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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3. 사랑의 중력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2. 26. 10:00

    사라 스트리츠 베리

    * 작가 소게를 보니, 한림원 최연소 최초 여성 종신회원을 작가가 포기했다고 한다. 노벨상 관련 그 한림원.

    * 문학동네 / 박현주 옮김

     

    마지막 환자 / 올로프

    p12.
    보이지 않는 철창살이 그와 세계 사이에 내려왔다.

     

    I.

    첫번째 대화

    p22.
    일종의 실험이었어. 이번에는 자유낙하하는 기분이더라. 나는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어.
    p27.
    "난 절대 늙지 않을 거야.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게 살았어. 살기를 원한 적 없다. 정말로 원한 적은 없지. 너같이 원한 적은."
    p30.
    그들의 삶 또한 금박을 입힌 고상한 것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위로 떠오른 채 홀로 떠다녔다. 자기 자신 안에서 황금 마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두려움을 샀다.

     

    p48.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 적은 없었어.

     

    마지막 환자 (여전히 빛을 받으며)

    p54.
    이제는 당신이 스스로 희망을 지녀야 할 때입니다, 올로프.

     

    1986년 3월, 스토라만스

    p70.
    나는 어느 모로 보나 로네를 닮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 보면 보이는 건 거의 그의 얼굴이었다. 짐의 얼굴. 가느다란 진청색 두 눈, 변덕, 공허.

     

    p72.
    해는 너무나 빨리 졌다. 한순간 도시 위로 햇빛이 깔렸다가 그 심장부가 빛나더니 곧이어 자루 속에 처박힌 듯 캄캄해졌다.

     

    지도(슬픔의 건축)

    p83.
    건축 원칙은 경제성, 금욕, 엄격함, 간결함이다.
    p85.
    1900년 말경 대형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은 사천사백 명 정도였다. 오십 년 후에는 그 숫자가 삼만 삼천 명까지 증가했다.

     

    마지막 환자 (여전히 빛을 받으며)

    p93
    "뭐가 두렵죠?"
    "저기 바깥의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란 사실."

     

    풍경

    p106.
    "죽은 사람은 내가 아니야. 당신도 아니지. 내가 여기 있어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 뿐이야. 바깥세상마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인거지."
    p138.
    마리온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듯 보인다. 그애가 거기 빛 속에 서 있는 걸 보았을 때, 처음으로 나는 그가 오롯이 자기 자신만의 존재라는 걸 이해한다. 그리고 그 애에게 행복과 상심을 가져다줄 사람이 수없이 많으리라는 것도. 단지 나만이 아닐 것이다.

     

    p141.
    짐은 다시 맑은 정신이고 그의 목소리는 이전, 한참 전과 똑같이 완벽하게 상냥하다. 불현듯 그는 이제는 내가 기억하기 힘든 짐처럼 말한다. 알코올 중독이 되기 전, 완전한 손상이 오기 전의 모습. 이전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말이지만.

     

    공활한 하는 아래 (병원 설계)

    p146.
    어둠 속에서 복지국가가 탄생했다. 실제로는 감옥인 세계 밑 바닥의 성, 불구자들과 가망 없는 자들이 침침하고 움직임 없는 및 속에 홀로 갇히고 잊힌 채로 굴러다닐 수 있는 궁전.

     

    어두운 봄

    p163.
    "떨어지는 걸 겁낼 필요 없어. 꿈에서는 다치지 않고 떨어질 수 있으니까. 멍도 긁힌 자국도 남지 않잖아."

     

    마지막 환자 (여전히 빛을 받으며)

    p169.
    올로프 팔메가 우리를 생각해준다고 믿어요. 그렇게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를요.

     

    전화 통화 (스톡홀롬 - 카리뇨)

    p176.
    옛날 정신병원이 늘 그렇잖아요. 나머지 세계와 유리된 곳, 아무도 살아서 나올 수 없는 곳.

    * 유리되다 : 따로 떨어지게 되다, 화합물에서 결합이 끊어져 원자나 원자단이 분리되다 또는 원자나 원자단이 결합을 이루지 아니하고 다른 물질 속에 분리되어 있다

     

    빈테르손의 장난감

    p182.
    "짐을 혼자 두고 싶지 않으니까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어둡다.
    "나도 혼자였어, 야키."

     

    라임나무 대로 (마리온)

    p211.
    "날아갈 시간이야, 꼬마 나비."

     

    II.

    두번째 대화 (대서양)

    p219.
    "확실히 말을 못하겠다. 안에서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겠지. 너한테 시간과 장소를 알려줄 순 없어. 시간표도, 좌표도 없으니까."
    p221.
    "내가 여기 살았던 적이 없는 것처럼 될 거야, 야키. 그리고 너는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을 거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나는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던 적이 없잖니. 너도 알잖아."
    p222.
    "모든 것이 까맣게 변하기 직전에는 공포가 없어. 그저 의식의 가장자리에 희미한 빛이 비칠 뿐이야. 시간이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고통도 존재하지 않아. 우주가 끝을 맞으면 두려워할 것도 없지. 그건 일종의 작원이야, 야키. 내게 손짓하는 낙원."

     

    흑해

    p231.
    "그럼 당신은 어때요, 짐? 당신 이냉에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래요. 난 여기 병원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p244.
    너는 계속 나아가는 사람이지.

     

    영원의 관점에서 (비타)

    p254.
    비타는 더이상 그 자리에 없다. 갑작스러운 개기일식. 검은 태양이 모래언덕 위에 걸린다.

