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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1. 섬 - 멀어서, 그리운 것들 오롯하여라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23. 19:50

    박미경

    p5.
    우리나라에는 3천여 개가 넘는 섬이 있으니 일일이 그 이름들을 줄 세우기 어렵다. "푸른 비단 보자기 위에 공깃돌을 뿌린 것 같다"는 옛 사람의 표현이 그저 어울린다.

     

    문갑도 (2005.1)

    '문갑아가씨'와 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 / 김현기, 김춘순 씨 부부

    p30.
    "자식하고 허물이 있어도, 부부 간에는 허물이 없지요. 속곳 속까지 다 본 사이니께요. 너무 허물이 없으니, 서로 고맙다, 이쁘다 그런 말도 안 하고 살아요. 그래도, 저 사람이 마음씨가 참 얌전해요. 내가 더 이상 안 섧어진 게 저 사람 만나 산 세월 부터니께..."

     

    연도 (2004.7)

    사람과 사람 사이, '사잇길' 따라 달린다 / 집배원 강중환 씨

    p41.
    "다 어릴 적부터 봐온 분들이라 모두가 아짐이고 아재지요. 제가 맘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섬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요. 누구라도 그렇게 한다니까요."

     

    백야도 (2004.11)

    '흰 이끼 섬'의 마지막 사공 / 도선주 임흥운 할아버지

    p50.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는 노랫말이 있잖아요. 한겨울 새벽에 찬바람이 부는 바다에 혼자 배를 띄우다보면 절로 돈이 차마 뭐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 시각에 나가는 손님도 없을 것이지만은, 그래도 배는 선창에 있어야 하니까, 한없이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지요."

     

    모도 (2005.2)

    '띠섬'의 유일한 점방, 그곳의 '슈퍼 할매' / '모도수퍼' 장홍자 할머니

    p62.
    "살다보니, 오늘 이런 세상이 내일 저런 식으로 절로 바뀌는 것을 많이도 겪어요."

     

    효자도 (2005.4)

    효자도, 그 섬에는 효자가 자란다 / 섬의 유일한 어린이, 신정원

    p64.
    요즘은 찾아가는 섬마다 바다에 산물들이 없어진다는 한숨 소리가 높지만, 섬에서도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있다. 바로 젊은이와 아이들. 젊은 사람들이 다들 뭍으로 나가니 자연 아이들도 없고, 아이들이 없으니 분교들마저 폐교되는 바람에 다시금 섬에 드는 젊은이와 아이들이 없다.

     

    남해도 (2000.12)

    유년의 기억 속에 등대를 세우고 / 미조초등학교 아이들

    p78.
    이미 오래전에 성년의 나이를 지났음에도 가끔씩 발길 놓을 곳을 잃고 먹먹해지는 우리에게도 등대같은 마음의 지표 하나, 그리움의 선돌 하나 꼿꼿이 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해바닷가 작은 마을 '등대가 보이는 학교'를 돌아 나오며 하게 된다.

     

    웅도 (2004.5)

    먼 세상을 떠돌다 돌아온 섬 토박이 / 김용호 할아버지

    p85.
    또 갯벌도 '밭'이라지만, 수평선을 두고 물 자락이 찰랑거리는 갯바닥에 소가 되새김질을 하며 서 있는 모습이나 갈매기 울음소리 사이에서 듣는 '움머' 소리는 기묘하다. 특히 바다에 해무라도 낀 날이면, 아연 시공의 개념이 허물어진다.

     

    형도 (2004.10)

    그대로 삶의 종결 문구는 '감탄사' / 최고령 섬 주민, 나난화 할머니

    p98.
    '나나마나 한' 거라는 이름을 받아 '쬐끄만 몸뚱이'로 평생 갯일, 부엌일, 피붙이들 바라지로 살아온 나 할머니. 물살에 서서히 깎이는 모래톱처럼, 기대 살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나보내면서 조금씩 허물어져서는, 이제 정말 몸도 마음도 '쬐끄매진' 할머니다. 

     

    청산도 (2004.9)

    돌고 또 돌면, 길은 언제고 이어진다 / 택시기사 정만진 씨

    p106.
    다만 그의 차는 '신삥'이요, 그 역시 이 섬의 '젊은이'이다. 또 하루 이틀 사흘... 뭍과 섬 사이의 물길은 막혀도 청산도 섬 안의 길은 매일 아침 열린다. 길이, 매일 아침, 그의 눈 앞에 열리는 것이다.

