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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2. 24. 10:00
정지우
* 문예출판사
프롤로그. 글 쓰는 '몸'을 만드는 일
p6.
내가 아는 한 글쓰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만한 강연이나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글쓰기란 '머리'로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p8.
글을 쓰는 사람들은 백지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해녀들과 같다. 해녀들도 때로는 저 요동치는 바다가 두렵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해저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중략) 그러나 그들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평생 해온 일을 오늘도 해낸다. 글 쓰는 사람도 때로는 백지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막막함에 몸부림치다가도, 손을 키보드에 올려 놓고, 첫 문장을 걷어내고 또 다음 문장을 적어내다 보면, 어느덧 자신이 그 익숙한 바닷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1장. 쓰는 법
첫 문장을 기다린다
p19.
세상일이란 대개 그런 게 아니낙 싶다. 자기에게 꼭 맞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아가야 간신히 어느 정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걸 알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일이든, 글쓰기든 크게 보면 다르지 않은 구석이 있다.시작할 동기
p22.
그러므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데 좀처럼 잘 안된다면, 거기에 다양한 목적을 덧붙여보면 좋다. (중략) 사실,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니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이 아니면 아예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시선의 힘을 드러내는 일
p25.
대상을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상화하는 것, 규정하는 것, 바라보는 것이 곧 글쓰기이다. 그래서 대상 자체가 나의 시선에 의해 고유한 가치를 지닌 세상 유일한 존재로 재탄생하는 것이 글쓰기의 과정이다. 물론 그 대상에 대한 증오나 적대감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도 미리 규정된 악을 그 대상에 댕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으로부터 출발하여 결국 옳음이나 그름의 기준으로 이르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글은 그저 한 줄로 정리되는 선언의 반복에 지나지 않고, 대상은 예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나 증오와 같은 긍정*부정을 넘어서, 그러한 글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글쓰기가 대상에 대한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상을 만지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결론은 따라온다.p27.
결국 글쓰기는 우리의 고유한 시선을 찾아나가며, 그 시선 안에 머무는 일이다.오감의 세계, 감각의 교차
p28.
글의 전달은 기억을 토대로 한다. 보는 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전달하는 영상과 달리, 글 읽기를 통해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가 접속한다.p29.
언어의 세계는 상상으로 탄생한, 이 세상에 없는 세계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하다 보니, 실제로 무언가를 '느끼게' 만드는 세계가 되었다.p30.
나는 자주 우리 삶이 그저 삶을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서 박탈되었거나, 타인들보다 결핍되었다고 상상하면 나는 정말 그런 존재가 된다. 내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보다 느리거나 빠르다고 상상하면 내 삶은 정말 그런 삶이 된다. 하지만 내 삶을 그너 내 삶으로 상상하면, 내 삶은 그저 내 삶이 된다.'지연'과 '절제'
p34.
나아가 그렇게 지연한 시간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 반대보다 훨씬 이 세상에 좋은 일이 된다.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시간, 자극을 통해 사라지거나, 단순하게 처리되며 정의되는 대상, 쉽게 규정하고 재생산되는 언어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 모든 것을 멈춘 채 바라보며 대상이면, 인간이면의 풍요로움을 발견해가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 이롭다.'무맥락'에 대한 인식
글쓰기는 거리두기이다
p39.
글쓰기는 거리두기이다. 터져 나올 듯한 비명, 내 안의 요동치고 끓어 넘치는 감정, 나를 금방이라도 휩쓸어버릴 것 같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버리면, 그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그저 비명 지르고, 소리치고, 울고 끝나는 일이다.'단문 쓰기' 유령
p45.
대체로 앞에서 말한 문장이나 글쓰기 가이드라인에 강박적인 사람들은 폭력적인 영역에서 폭력적인 경험으로 글쓰기를 익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자기 글을 객관화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과 특정 스타일을 강요당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타자를 붙잡는 기술
p47.
글쓰기는 철저히 혼자 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항상 타자와 함께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쓰고 있는 글 너머의 타자를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다라 글의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지지받고 있다는 느낌
p53.