     

    질병

    p265.
    그의 어둠 옆에 있으면서 내가 빛 속에 있다는 걸 느끼려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어둠은.

     

    마지막 환자 (여전히 빛을 받으며)

     

    잉에르 보겔

    p280.
    "이따금 그 사람들이 스스로 떠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 잠깐 한 눈을 팔아서 그들이 날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밤새 앉아서 그들을 감시하지만, 그들은 살아야 할 이유가 더이상 없어."

     

    중력, 그 유혹자여

    p301.
    "사랑이 광기라면, 우리는 그걸 격리시켜야 할 거야."

     

    영원의 관점에서 (비타)

    p308.
    "나중에 갈게요, 곧."

     

    천문대

    p312.
    "그건 짐과 같구나, 그 사람도 가라앉았다가 봄이 되면 다시 올라오곤 했으니까."
    p314.
    "소원을 빌 땐 조심해. 모든 게 현실이 되니까."
    p320.
    "당신이 지금 자유롭지 않다면, 짐, 앞으로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어요."
    p328.
    가끔은 내가 그의 마음속 공간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p330.
    항상 삶과 죽음 사이의 정확히 적정한 거리에 있는지를 확인한 사건이었어. 죽은 이를 닮기 시작한 삶에서는 너무 멀고,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두려움의 물줄기에서 느껴지는 죽음은 너무 가까운 거리.

     

    천사의 시대

    p350.
    모든 것엔 다 저만의 시대가 있어. 황금의 시대. 영웅의 시대. 천사의 시대.

     

    영원의 관점에서 (비타)

    p360.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나도 실패했기는 매한가지인걸. 하지만 너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 잊어버렸니?"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사라진다.

     

    사랑의 중력

    p367.
    "그 사람은 이젠 존재하지 않는 세계와 함께 사라졌어. 내가 아이였을 때 여기 있었던 세계. 가끔은 그 세계가 그리워."

     

    스톡홀롬의 겨울

    p387.
    "로네, 저 나무 위에 매달린 고독한 별 하나 보여요?"
    "그래."
    "그게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나요."

     

    III.

    마지막 대화 (외로움에 대하여)

    p394.
    나는 뒤에서 바닷소리가 들려오지 않나 귀를 기울이지만, 늘 열어두던 문을 마침내 닫아버렸는지 그의 주변에는 고요뿐이다.

     

    마지막 환자 (여전히 빛을 발하며)

    p405.
    1995년 겨울, 베몸베리아의 마지막 병동이 문을 닫는다.

     

    에트 미세리코르디아

    * 라틴어로 '그리고 자비를 베푸십니다.'

    p412.
    그것은 내면의 아픔 같았다. 내가 안에서부터 흘러넘쳐 뒤집힌 것처럼, 내면이 공중제비를 돈 것처럼.
    p419.
    그녀에게 광기는 희망이다. 내가 언제나 잊곤 하는 사실.
    p420.
    그러면 나를 머무르게 하는 건 뭘까? 밧줄이 아니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나를 이 세상과 이어줄까? 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존재한 적 없었어.

     

    부록. 용서에 관하여: 내가 용서한다해도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19년 2월 5일, 핀란드에서 열린 스웨덴문학협회 시상식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사라 스트리츠베리의 성찰

    p425.
    삶이 곧 시작합니다. 힘든 삶이 되겠지요. 애초부터 늦어버린 일이 너무 많습니다.
    p420.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에까지 뻗어갑니다.
    p427.
    용서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용서할 수 없는 일뿐이기에, 용서의 문제는 결코 해명될 수 없습니다. 늘 열려 있고 미완결이며 영원히 대답을 받을 수 없는 질문,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죠. 다르게 말하자면, 불용不容에 대해서는 절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용서할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p428.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측정할 수도 없고 인간의 비례 조화에 맞지도 않으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행위에 속해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기에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p431.
    진정한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이성이니 합리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것은 거대하고 맹목적이며 무한합니다.
    p439.
    잔인한 사실은, 시간은 범인의 편이라는 겁니다. 시간은 살아있는 자들의 편이지요. 그들에 대항하는 죽은 자들은 승산이 없습니다.
    p440.
    어쩌면 문학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을 견디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늘 광기의 편에 있는 언어를 추구해왔습니다. 광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할 뿐더러 그에 저항합니다.
    p442.
    연약한 이들은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비난받습니다.
    p443.
    용서의 문제가 마침내 끝난 세계는 죽은 세계입니다.

     

    옮긴이의 말. 우리를 이 땅에 발붙이게 하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

    p449.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 작가처럼 우리 또한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살아가기 어렵다고 느끼는 일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p449.
    슬프게도 사랑으로 모든 걸 끌어당길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이들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

     

    (★) 
    처음 책을 펼치니 난해하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이런 분리된 공간에서 정상이라고 다수가 말하는 곳에서 분리되어 살아가는... 개개인은 문제가 없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나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채로 살아야 하는 거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 아니, 분명히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난 몇년간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들 틈에서 있다보니 많이 쇠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어쩌면 이 곳이 소설 속의 공간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용서를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용서라는 것이 남이 나에게 준 상처를 견딜만하거나 크게 개의치 않을 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아픈 상처가, 계속 덧나고 있는데 그 아픔 때문에 과연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용서를 한다면 덧나던 상처가 쉽게 아물게 되는 걸까? 당장의 이 아픔도 어찌할 수 없는 개인에게 용서하고 잊으라고 하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