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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론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23. 15:57
서메리
p6.
내가 '인생의 책'으로 그토록 다양한 책을 꼽아온 데는 또 다른 중요한 까닭이 있다. 내 인생의 책은, 내 삶을 지탱해주고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안겨준 책은, 실제로 한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시간을 겪고, 나이를 먹고, 몸도 마음도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인다. 인생이 이렇게 변하는데, 인생의 책이 어떻게 딱 한권에 머무를 수 있을까.p7.
말의 열쇠가 열어주는 문들을 하나씩 열고 나갈 때마다,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었다.p37.
발전은 늘 누군가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슬프게도 그 '누군가'에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예외없이 포함되어 있다. 슬슬 윤곽을 드러내는 변화의 물결이 나를 먼저 덮칠지 은행원 친구를 먼저 덮칠지, 아니면 쓰나미만큼 거대한 파도로 우리 모두를 동시에 휩쓸어 버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순서와 가능성을 재고 따질 시간에 나뭇가지로 엉성한 뗏목이라도 만들고 있자는 것이 지금의 내가 태한 초식동물의 생존전략이다.<전환적 경험> L.A. 폴
p45.
사실은 이렇게 간단한 것이다. 내 기준으로 내 인생의 길을 선택하고, 그것이 일반화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 서로의 생활을 무의미하게 비교할 일도, 소중한 사람끼리 불편해질 일도 없다.p49.
아무튼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 인생은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기 보다 '그 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에 가까우니까.<가든 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p97.
'미안해서'라고, 그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미안함과 겸연쩍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나는 그들이 '도망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본인의 책임을 희석하고 문제에서 발을 빼기 위해 사정을 방패 삼아 도망치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길고 구차하게 상황을 에두르기보다 간결하고 솔직하게 핵심을 고백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애초에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p115.
'내 삶'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흔쾌한 승낙으로 상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나를 갈아 넣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고민을 해야 할는 상황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p119.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 어린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 붙였던 그 힘든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됐다. 그 과정 역시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 문제의 사소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리라.<알함브라>, 워싱턴 어빙
<코스모스>, 칼 세이건
<황무지>, T.S. 엘리엇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p169.
진짜 나쁜 것은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다. 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인 것이다.p184.
세상은 늘 달리라는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ㄷ. 사람을 만나도, TV를 켜도, 책을 펼치거나 인터넷에 접속해도, 언제나 끝없이 뭔가를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만 가득했다. 달리고 있는데도 늘 부족한 기분이 들었던 건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p219.
오늘이 바닥이라고 해서 내일까지 바닥인 것은 아니다. 어느 번역가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라고 멋들어지게 의역한 덕에 더욱 유명해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처럼,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테니까. 오늘도 우울이 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괜찮다.(★)
이 책은 나의 독서 편식을 타파하고자 하는 기대로 시작했으나, 결론은 많이 찾지 못해 아쉽다는 것. 그러나 프리랜서로서의 삶의 고달픔은 간접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