글쓰기는 혼자 고독 속에서 고고하게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결국 그 고독 너머에 있는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글을 계속 쓰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를 지지해주는 존재가, 그 누군가가, 그 무언가가 있다.에세이 쓰기의 원칙
p54.
우선 에세이는 '정서'를 중심에 둔 글쓰기 장르다.p55.
그리고 에세이는 그 정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균열을 일으키며,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에 파열음을 낸다.p55.
에세이는 그렇게 솔직함을 마주하는 과정, 다시 말하자면 정확한 솔직함, 섬세한 진실성, 오직 자기만의 정서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좋은 에세이는 모두 정확한 솔직함을 담고 있다. 스스로를 왜곡하거나, 과장하거나, 은폐하거나, 자기를 방어하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를 마주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에세이가 일기와 다른 점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보편적인' 공감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많이 쓸수록 좋다
p58.
글쓰기는 많이 할수록 좋다. 욕망이 걸러지기 때문이다.p59.
지식이 많고, 사유가 깊고, 많은 것을 익히고 생각한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쓴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글은 계속 쓸 사람만이 잘 쓰게 된다.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는 여정
p62.
그렇게 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려면 무엇보다도 성취의 경험이 필요하다. (중략) 아주 작은 성취여도 좋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이 순간만큼은 나의 방식이 옳다는 경험들이 누적되어 삶 속에 작은 확신을 이루고, 그런 확신들이 모여 자기의 스타일이 된다.'과거의 나'를 상상하는 일
p67.
나를 휩쓸어가던 현실로부터 살짝 벗어나고, 현실을 잠시 잊고, 삶에서 누락됐던 어떤 측면에 몰입하게 된다. (중략) 자본과 사회의 흐름은 그런 측면을 잊게 만들고 사람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이지만, 사실 잊어서는 안 될 측면이 있음을 글쓰기가 잠시나마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글 쓰는 일이 세상 어떠한 일보다도 특별한 곳에 자리 잡기도 한다. 세상은 이미 무가치하다고 여기지만 결코 무가치해질 수 없는 영역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수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인풋과 아웃풋의 통로
p69.
삶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인풋이 부족하거나, 인풋은 많은데 내 안에 적체되어 고인 물이나 막힌 댐이 되어버린 경우일 듯 하다. 특히 들어온 것들이 나가지 못하는 건 삶이 꽉 막혀버린 채 병들어가는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딴지 걸어줄 사람
p72.
사실 이런 과정으로 거의 모든 작가, 교수, 문인들이 평생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오히려 글쓰기가 퇴화된다. 일단 등단을 한 작가에 관한한, 그의 글은 '스타일'의 영역이 될 뿐, 우열이나 옳고 그럼의 영역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들도 그의 글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러워지고, 자기 자신도 '칭찬' 위주로만 듣게 되다보니 점점 아집이 강해진다.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을까
누가 작가인가
p79.
결국 작가라고 느끼는 데는 두 가지가 핵심인 셈이다. 하나는 나를 작가로 여겨주는 사람들의 존재. 둘은 나 자신이 현재진행형으로 글쓰는 사람일 것.비판하고 옹호하는 글쓰기
p83.
글을 쓸 때, 사회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삶에 관해서는 최대한 옹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달리 말하면, 사회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되, 삶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2장. 쓰는 이유 - 쓸수록 더 중요해진다
백지를 사랑한다
언어가 나를 빚는다
p94.
물론, 때로 언어는 나의 우군이라기보다는 나를 나쁜 방식으로 규정하게 하거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히게 하고, 그로써 삶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언어는 나쁜 친구와 비슷한 셈이다.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면 좋은 친구를 잘 사귀고 소중히 대하는 일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언어로 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좋은 친구 같은 그런 언어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삶에서 꼭 필요한 기반을 얻게 된다. 좋은 언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이자 든든한 우군을 갖게 되는 일이다.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존재
p97.
