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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 하얀 국화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1. 10:00

    매리 린 브락트

    p5.
    고대와 현대의 여사를 아울러 여성이 강간을 당하면 그것은 종종 여성의 잘못으로 여겨진다. 강간이라는 행위에 수반되는 수치심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이되는 것이다. 가장 사적인 부분까지 침범을 당한 여성이 그 이후로도 영원히 어떤 짐을 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여성은 고통을 받고 그 수치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는다. '위안부' 여성의 경우 그들이 극복해 낸 일들에 대한 수치심으로 인해 50년도 넘게 침묵해 왔다. 그동안 사라진 여성들이, 더불어 영원히 사라진 사연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p47.
    "엄마랑 나는 해녀에요. 우리는 빚 없어요. 빚을 진 게 있다면 바다에 졌지."
    p87.
    누군가 우리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가 영영 사라질 리는 없지 않겠냐.
    p132.
    해가 넘어간 뒤에야 마침내 군인들의 행렬이 끝이 난다. 하나는 피로 얼룩진 자리 위에 혼미한 상태로 누워 있다.형언할 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p161.
    광장에서 옛일을 떠올리며 떨고 있던 아미는 노년의 무게가 실감이 난다. 다리가 끊어질 듯 쑤셔 온다. 고통은 찌르듯 허벅지 뒤를 타고 올라 나선을 그리며 엉치뼈로 이어진다. 추위는 노년의 통증도 과거에서 밀려 들어오는 기억도 막아 주지 못한다.
    p168.
    차를 거부하는 행위는 살아 남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맑은 정신만 있다면 하나는 상상 속에서 평안을 되찾을 능력이 있다. (중략) 언제나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는 잠에 떨어진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무엇을 안으로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다.
    p295.
    때로는 오로지 고통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삶의 행복을 찾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행복이 인간의 기본 권리라는 것을 아미의 세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p327.
    비행장이 지금의 국제공항으로 바뀌었을 때 새로 닦은 활주로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살을 겪은 사람들은 아무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아미가 비행을 꺼렸던 것이다. 비석이 없는 엄마의 무덤 위로 아미가 탄 비행기가 굴러간다는 생각을 하면 속이 뒤집어지고 입이 바싹 타들어 갔다.
    p419.
    그들과 몽골에 남는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에 하나의 어깨가 가벼워진다. 하나는 더 이상 피로하지 않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면 오히려 깃털처럼 몸이 가볍다. 알탄은 하나를 수면으로 이끄는 빛이다. 그 빛은 하나가 그토록 오랫동안 견디어 왔던 어둠을 몰아낼 것이다.

     

    (★) 소설을 읽는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부디 여성 중심적 사고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라 전쟁과 혼돈의 시기 속에서 희생된 약자의 이야기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에서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 외에도 제주도에서 만행된 학살과 강제 결혼 등의 사회적 이슈도 같이 언급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아마도 제주 4.3 사건이겠다. 정치 집단들의 이념 다툼으로 민간인들이 학살되었으며,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나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현 제주공항에서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애석한 역사가 우리 근현대사에도 많이 있다. 우리가 외면했던 혹은 수능 시험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근현대사의 내용들이 이런 작품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