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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잊지 못할 한해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한민국 한강 작가!!!
벌써 며칠째 책이 품절이고 구하기 어렵고, 모든 온라인에서 한강 작가의 과거 영상들이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사실 너무나도 죄송하지만 나는 <채식주의자>와 <희랍어시간>을 완독을 서너번했고, <흰>은 읽다 만, 거기서 멈춘 독자였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기도 했으며 나는 그녀가 고통으로 낳은 그 문장을 읽을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솔직한 표현이었다.
어제 다녀온 독서모임에서 다들 좋아하면서 이야기 하는 주제 중 하나 역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었다. 혹자는 그동안 수상자와의 나이를 비교하면 너무 어린(?) 나이에 수상하여 부담감을 어떻게 감당하실지, 혹자는 그녀가 왜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집필을 하게 되었을까 등등... 정말 듣기만해도 너무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 머리 한구석에는 나는 지금 무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은퇴를 했다고 하지만 나는 상당히 젊은 나이에 스스로 일을 그만두었다. 어쩌면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남들이 잘 한다고 해준 내 일이 나에게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글쓰는 작가들은 처음부터 글을 잘 쓴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책으로 펴낸 그 결과물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정말 인고의 시간이 지난 결과물일 것이다. 나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그저 남의 결과물에 환호하고, 부러워할 뿐, 그들의 고통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재밌게도 어제 내가 읽었던 <사고는 없다>에서는 사람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에 대해서 외면한다는 부분에서 어쩌면 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확정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 끄적이기의 주제는 #독서생활자의변명 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변명을 해야할 차례인 것 같다.
일을 그만두고 난 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멈추지 않은 것은 독서였다. 어쩌면 이 답답한 현실에서 나를 구제해줄 수 있는 것은 책과 게임이었다. 갑자기 독서에서 게임은 간극이 클 것 같지만, 사실 그랬다. 나는 TV 보는 것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읽거나 테트리스 같은 단순한 게임을 하는 것은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며, 게임은 머리가 어지러울 때 잠시 눈을 돌리게 하는 수단이었다.
아무튼 게임 이야기는 접어두고, 다시 변명을 하는 것으로 돌아가자면... 이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은 "도서관"이란 간판을 단 나의 독서기록이다. 책을 그냥 많이 읽었더니 뿌듯한 것은 있지만 내용이 생각나지 않거나 감동받았던 문구나 내가 공감했던 혹은 반발했던 그 문장들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종이에 기록을 남겼다. 그랬더니 또 항상 나와 같이 있을 수 없는 그 종이와 점점 공간을 차지한 그 종이들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끄적이던 내용들 역시 같이 옮겨지기 시작하는데... 어느날 내가 누군가의 책에 상당히 비판적인 문구를 옮겨 적은 것을 읽게 되었다.
재밌는 일이지만, 내가 쓴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쓴 일기를 시간이 지나서 읽으면 느끼게 되는 그런 기분일 것인가? 하지만 그것보다는 누군가 공들이고 힘들게 했던 작업에 입만 가지고, 아니 손가락만 가지고 쉽게 나불거리는 못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한 비평보단 나의 느낌 혹은 경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 표시로 나의 메모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 표시로 말이다. 그리고 가끔 (★ ★)와 같이 여러 개의 별로 내가 그 책을 기록을 한 시점 이후로 읽었던 (사실 기록 이전에 읽은 기록을 포함하면 더 많겠지만) 완독 회차를 기록해보고자 했다.
이건 하나의 변명이다. 다른 변명을 또 하자면... 나는 줄곧 회사에서 월급을 받던 월급 생활자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 이후에는 내가 시간을 써서 했던 나의 행동들은 모두 월급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 나의 독서 활동이나 기록 등은 그 어떤 금전적인 환원이 일어나지 않는, 엄마가 살아 생전에 나에게 했던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비생산적 활동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샛길로 빠지자면) 과거에 한량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누군가는 블로그 등과 같은 공간을 운영하면서 금전적 이득을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내 공간이 광고로 난무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는, 자본주의 시대에 딱 굶어 죽기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우연히 본 <김창목쇼3>에서 김창옥 씨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내 돈을 써서, 내 노력을 써서, 얻는 것 없음에도 하고 싶은 것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한다.
나는 내가 어제 모르던 것을 오늘 알게 되는 일이 참 좋다. 다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듣는 것도 좋고 그들의 경험을 듣는 것도 참 좋다. 그러는 와중에 내 세계가 커져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걸 어딘가에 뽐내고 싶진 않다. 들어오는 것이 있으면 배출하는 것이 있어야 당연한 것이지만, 그 배출이 유명세는 절대 타지 않는 방법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 공간을 다시 살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일의 성과로 배출을 했겠지만...
그래서 나는 독서생활자의 지금의 삶이 참 좋으면서도 불안하기 보다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나의 변명을 듣고 있다보니 나 자신이 보기도 참 궤변같아 지적할 게 너무나도 많지만, 지금은 변명하는 입장에서 쓴 글이니 더이상 반박은 하지 않으련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생활을 하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