마음의 치유라든지, 삶을 살아내는 힘이라든지, 세상과의 화해 가능성 같은 것은 상당 부분 '구술'과 관련되어 있다. 대개 자신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조리있고 정확하게, 의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삶과 화해를 이루어간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화를 내고, 울고, 더이상 말하지 못한 채 입을 닫아버리고, 신경증적인 반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삶에는 아직 제대로 말해져야만 하는 게 더 남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아가 자기 삶의 상처들을 어느덧 웃으며 말하고, 그 위에 유머를 더하고, 하나의 서사로서 부드럽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면, 그는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봐도 될 듯하다. 그러니 사람은 계속 말해야 하고, 사람에게는 말할 창구가 필요하다.쓸수록 더 중요해진다
p99.
무엇이든 계속하면, 그것은 세상에도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 된다.구멍을 메우려는 시도
p105.
나의 결점이야말로 내 삶이 가야 할 길의 가장 결정적인 힌트가 되어주는 셈이다.사랑은 글쓰기와 닮았다
내 삶을 보다 정답게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 전적이다
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자를 통하 우주
p122.
삶이 감각의 수면 위로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면적이 ㄴ깊이로 이해되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만의 어어를 가져야 한다.가장 진실한 방식
p126.
글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자신의 상상력으로 자기 자신을, 세계를 대하는 법을 알게 한다. 시간을 무수히 잘게 쪼개어 그 틈마다 새겨진 비밀들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또한 그 시간으로부터 규정되는 우리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게 하고, 우리를 언어의 힘으로 지탱하게 하나. 우리는 바로 그 언어의 힘 위에서 이 삶을 가장 단단하게 이어갈 수 있다.상처 난 몸으로 사막을 건너듯
p127.
슬픔은 아름답지만, 고통은 아름답지 않고 때로 처절하고 불길하다. 슬픔은 어쩐지 그 속에 젖어들게 만들지만, 고통은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게 만든다. 슬픔은 삶을 위로하고 머물게 하지만, 고통은 삶을 무너뜨리거나 나아가게 하고 극복하게 한다.가라앉을 것 같은 날일수록
p130.
삶을 가장 절망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 관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고 싶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의 현실이 나의 이상에 미치지 못할 때, 사람은 답답함, 좌절감, 절망감, 권태감, 분노감에 빠져든다. 그런데 삶에서 이상과 현실은 대개 서로 맞을 수 없기에, 결국 중요한 것은 이상의 실현보다는, 이상이 실현되지 않는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가 아닐까 싶다.내 글은 내 것이 아니다
모든 시절의 고고학자
그를 위함으로써 나를 위하는
세상에 대한 예의
책을 출간하고 나면
단 한 명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3장. 쓰는 생활 - 그것을 믿는 사람은 이미 작가다
왠지 기분 좋은 글
학창 시절에는
p162.
한 분야의 일들이 되는 일에는 재능도 중요하겠으나, 각자의 인생이라는 것에는 역시 재능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결국에는 어느 시절 얻어맞듯이 깨달았던 자기 삶의 방향이라는 것에 못 박힌 뒤로는, 그 마음을 따라 인생길도 걸어가게 된다.쓰는 사람은 좋은 것을 얻게 된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글쓰기의 '가성비'
매일 쓰면 일어나는 일
p178.
그렇게 글쓰기는 내가 홀로 처절할 때 나의 유일한 우군이었고, 반대로 내가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책임지고 고려하며 매만져야 할 때는 내 마음을 보다 올바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수선공이 되어주었다.세상을 걸어다니며 쓰기
한 줄 평 시대
백지와의 관계
글 쓰는 직업의 두 경향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쓴다
남다른 고집을 부려보는 삶
p198.
내가 아는 한, 그렇게 꿈에 다가간 모든 사람은 확실히 남들과 다르게 살았고, 보다 모험을 했으며, 자기 꿈에 대한 집착을 잃지 않았다. 세상에는 그런 삶의 방식이 분명히 존재한다.자아를 옮겨 탈 수 있는 능력
p199.
자아에는 항상 피로감이 누적된다. 내가 감당하고 있는 하나의 자아가 있다면, 그 자아는 늘 무거워지기 마련이다.진실의 조각을 주워 담는다
몽상의 매혹을 아는 사람
사랑이 모호할 때, 로맨스 소설을 읽자
p212.
