라 한참을 헤맸고, 그리고 곤충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루면서 이 이마트에 당도했다. 그리고 허겁지겁 맥도날드 햄버거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버스를 타고, 호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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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다시봄글쓰기방/일상 2023. 4. 3. 07:42
함께 일했었던 과거 직장의 동료, 현재는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그녀를 만나러 예전 직장 근처에 왔다. 아침에 잠깐 얼굴 볼 예정이지만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분 지나면 바뀌는 신호등 신호마저 기다리고 싶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초록불을 아직은 튼튼했던 두 다리를 혹사시켜 건너갔던 기억이 많다. 나의 소중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사수하겠다며, 일분일초도 아까웠던 그 시절. 지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제는 내가 그렇게 시간에 쫓기듯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어려워져 이방인처럼 겉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요즘의 세상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 어쩌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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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3 #잠못이루는새벽글쓰기방/일상 2020. 11. 23. 03:49
기차 안에 머문 시간이 목적지에 머문 시간보다 더 길었던, 이제는 어제가 되버린 어느날. 어디를 가도 불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밥먹는 것이 부담이 되버린, 예상보다 길어지는 pandemic 시대에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 폭이 많이 좁아진 나의 활동 범위는 점점 더 많이 줄어들고 있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고 한다. 또한 걱정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걱정스러운 일은 계속 발생한다. 내가 걱정한다고 걱정스러운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떤 때에는 내가 정말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며칠 지나 내 우려가 현실이 되면 "역시나"하는 마음으로 좌절감을 느낀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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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글쓰기방/끄적이기 2020. 10. 29. 17:50
십년도 더 전쯤, 스페인 여행을 가보겠다고 배웠던 스페인어를 집에서 혼자 다시 공부하고 있다. 그 때는 4개월 만에 회화도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돌아서면 내가 무슨 문장을 연습한다고 썼는지도 가물거린다. 겨울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뜬금없이 '봄'을 제목으로 하고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으로 하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며칠 전 다시 찾아본 la primavera 라는 단어 때문이다. 봄, spring, 그리고 la primavera. 우리 나라 말에서 봄은 여러 중의적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계절의 봄, 그리고 전성기를 뜻하는 '인생의 봄날'이나 '청춘'의 의미. 놀랍게도 스페인어 사전에서 la primavera를 찾으면 비슷한 뜻이 나온다. 물론 구글에서는 Botticelli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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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글쓰기방/끄적이기 2020. 9. 21. 21:29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내가 걱정이 많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짐작하건대,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해야 하면서부터 나는 걱정이 많아졌던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책임을 질 일이 많이 없었지만, 부모님께 혼나면서 배우는 일들이 생기면서부터 다음에는 잘못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러면서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싶다. 또한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나의 걱정은 이 상상력에서부터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일을 진행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모두 머리에 떠올린다. 좋은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나쁜 경우의 수에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을지 고민을 한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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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 #백수의아침글쓰기방/일상 2020. 9. 8. 06:43
새벽에 창문을 여니 공기가 달라졌다. 아침에도 후덥지근한 공기를 맞이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쌀쌀한 기운에 긴팔 옷을 꺼내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이렇게 계절을 느끼는 때에는 괜히 행복해진다. 내가 여유가 있구나. 내가 작은 변화도 눈치 챌 수 있구나.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든다. 특별한 구직 활동은 없었다. 다소 기분이 나빴던 6월의 경험도 있지만, 과분하게도 매력적인 회사나 업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 지난주는 아버지까지 입원하시는 상황에서 정말 몸과 마음을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을 하다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다. 아침에 노트북을 키고 메일함을 보는 것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지만, 그건 아마 내가 좋아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