     

    선재도 (2004.8)

    바다, 갯벌, 햇살 그리고 눈먼 아버지 / 실명한 어부 아버지 곁을 지키는 아들 김연용 씨

    p112.
    눈먼 이가 바다에 드나드는 일을 위험천만하다며 모두들 불안해했으나, 그는 아버지를 말리지 않았다. 바다 밑 바닥에 말장을 박는 일이, 다시금 세상 바닥에 삶의 의지를 단단히 박는 일임을, 그 말장 사이에 그물을 치는 일이 물고기가 아니라 스르르 빠져나가려는 삶의 희망을 다시 모두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 말장 : 정치망 그물을 치기 위해 바다에 박는 말뚝

     

    이작도 (2005.3)

    아직도 저 바다에 '일류선장'이 있다 / 대양호 선장 정규관 씨

    p126.
    빈 배가 물 표면에 깊이 박힌채 되돌아오는 것은, 빈 배로 되돌아와야 하는 뱃사람들의 무거운 마음을 실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끌고 당기고 부리고 젓고 꿰고...... 지난 삼십 년 동안 그가 잠든 시간을 제외하곤, 심지어 그의 마음이 허공을 휘젓는 동안에도 단 한번 쉬어본 적 없어서, 겯고 옹이 져 남들보다 배는 더 부피를 키운 그 손이, 다시금 빈 배의 벼릿줄을 뚝말에 건다. 다시 풀릴 그 때를 위해, 다단하되 언제든 풀릴 수 있는 매듭의 형태다.

     

    풍도 (2008.7)

    아무것도 없거나 허다하게 많거나 / 이장 김계환 씨와 '미쓰 고네 야외다방'

    p133. 
    "그래도 우리 섬에는 조선 땅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있어, 풍도대극이라고, 봄이면 온 산에 발에 채일 정도로 더이덩이 무리지어 피지. 또 왼갖 꽃이 지천이라. 꽃 필 철이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꽃을 따라서 들어와."

     

    거문도 (2004.12)

    오래 등대에 선 사람, 등대를 닮다 / 등대원 한봉주 소장

    p146.
    산에 산 사람 산을 닮고 바다에 산 사람 바다를 닮는다더니, 이젠 어디에 서 있더라도 그 스스로 불빛 나만한 등대가 될 줄 아는 그이다.

     

    호도 (2004.6) 

    섬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8할이 학교 / 호도분교 아이들

    p148.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학교에 온다. 평일에는 '공부하러' 오고, 휴일에는 '놀러' 온다.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10분이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집과 학교의 거리가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이 섬 안에는 학교만큼 아이들에게 '인력'이 작용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재도 (2008.11)

    만재도는 당신의 꿈 속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 / 섬의 마지막 잠녀들

    p167.
    기저귀 벗으면서부터 물에 들어가 놀다가 어느 날 바구니 들면 그때부터 잠녀가 됐다고 했다. 한때는 쉰 명이 넘었던 만재도 잠녀들은 이제 겨우 일곱 명이 남았다. 나중에는 누가 있어저 '너는 기분'을 전해 들을까.

     

    볼음도 (2008.5)

    멀어서, 그리운 것들 오롯하여라 / 섬의 농군 전장록 씨

    p177.
     "이북과 가까우니 겨울이 추워. 겨울은 추워서 싫고, 여름 가을은 농사일로 바쁘고, 그러니 봄이 젤로 좋아."
    p180.
    "가을에 와요, 고구마 캐고 그럴 때. 그때 와야 푸지지, 아직은 섬이 줄 것이 없어."

     

    우도 (2016.8)

    기어이 그 바다를 살아낸 '똥군해녀' / 해녀 공명산 할머니

    p193.
    "나는 해녀 중에서 '똥군' 해녀 였어요. 우두머리 해녀를 대상군, 그다음을 상군, 중군, 하군이라 부르는데, 똥군은 하군 중에서도 제일 아래야. 얕은 데만 들어가서 소라 잡고...... 안 좋아하는데 하니까, 깊이를 못 들어간 거야."

     

    굴업도 (2016.9)

    일상의 힘으로 섬을 '지키다' / '굴업도민박' 서인수 최인숙 씨 부부

    p203.
    "섬에서는 놀고는 못 살아요 갑갑해서. 뭐라도 일을 해야지요."
    "그렇게 움직이고 부지런히 일하면 뭐든 얻어요."
    "생각해보면, 굴업도는 하늘이 주신 선물 같은 섬이에요."

     

    소무의도 (2016.8)

    시보다 더 시 같은 생애 지천이다 / 김해자 시인과 '시 안쓰는 시인들'

    p222.
    "문맹이기 때문에, 더 몸으로 기억해요. 글을 못 읽으니 자꾸자꾸 되새김을 해서, 머릿속에 잘 정돈된 서랍이 층층이 있는 거 같아요. 어느 서랍을 열어도 기억이 또렷하지요. 이분들이어야 말로 걸어다니는 박물관인데...... 그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
    우리 나라에 섬이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불편한 것도 교육의 문제도 여러번 뉴스나 다큐로 방송되어 책의 내용이 생소하지만은 않지만, 섬에서 살아보지 못한 자의 무지는 "낭만"과 "생존"의 경계를 위태하게 오고 간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