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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2. 제철행복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2. 6. 10:00
김신지
* 인플루엔셜
3부. 가을, 이슬에 여물어가는 계절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입추 (立 설 입 秋 가을 추) : 8월 7일 무렵,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는 때
어느 날, 새끼 제비를 도왔더니 생긴 일 - 입추엔 구름 감상과 제비 관찰이 제법
* 톺아볼 : 톺아보다 = 더듬다, 찾다
p197.
꼭 사람 사는 곳에 찾아와 집을 짓고 다음 해에도 같은 집에 찾아오며, 더러 그 집이 사람 없는 빈집이 되면 더 이상 둥지를 짓지 않는다는 제비. 그래서인지 제비가 둥지를 짓기 전, 집주인의 성품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얘기도 전해져 내려온다.처서 (處 멈출 처 暑 더울 서) : 8월 22일 무렵, 더위가 멈추며 가을이 깊어지는 때
눅눅해진 마음을 햇볕에 잘 말리고서 - 처서엔 포쇄가 제철
p203.
처서는 하루가 아니라 백로가 오기까지의 열다섯 혹은 열여섯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서란, 저무는 여름과 시간을 들여 인사하고 천천히 작별하는 과정이겠다.백로 (白 흰 백 露 이슬 로) : 9월 7일 무렵, 밤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히는 시기
도토리 6형제를 찾아 숲으로 - 백로엔 도토리 공부가 제철
p212.
백로는 이 무렵이면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들판의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추분 (秋 가을 추 分 나눌 분) : 9월 22일 무렵,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가을날
이런 날엔 우리 어디로든 가자 - 추분엔 계수나무 향기가 제철
p224.
이런 날 집에만 있는 건 오늘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날씨 쿠폰을 안쓰는 것과도 같다.한로 (寒 찰 한 露 이슬 로) : 10월 8일, 찬 이슬이 맺히며 열매가 익는 시기
계절이라는 가장 가까운 행복 - 한로엔 오래된 산책이 제철
p238.
조상들은 양수, 즉 홀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로 생각해 음력 1월 1일 (설날), 3월 3일 (삼짇날), 5월 5일 (단오), 7월 7일 (칠석) 등을 명절로 삼았는데 특히 한 자리 양수 중 가장 큰 숫자가 겹친 9월 9일 중앙절을 대길일로 여겼다.p241.
눈밭을 걸을 때처럼 옛사람들이 먼저 지나간 발자국에 내 발을 포개려면, 아무래도 세월이 깊은 곳에 가는 게 좋겠다. 기둥 하나에도 돌 하나에도 오랜 역사가 담겨 있는 곳. 그럴 때 고궁이나 성곽 길만큼 좋은 산책로도 없다.상강 (霜 서리 상 降 내릴 강) : 10월 23일 무렵, 서리가 내리고 단풍이 짙어지는 때
기차를 타고 가을의 마지막 역에 도착하는 일 - 상강엔 마지막 단풍 놀이가 제철
* <빈틈의 온기>, 윤고은
p252.
어디에 도착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흘러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영화를 볼 때처럼.p256.
지금 내 안에 없는 것은 미래에도 일어날 수 없다. 미래는 이미 다, 우리 안에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이 가을은 닫힌 셔터 안쪽에서 봄을 준비하는 시작의 계절일 수 있는 것이다.4부. 겨울, 눈을 덮고 잠드는 계절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입동 (立 설 입 冬 겨울 동) : 11월 7일 무렵, 겨울에 들어서며 겨울나기 채비를 하는 때
긴 겨울을 함께 건널 준비를 하자 - 입동엔 까치밥 닮은 선물이 제철
p262.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 건 세상으로 출발한다.p270.
별 것 아닌 마음은 전해지는 순간 별것이 된다. (중략) 모든 선물의 꽃말은 하나. 이걸 보고 네 생각이 났다는 말.소설 (小 작을 소 雪 눈 설) : 11월 22일 무렵,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
겨울 속에 어떤 즐거움을 심어둘까? - 소설엔 별게 다 좋은 마음이 제철
p276.
삶을 지탱해주는 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기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색니다. 사소한 것들은 실은 그 무엇도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p277.
행복이란 게 결국 따 그만큼인 것 같다. 아무리 작더라도 내이릉ㄹ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p282.
그러고 보면 겨울이란 계절은 여행지 같다.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틈틈이 준비물을 챙기고, 도착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자꾸 적어두게 되는 걸 보면.대설 (大 큰 대 雪 눈 설) : 12월 7일 무렵, 큰 눈이 내려 보리를 포근하게 덮어주는 겨울날
눈은 보리의 이불, 우리의 오랜 기쁨 - 대설엔 눈사람 순례가 제철
p288.
물론 첫눈에도 '공식'은 있다. 서울은 첫눈은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目)으로 본 눈(雪)이 관측되어야 공식 기록되고 발표된다.동지 (冬 겨울 동 至 이를 지) : 12월 21일 무렵, 한 겨울에 이르러 밤이 가장 길어지는 날
긴긴밤, 돌아보면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고 - 동지엔 '김칫국 토크'가 제철
p306.
일만 하다가 한 해가 다 간 것 같고, 기념할 만한 일이 좀체 없었던 것 같지만 얘기하다 보면 알게 된다. 돌아보면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는 걸. 예고 없이 슬픈 일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기다리면 다시 웃는 일도 생기는, 그게 삶이기도 하다는 걸.소한 (小 작을 소 寒 찰 한) : 1월 5일 무렵, 작은 추위 속 겨울 풍경이 선명해지는 때
겨울이 문을 열어 보여주는 풍경들 - 소한에 ㄴ탐조와 겨울눈 관찰이 제철
p313.
겨울은 새로이 보는 계절이다. 거기 원래부터 있었지만 무성한 꽃과 잎에 가려져 있던 것들, 때로는 내가 보려하지 않아 못 보고 지낸 것들을. 이 무렵의 자연을 두고 흔히 스산하고 볼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채워져 있지 않아서, 여백이 생겨서 비로소 볼 수 있게 되는 것들도 많다.대한 (大 클 대 寒 찰 한) : 1월 20일 무렵, 큰 추위가 찾아오는 한 해의 마지막 절기
내가 나여서 살 수 있는 삶이 있다면 - 대한엔 겨울 아지트가 제철
p327.
겨울의 어원을 옛말 '겻다'로 보는데, '겻다'는 '머무르다', '집에 있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p329.
매서운 겨울이 '아늑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묘한 일이다. 차가운 눈을 보며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도. 겨울만이 알게 하는 그 따듯함과 아늑함에 기댄채로 우리는 봄을 기다린다.(★)
책을 읽을 때에는 나도 제철행복을 누르겠다고 하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이번 생은 망했다. 누군가에게 슬럼프가 있다고 하고 삼재가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긴 터널은 나도 처음이다. 처음에는 나를 비난했는데, 사실 이렇게 괴로운 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지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것들 때문이라는 (말이 거칠어진다) 생각이 도달하자 쓰레기 때문에 나를 미워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는 원래 남이 한다고 하니, 이 글을 옮겨 적는 올해는 나도 제철행복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