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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9. 어둠의 저편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1. 8. 10:00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 / 임홍빈

    1. 오후 11:56

    p25.
    어떻게 해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따로따로의 인생길을 걷게 되는 걸까.

     

    2. 오후 11:57

    p44.
    이 방 안에서 분명 무슨 일인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아마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그 어떤 무슨 일이.

     

    3. 오전 00:25

    p68.
    "진짜 울화통 터져 미치겠네"라고 그녀는 말한다.

     

    4. 오전 00:37

    p72.
    마스크가 두려움이나 불쾌감 같은 것을 자아내는 이유는, 얼굴에 그토록 밀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감추어진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꾀하고 있는가(혹은 무엇을 꾀하고 있지 않는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5. 오전 01:18

    p84.
    "사람이 스스로를, 또는 자기에게 속한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또는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고, 거기에서 우스운 점을 찾아 내는 거죠."

     

    6. 오전 02:19

    p99.
    "사실은 평범해 보이는 놈이 제일 무서운 거야. 스트레스를 잔뜩 짋어지고 있을 테니까."

     

    7. 오전 02:43

    p119.
    그러기를 몇 번인가 되풀이하고, 대충 선택할 수 있는 것은 - 결코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 하나 고른다.

     

    8. 오전 03:03

    p124.
    각각의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는 서로 같은 속도로, 시간의 하류를 향해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9. 오전 03:07

    p128.
    뭔가를 잘한다는 것과, 진짜로 창조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 

     

    10. 오전 03:25

    p160.
    지구가 작아지더니, 마지막에는 그것도 사라져버린다. 시점은 허무의 진공 속을 어디까지나 끝없이 후퇴하고 있다. 그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다.

     

    11. 오전 03:42

    p179.
    확실히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고 떠받들어 주었다고 해도, 그건 때로는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기라는 개성을 확립해 나갈 수가 없었을 테니까.

     

    12. 오전 03:58

    p195.
    그는 눈을 감은 채, 뭔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이름을 생각하려고 애쓴다. 일상적인 일, 깊은 의미를 띠지 않는 일, 혹은 단지 순수하고 관념적인 일. 그러나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13. 오전 04:09

    p202.
    왠지 내가 적당히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기분이 늘 가시지 않았거든.

     

    14. 오전 04:25

    p213.
    모든 정보는 무가 되고 장소는 어디론가 옮겨져 의미가 해체된다. 세계는 격리되어, 그 뒤에는 감각 없는 침묵만이 남는다.
    p214.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바늘은 4시 33분을 가리키고 있다. 초침은 매끄럽게 문자판 위를 돌고 있다. 세계는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 간다. 논리와 작용은 빈틈없이 연동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15. 오전 04:33

    p219.
    "마리 짱 우리가 서 있는 땅이란 건, 탄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소한 일 하나에도 '꽝'하고 저 밑창까지 꺼져버리거든. 그리고 한 번 꺼지고 나면, 그걸로 끝장이야. 두 번 다시 본래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지. 그 후엔 꺼져버린 땅 밑의 어두 컴컴한 세계에서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야."
    p237.
    그녀는 아주 오래간만에, 자신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대로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짧지만 깊은 잠, 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16. 오전 04:52

    p242.
    몸은 분명히 피로에 지친 상태인데, 머릿속에 그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뭔가가 걸려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잘 넘길 수가 없다. 
    p252.
    새로운 하루가 바로 코앞까지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묵은 하루도 아직 무거운 옷자락을 땅에 질질 끌며 지나가고 있다.

     

    17. 오전 05:38

    p258.
    우리들의 인생은 단순히 밝은가, 어두운가 하는 것으로 쉽게 구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 어둠과 밝음 사이에는 그늘이라는 중간 지대가 있잖아. 그 그늘의 단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건전한 지성이야. 그리고 건전한 지성을 획득하려면, 그 나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어?

     

    18. 오전 06:40

    p270.
    마리는 문득 생각한다. 나는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언니 역시, 여기와 다른 장소에 있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279.
    밤은 가까스로 막을 내리고, 이제 막 새날이 밝았다. 다음 어둠이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감상노트 - 현대 문명의 이며에 가려진 몸의 실존적 의미

    권택영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p280.
    이 소설은 세계적 작가로 떠오른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답게, 그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 인간의 삶과 사회의 실존적 의미, 그리고 그 가치를 깊이 있고 예리하게 파헤쳐, 독창적 영상 표현 기법을 구사해서 그려낸 야심작이다.

    1. 니체와 프로이트 이후의 철학은 영혼 대신 몸의 철학이었으나 기술의 발달은 밤조차 빼앗고 몸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p281.
    잠은 일을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잠은 몸이 쉬는 시간이고, 몸은 쉬어야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2. 삼 형제의 우화와 두 자매가 겪은 암흑 속 체험의 의미

    p282.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과, 우리가 정말로 뭔가를 알고 싶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3. 에리의 밤과 마리의 밤

     

    4. 현대 사회의 보편적 폭력의 상징

    p285.
    기술 문명은 밤에도 모든 곳을 지켜본다. 카메라는 세상을 낮과 같이 밝혀 놓고, 아무도 비밀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드러난다. 우리는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출되고 감시당한다.
    p285.
    아주 평범하고 단정한 중견 회사원이 그런 폭행을 한다는 것에서, 폭력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고,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다고 작가는 암시한다.

    5. 서로 다른 인간의 삶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형식

    p289.
    인간의 내부에 잠재한 폭력, 몸의 소망을 무시했을 때 나타나는 폭력에의 충동을 깊이 이해하고, 죄의 아픔을 서로 나누려는 행위이다.

    6. 마조히즘적 그리고 사디즘적 쾌락과 폭력

    p289.
    에리를 감시하고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얼굴은 미디어의 세계, 다시 말하면 쾌락을 탐하는 대중의 관음적 시선이다. 
    p291.
    그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둠의 공포를 견디는 힘이 있다. 타인들을 위한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는다. 욕망의 대상이 되어 대중의 응시에 갇힌 에리와 달리, 마리는 '욕망의 주체(subject of desire)'가 된다.

    7. 다카하시와 마리는 욕망의 주체, 에리와 시라가와와 고오로기는 욕망의 대상

    p292.
    몸의 소망은 잠이었다. 만일 잠을 자지 않으면, 몸은 반란을 일으킨다. 몸은 잠을 자면서 쾌락에의 소망을 잊어야 한다. (중략) 밤은 몸의 소망을 충족하는 시간이고, 낮은 정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시간이다. 

    8. 인간은 기억의 연료로 살아가는 것

    p294.
    사람들은 비극적 결말과 아이러니를 즐긴다. 그러므로 잔인하다. 극의 쾌락은 발전과 아이러니를 동반해야 재미있다. 그것이 쾌락을 요구하는 몸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9. 언니는 머리 좋은 동생이 부럽고, 동생은 예쁜 언니가 부럽고...... 그 부러움이 그들을 고독한 자매로 만들었다.

    p297.
    밤은 우리 모두가 대지와 한몸이 되어 대지의 비밀을 듣는 시간이다. 그래야만 아침 햇빛이 찬란히 빛나는 대지 위에서 일을 하고, 그런 기억들이 모여 삶을 이루어나가게 되니까.
    p297.
    오직 스스로 선택하고 욕망의 주체가 되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다는 선물이다.

     

    (★★★)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었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한문단의 짧은 글을 써보기도 했었으니... 다시 읽어보니 읽는 내내 머리 속에 그려지는 인물들의 모습이 좋았던 기억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어쩌면 하루키 작품을 읽어봤던 사람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이 그려질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상노트가 더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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