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
389. 고요한 읽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4. 11. 10:00
이승우* 문학동네 서문. 감추어진 동굴* , 아우쿠스티누스* , 밀란 쿤데라p7.'나'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에 책은 중요합니다. '나'를 읽게 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중략)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 세상의 끝p18.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내가 가장 잘 모르고, 내가 가장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작가라는 환영*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p34.물어야 하는 질문은 어디 있는가, 이다. 어디서 왔는가, 가 아니라 어디에 머무는가, 이다.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온 것이 아니다..
-
366.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1. 31. 10:00
* 문학동네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남궁인p35.나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열심히 살고 있었다.p36.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 가족행사가 뒷전(?)이 되어야 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삶이란... 피아노 / 손원평p40.혜심은 아이들을 무조건 보듬는 대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절을 중요시했다. 공부방에서 공부 다음으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작은 사회 속에서 예의와 규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혜심은 믿었다. 그러나 그녀는 교육시장에서는 원칙주의자가 환대 받지 않는다는 걸 미처 몰랐다.p42.앉은 자리에서 가난해지는 방법은 너무 쉬..
-
363. 라면을 끓이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1. 23. 10:00
김훈* 문학동네 (★) 본 책은 기존 산문집의 합본이며, "이 책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을 모두 버린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음.1부. 밥라면을 끓이며p14.이것은 온갖 맛의 패키지인데, 먹고 싶은 욕망을 순식간에, 그리고 싸잡아서 만족시킨다.p17.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상이다.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 그 외 모든 시간 속에서 맛은 그리움으로 변해서 사람들의 뼈와 살과 정서의 깊은 곳에서 태아처럼 잠들어 있다. 맛은 추억이나 결핍으로 존재한다.p23.미역국의 위안은 섬세하고 된장찌개의 위안은 깊다. 이 깊이와 섬세함은 스밈과 우러남에서 온다. 광야를 달리는 말p35.아, 젊은 내 아버지는 망해버린 조국에 대한 그리..
-
360. 각각의 계절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1. 15. 10:00
권여선* 문학동네 사슴벌레식 문답p14. 갈등과 암투만 먹고 사는 인간 같다.p27.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있었다.* 간명 :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아니함.p34.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다가 문득 그럴 수도 있지, 한다.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뻣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p38.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4명의 절친의 모습에서 우리가 겹쳐 보인다. 각자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
354. 눈으로 만든 사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2. 30. 10:00
최은미* 문학동네보내는 이 p14. 나는 다만 진아씨 맞은편에 앉아서, 저렇게 여분의 소화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어떤 순간에 아주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p26.어느 순간부터 나는 진아씨가 어떤 얘기를 해도 서운했고 어떤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운했다.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다.p47.기약만 있다면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다고, 겨울이 다가온 창밖을 보면서 생각하고 생각한다. 여기 우리 마주p51.수미는 자신의 재난지원금을 나에게 와서 썼다. 그리고 나는 지금 수미를 만날 수 없다.p70.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낮에 대해서. 눈을 붙여도 잠들 수 없는 밤에 대해서. 남편과 노동을 나누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뺏긴 채로 '행복한 ..
-
353. 사랑의 중력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2. 26. 10:00
사라 스트리츠 베리* 작가 소게를 보니, 한림원 최연소 최초 여성 종신회원을 작가가 포기했다고 한다. 노벨상 관련 그 한림원.* 문학동네 / 박현주 옮김 마지막 환자 / 올로프p12.보이지 않는 철창살이 그와 세계 사이에 내려왔다. I.첫번째 대화p22.일종의 실험이었어. 이번에는 자유낙하하는 기분이더라. 나는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어.p27."난 절대 늙지 않을 거야.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게 살았어. 살기를 원한 적 없다. 정말로 원한 적은 없지. 너같이 원한 적은."p30.그들의 삶 또한 금박을 입힌 고상한 것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위로 떠오른 채 홀로 떠다녔다. 자기 자신 안에서 황금 마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두려움을 샀다. 밤p48.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
340-2. 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1. 14. 10:00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홍은주 번역33.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이 좋다p13.그저 상대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작품이 되지 못한다. 그저 잘 그린 캐리커처에 머물 뿐이다. 그곳에 그려져야 할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다. 34. 그러고 보니 최근에 공기압을 재지 않았다 35. 그 장소는 그대로 놔뒀어야 했요. 36. 경기 규칙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 37. 어떤 일이든 밝은 측면이 있다 38. 그래 가지고는 절대 돌고래는 되지 못해p121.어쨌거나 말할 것도 없이, 그 무언가를 찾아 내려면 그녀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말이나 논리가 아니라 하나의 조형으로, 빛과 그림자의 복합체로 그녀를 파악해야 한다.p1..
-
340-1. 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1. 12. 10:00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홍은주 번역프롤로그p12.언젠가 무의 초상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화가가 라는 그림을 완성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1. 혹시 표면이 뿌옇다면p14.골짜기 맞은편의 산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생생하게 표정을 바꾼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p15.인상은 그날그날 바뀐다.p27.그러나 제한된 장소에서 일시적인 관계만 맺을 '방문객'이라면, 좋게 볼 자질을 하나둘쯤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p28.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단 한조각도.p29.어느 시점에서 그런 나..
-
338. 여자 없는 남자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1. 6. 10:00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양윤옥 번역 드라이브 마이 카p44.하지만 뭐가 됐건 그의 내면에는 '가능하면 잊고 싶은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잊기 위해, 혹은 그것이 자아내는 아픔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술을 입에 털어 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p59."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 예스터데이p69.실제로,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만큼 한심한 일들뿐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나라는 게 너무도 싫었다.(★) 셋이서 실제로 연애를 한다고? 충격적인데...p109.우리는 누구나 끝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어.p111.기억이란 피할 수 없이 새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니까.p111.스무 살 전후의 나날, 나는 일기를 쓰려고 몇 번 노력해봤지만 영 잘되지 않았다. 당시 내 주위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쉴새없이 일어..
-
218. 바깥은 여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1. 09:07
김애란* 문학동네 입동p11.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 했다. 명의만 내 것일 뿐 여전히 내 집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보유하다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는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상한 자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딘가 어렵게 도착한 기분. 중심은 아니나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밀려난 건 아니라는 아도가 한숨처럼 피로인 양 몰려왔다. 그 피로 속에는 앞으로 닥칠 피로를 예상하는 피로, 피곤이 뭔지 아닌 피곤도 겹쳐 있었다.p18.아내와 나는 복분자액이 터진 날의 일을 따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다음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