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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글쓰기방/일상 2019. 3. 31. 14:42
아침까지 멀쩡하게 있다가, 오후 도심공항을 들어서니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답답하며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체한 것일까? 그러기에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배가 고픈 것을 봐서는 아닌 것 같다. (비행기에서 먹을 것을 줄테니 참아야지...)
결혼 전, 결혼 소식을 알리는 친한 친구들 모임에서 내가 지난해 이유 없이 갑자기 몇번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묘사하자면 갑자기 어지러워졌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마치 체한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 구토가 나기 시작했었다는 것. 일전에도 친구와 극장을 갔다가 갑자기 숨을 제대로 못 쉬겠다는 생각에 영화 중간에 밖으로 나와서 친구를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공황장애에요. 내가 이전에 진단 받아서 아는데, 나 진단 받을 때랑 증상이 똑같아."
너무나도 단호하게 공황장애라고 말하는 그녀 앞에서, 우리는 모두 멀뚱해질 수 밖에 없었다. 또 같은 상황이 오면 다시 병원을 가자고 했는데, 올해 초 일본 공항에서도 그랬고 또 오늘도 같은 상황이 나타났다. 남편은 출장 마치고 돌아오면 병원을 가자고 한다.
그러나 사실 무섭다. 나이 먹으니 병원 가기가 두려워진다는 어른들의 말이 실감이 난다. 나는 이미 하나의 파도도 넘겼고 그래서 왠만한 것들은 다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 조차도 무서워서 하러 가기 싫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병원을 가는 것이 무섭다. 또한 지난달 말, 본의 아니게 손가락을 크게 베여 응급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찌나 내가 서럽게 우는지, 간호사 선생님들의 우쭈쭈를 받는 처지에 이르기까지 할 정도로 엄살이 강하다기 보다는 그냥 아픈게 싫은 것 같다.
하지만, 또 같은 상황이 발생된다면, 또 중요한 순간에 발생할 지 모르니까 한번은 병원에 가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 몸도, 내 마음도 잘 모르는 상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