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방/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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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글쓰기방/일상 2020. 4. 2. 09:35
만우절이다. COVID-19로 인해서 조용한 만우절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엄마의 다학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치료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서, 조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예상하지 못하게 췌장이 아닌 복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 더 확실해졌다.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또 한번의 절망을 하고 말았다. 엄마는 여러 복잡한 심정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조용히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지만, 그 역시 잘 안되었다. 한가지 또 문제가 있다. 바로 나. 언제부터인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거의 기절을 하거나, 숨을 잘 못 쉬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의욕이 떨어졌다. 감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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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글쓰기방/일상 2019. 8. 13. 19:58
한동안 일기를 쓸 생각을 못했다. 엄마의 항암치료는 4차까지 진행되었지만, 아직 수술은 불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사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엄마의 치료가 진행되고 일주일 조금 못 지난 시점이다. 엄마가 항암 4차를 들어간 날, 처음으로 엄마와 말다툼을 했다. 마음의 짐을 주기 싫어서 8월 말까지는 연락도, 만나지도 말자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났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오히려 남은 시간 내 사랑하는 사람들 더 보고 싶어서, 미안함을 무릎 쓰고서라도 더 보려고 할 것 같은데... 면역이 많이 떨어진 엄마는 결국 원래 예정된 항암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밤을 셀 준비를 하고 온 나를 보고, 다헹히 밤을 세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면역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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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글쓰기방/일상 2019. 6. 27. 11:20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매번 다르기도 혹은 같기도 한 어느날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느끼고 상처 받은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못한 행운에 슬그머니 미소 짓는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로 지쳐버린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느긋하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바쁘게 허덕이면 움직여야 하는 날이기도... 그런 오늘, 아니 지금은 어제, 울리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 날이었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병원을 움직인 엄마는 간단하지만 약물치료를 위한 관 삽입 수술을 받았다.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슴에 꽂혀 있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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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아까워지는...글쓰기방/일상 2019. 6. 21. 09:00
2019.06.20 점심 요즘에는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내 일을 하는 것이 다시금 마음이 더 편해지는 시기가 왔다. 집에서 일하면 항상 점심을 대충 먹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무실과 다르게 온종일 움직이지 않을 것이 뻔한데, 뭐하러 많이 먹냐는 생각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서 식사량도 늘었고, 매 끼니 찾아 먹으면서도 온종일 배고품을 느껴서인지 체중은 한 껏 최고치를 찍고 있다. 어제도 누군가 나에게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동. 사실 나는 운동 중독(?)처럼 미친듯이 운동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한번에 여러 개의 종목을 배우러 다녔던 적도 있고, 운동이 과해서 운동 선수들도 걸리기 어렵다는 근육염증으로 한동안 운동 금지도 권고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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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글쓰기방/일상 2019. 6. 11. 08:43
6월 8일이 지나서 쓰는 일기이지만, 속상한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2014년 엄마가 먼저 수술을 받고, 그 다음에 내가 수술을 받았다. 우연히도 같은 이유로. 입원하기 하루 전에 우연히 약속이 있어서 병원 근처에 갔다가, 병원을 쳐다보는데 괜히 서러워 눈물이 났다. 왜 안 좋은 일은 몰려서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수술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엄마가 수술을 거부했었다. 나이 먹어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것이 싫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아마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사라진 상태여서 그랬을 것 같다. 나이가 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수도 있다. 엄마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쯤 나도 몸에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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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글쓰기방/일상 2019. 5. 9. 10:08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연휴를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의 행사가 많으며, 개인적으로는 내가 태어난 달에다가 좋아했던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며 각 대학의 축제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월이 시작되면 내 주변 사람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변하곤 했다. 지갑이 너무 가벼워지고, 내가 아닌 남을 챙기는 와중에 마음도 가벼워진다. 가벼운 마음을 돌볼 사이도 없이 장마와 무더위가 찾아온 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 방학을 챙기기 바쁘다가 추석을 맞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오월은 다른 달에 비해서 그 길이가 짧은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나 스스로도 여러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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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위로가필요해글쓰기방/일상 2019. 4. 11. 08:05
폭풍 같은 미국 출장이 끝나고 출근. 부모님 댁에 맡겨둔 문서를 찾기 위해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교통사고가 있었다. 영화 를 떠올렸다. 영화 시작 후 얼마되지 않아 나온 교통사고 장면. 그 수준만큼 처참한 것은 아니지만, 달리는 택시를 달리는 버스가 들이 받았다. 그것도 뒤에서 정면이 아닌, 내가 앉은 자리 근처에 말이다. 다행히 모두가 과속이 아니었지만, 그리고 내가 안전벨트를 해서 외상이 없었다는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고는 사고였다. 이틀 동안 몸살에 걸린 것 같이 이유 없이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택시 기사와 회사의 상투적인 응대. 교통사고 접수를 하게 되면 가해자 분별해서 복잡하니 너만 참고 넘어가자는 식. 아니, 내가 강호동님이나 마동석님의 외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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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글쓰기방/일상 2019. 3. 31. 14:42
아침까지 멀쩡하게 있다가, 오후 도심공항을 들어서니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답답하며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체한 것일까? 그러기에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배가 고픈 것을 봐서는 아닌 것 같다. (비행기에서 먹을 것을 줄테니 참아야지...) 결혼 전, 결혼 소식을 알리는 친한 친구들 모임에서 내가 지난해 이유 없이 갑자기 몇번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묘사하자면 갑자기 어지러워졌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마치 체한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 구토가 나기 시작했었다는 것. 일전에도 친구와 극장을 갔다가 갑자기 숨을 제대로 못 쉬겠다는 생각에 영화 중간에 밖으로 나와서 친구를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공황장애에요. 내가 이전에 진단 받아서 아는데, 나 진단 받을 때랑 증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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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비오는날의김치전글쓰기방/일상 2019. 3. 31. 14:24
토요일 점심 날씨가 평범하지 않다. 흐리다가 비가 내리는 것 같다가도 잠깐은 해가 비친다. 재미있게 야구 경기를 보고 들어와서는 별 것도 아닌 이유로 괜히 나혼자 토라졌다가 또 남편의 처량한 모습이 안타까워서 아침을 챙겨주었는데, 10시쯤 아침을 먹은 남편에게 점심을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 비도 오고 그러니 김치전을 부쳐주자는 생각을 했다. 엄마표 김치. 이제 막 시작한 내 살림에 김치, 그것도 묵은지 김치가 있을리 만무하다. 염치 없지만 엄마가 만든 김치를 작은 통 하나 얻어왔었다. 그리고 일전에도 한번 김치전을 해먹겠다고 사둔 부침가루.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마구 섞는다. 이상하게 큰 후라이팬은 쓰기 어렵다. 무겁기도 하고 괜히 큰 사이즈로 부치다가 항상 실패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