소설이 삶의 정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그보다 소설은 무수한 욕망의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아마도 소설의 성공이란, 얼마나 정확하게 우리의 욕망을 직시하게 하는가, 우리의 의식적인 욕망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온갖 욕망을 얼마나 날카롭게 벼려내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 욕망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삶을, 우리의 관계를, 우리의 세계를 파괴하는지, 혹은 살려내는지까지 드러내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게 훌륭한 소설 속에는 우리의 삶보다 더 정확한 삶이 담겨 있다.유혹을 바란적 없는 몸짓은
그 삶을 회수하여 이 공간으로
4장. 쓰는 고통 - 글쓰기에도 싸움이 필요하다
살기 위해 쓴다
좋은 글은 통념과 싸운다
이야기되어도 괜찮은 이야기
p234.
하기 싫은 것도 그냥 해보면 괜찮은 것이다. 절대 할 수 없다고 믿던 것도 막상 시작해보면 그 나름의 흐름에 이끌려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세상이, 삶이 나에게 열린다고 느끼게 된다.누구에게 인정받는가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p240.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한다면, 그저 나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더 넓고 더 다채로운 세계와 맞닿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쓴 글을 통해서 더 멀리까지 여행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나 이상의 것을 말하지 않기
p242.
매일 글을 쓰는 이유도 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함이지, 스스로 분열되거나 누군가를 속이거나 그를 통해 무엇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불편함이 없는 글은 없다
p245.
타인의 존재 자체, 타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 타인의 시선 자체가 나의 존재에 때론 지옥 같은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어서, 표현하는 사람이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나의 표현은 그 누군가를 반드시 불편하게, 때론 불행하게 만든다.글쓰는 사람에겐 증오가 많다
자존감은 제대로 쌓는 법
p253.
여전히 내 곁의 사람들이 내게 매일의 힘이 된다. 그것이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작은 인정과 관심의 끈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나의 자존감이란 내 안에 쌓인 단단한 영혼의 힘이라기보다는 매일 주워 모으는 조약돌 탑 같은 것이다. 나에게 삶이란 그 조약돌이 무너지지 않게 매일 다듬고 모으고 쌓아나가는 일이다.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p258.
여기, 알려지지 못하는 삶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느낄 때는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다. 정말이지 내가 아는 것은 너무 없다. 알아야만 하는 말해지지 않는, 돌릴 수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다.프로 혹은 프리랜서
p259.
프리랜서로 사는 것의 가장 큰 어려움은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소속과 지위는 자기 증명의 책임을 덜어준다.결과는 버텨낸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p266.
우리는 늘 어던 삶을 택하면서 어느 삶을 버린다. 그리고 지나간 삶의 흔적들을 만나곤 한다.미워하는 마음을 마주하기
개인성을 옹호하며
p273.
그렇게 보면, 한 사회에 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일이란 사회와 함께 변해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글너데 이떄의 변화란 사회에 적응하다는 뜻은 아닐까 싶다. 그보다는 오히려 변해가는 세상에서 또다시 맞서 싸울 지점들을 계속 새로이 찾아 나서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프로가 지겨움을 이겨낸다면
p275.
삶이나 세상에 피룡한 게 있다면 그것은 어떤 '힘'일 것이다. 그 힘은 타인들한테서도 받을 수 있지만, 결국은 자기 안에서 장애물들을 계속 극복하며 얻어낸 것이 가장 온전한 자기 삶의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낡아빠진 언어들
창작자들은 창작만 하지 않는다
p283.
삶이란 근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이다.좋은 삶을 살려는 의지
내 글에 더 이상 나은 것이 없다면
에필로그.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p295.
사실 글쓰기는 내 안에서 일어나지만, 동시에 이 드넓은 세상, 그리고 타인들과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 우리가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부산에서 독립서점을 들렸다 추천 받은 책이었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의 글쓰기 책이라니... 나중에 독서 모임에서 이 책 이야기를 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작가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했지만, 온유 작가의 책과 비교했을 때 성격은 다르고 톤도 다르지만 글쓰는 사람들의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두 번 정도 읽었는데,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세번 정도 읽으면 나도 글을 써볼 생각을 할까?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글쓰기 책을 읽는다 해도 결국은 내가 써야만 쓰는 것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