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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8.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23. 15:38

    짐 알칼릴리

    추천의 글, 김겨울

    p5.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글에는 활기가 돈다. 자신의 사랑을 낱낱이 담고 싶어서, 어떻게든 이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서 애쓰는 덕이다. 짐 알칼릴리의 글에서도 그런 활기가 느껴진다.

     

    본문

    p12.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종교에, 어떤 사람은 다른 이데올로기에, 어떤 사람은 신념체계에 의지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심스럽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서 자연에 대한 사실을 추론하는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이것을 과학적 방법론의 전형적인 특징이죠. 세상을 이해하려는 여러가지 진리 탐구 방법이 모두 똑같이 유효하다고, 과학 특히 물리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그 중 한가지에 불과하다고 저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이야말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죠.
    p63.
    한 계에서 그 구성요소들의 집단적 행동으로부터 계의 속성이 어떻게 창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물리학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덧붙이는 일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 (Philip Anderson)은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유명한 논문의 제목에 이런 관점을 잘 요약해놓았죠.
    p73. 
    그럼에도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돌파구 중에는 실제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이끌어 낸 것이 아니라,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통해 논리적으로 이끌어낸 결론들이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가설을 세우고 나서 그 결론을 검증할 수 있는 상상속 실험을 고안한 것이죠. 이런 실험을 실제로 진행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논리와 추론의 힘만을 이용해서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되어주죠. 제일 유명한 사고실험 중에는 아인슈타인의 것도 있습니다. 이 사고실험은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죠. 물론 그의 이론이 완전히 발전한 다음에는 실제 실험을 통한 검증도 가능해졌습니다.
    p80.
    그런데 빛은 다릅니다. 빛은 이동하는 데 매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질을 기준으로 그 속도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 진정한 정지 상태에서 빛의 '진짜'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사람도 사라집니다. 이로부터 아인슈타인은 서로의 상대적 속도와 상관없이 모든 관찰자에게 빛은 똑같은 속도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동안 우리에게 그 어떤 가속이나 감속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p86.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현상을 4차원 시공간 안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 안에서의 공간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 둘 다 그저 관점의 문제에 불과하죠. 어느 관찰자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다른 관찰자 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일단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면 모두의 의견이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공간 각각에 대한 개개인의 관점은 상대적이지만, 둘을 결합한 시공간은 절대적입니다.
    p88.
    중력은 시공간의 곡률로 정의되는데, 이것은 중력이 공간의 모양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됩니다. 시공간 안에 박혀 있는 우리에게 이 영향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볼 떄와 비슷하게 시간이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중력장의 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더 편평한 시공간 영역에 있는 시계에 비해 중력이 강한 곳에 있는 시계는 더 느리게 갈 것입니다.
    p89. 
    중력은 대단히 실질적인 의미에서 시간의 흐름을 늦춥니다.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항상 시간의 흐름이 가장 느린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천천히 늙으려고 하는 것이죠. 정말 아름다운 설명이 아닌가요?
    p113.
    빅뱅은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보이는 우주만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 전체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공간 영역이 있고, 그 공간에는 자체적인 빅뱅이 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다중 우주의 개념을 설명하는 한가지 방법입니다.
    p125.
    양자역학은 인간이 고안한 과학이론 중에 가장 흥미진진하면서 동시에 가장 난해한 이론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p134.
    하지만 양자척도에서 물질을 연구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뉴턴역학을 포기하고 양자역학의 아주 다른 수학을 이용해야 합니다. 보통 슈뢰딩거 방정식(Schr:odinger's equation)을 풀어서 '파등함수(wave function)'라는 양을 계산하죠. 파동함수는 개별입자가 명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양자 상태(quantum state)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방식을 기술합니다 파동함수는 단일 입자나 입자군의 상태를 기술할 수 있고, 그 값은 확률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어떤 속성을 측정했을 때 그 속성이나 공간 속 위치를 가진 전자를 발견할 확률 말이죠.
    p174.
    요약하자면 사실 우리 우주는 아마도 완전히 결정론적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가 미래에 어떻게 진화할 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확실히 알지 못하니까요. 왜냐고요? 양자수준에서 계를 관찰하려 들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그 계를 교란하게 되어 관찰 결과가 뒤바뀌기 때문이죠. 또 한 계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그런 불확실한 부분들이 쌓이다 보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지 절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p189.
    이쯤에서 중간 점검을 한번 해보죠. 자연의 네 가지 힘 중 세 가지는 양자장론으로 셜명이 됩니다. 전자기력과 약한핵력은 전약이론(electroweak theory)을 통해 하나로 묶이고, 강한핵력은 양자색역학으로 기술되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 세가지 힘을 하나로 연결하는 이론을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이라고 합니다.
    p217.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빅뱅이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빅뱅이 시간과 공간 모두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이었으니까요. 스티븐 호킹과 제임스 하틀(James Hartle)이 내놓은 '무경계제안(no boundary proposa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시계를 거꾸로 돌려 빅뱅에 점점 더 가까워지면 시간이 그 의미를 잃고 공간의 차원과 더 비슷해진다는 개념이죠. 이 개념에 따르면, 우주가 기원한 지점에 가면 매끈한 4차원의 공간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구에서 남극의 남쪽에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이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로 빅뱅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죠.
    p281.
    하지만 과학에서는 결코 무언가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중에 그보다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여 우리가 찾는 궁극의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
    전문 영역을 일반인인 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다고 믿어야 할 듯 하다. 그럴듯한 기분만 낸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내가 교양인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싶다. 제목과 다르게 어려워서 물리학을 사랑은 우선하고 가까이 가기도 두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농담도 하면서 말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