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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2. 자미(ZAMI)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5. 10:00

    오드리 로드

    p20.
    영원토록 여성. 내 몸은 더 늙고 오래되고 현명한 다른 삶들의 살아 있는 재현이다. 산맥과 골짜기, 나무, 바위, 모래, 꽃, 물, 돌.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것들.
    p31.
    나는 어째서 늘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장 자연스럽다고 느끼는지 궁금했다. 어째서 머무르기 힘들며 때로 고통스럽기까지 한 극단에 있는 것이, 냉정을 잃지 않고 한 가운데로 똑바르게 이어지는 한가지 계획을 고수하기보다 편안한지 말이다.
    내가 분명 이해하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결단이다. 그것은 완고하고 고통스럽고 괴로움을 유발하지만, 종종 효과를 발휘한다. 
    p33.
    부묌은 어떤 규칙이나 결정이든 항상 함께했으므로, 어린 내 눈에 어머니는 분명 여성이 아닌 누군가였다.
    p57.
    하고 싶은 말이 가장 힘센 언어가 되어 내게서 쏟아져 나올 때면 그것들은 기억 속 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던 말들과 닮았고, 그러면 나는 지금 해야 할 모든 말의 의미를 다시금 평가해보거나, 어머니가 옛날에 했던 말의 가치를 다시금 검토하게 된다.
    p102.
    어린 시절, 내가 상상할 수 있던 가장 두려운 상황은 잘못을 저지르고 들키는 것이었다. 실수란 폭로, 어쩌면 전멸을 뜻했다. 어머니 집에는 오류를 범할 공간이, 잘못을 저지를 공간이 없었다.
    p111.
    예전에도 갖지 못할 것들을 갖고 싶어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너무 커서 나중에는 내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절대 가질 수 없게 된다고 믿게 되었다.
    p114.
    "아가, 공평하건 아니건 그걸 뭣하러 고민하고 있니? 그냥 너는 네 할 일을 하고 남들 일은 남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거라."
    p123.
    그래서 나는 더 화가 났다. 나와 같은 분노를 느끼는 사람한테서 내 분노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p174.
    어머니의 어설픈 통찰은 잔인했기에,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는 또 한번의 살인처럼 느껴졌다. 어머니의 혹독한 말이 내게 강인함을 전해줄 수 있기라도 하다는 걸까. 어머니한테는 진실로 보이는 그 불꽃 속에서 내가 제련되어 종국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당신을 꼭 닮은 복제물이 될 수 있기라도 하다는 걸까.
    p177.
    자살한 사람을 위한 빈 구덩이는 없다.
    p223.
    진저가 말을 하면 나는 귀를 귀울였다. 오래지 않아 나는 입을 잘 다물고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느 경향이 있으며, 자신 또한 아는 게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나머지 점점 더 많은 걸 털어놓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p242.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있다는 데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거나, 변하거나, 떠나버리고, 그건 너무 아프다. 그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것, 그 누구와도 너무 가까워지지 않거나 그가 너무 중요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다시는 이렇게 아프지 않기 위해 영영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그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p318.
    하지만 이 이야기는 때로 사람들이 자기가 보고 있는 사람 또는 사물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그것을 보고 싶지 않을 때 그렇다. 어쩌면 정말로 어떤 건 당사자가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325.
    나는 여전히 구직 중이었다. 어떤 일이라도 상관 없었지만 일자리를 찾을 전망이 보이지 않아 기가 꺾였다. 나는 매카시 시대와 한국전쟁 시기에서도 살아남았으며, 대법원에서는 학교 내 인종차별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구직광고를 따라 도시를 누비는 나와 일자리 사이에는 인종주의와 불경기라는 현실이 여전히 도사린 채였다.
    p391.
    중요한 건, 우리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스스로에 관해 느끼는 그 무엇을 정당하게 다룰 수 있건 없건, 연료를 새로 채우고 날개를 점검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만 했다. 

     

    옮긴이의 말. 송섬별

    p447.
    <자미>는 삶이란 서로와 소통하고 서로를 경험하는 것이라 굳게 믿은 사람이 쓴 이야기다.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일, 자신과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일, 차이를 인정하되 위험과 위태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함께 하게 되는 일이 가능하리라 줄곧 생각하며 이 책을 옮겼다.

     

    (★)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어 내는 일이 좀 힘들었다. 집 근처 독립서점에서 표지 색이 강렬해서 선택했는데... 아직 나의 독서는 갈 길이 먼 것 같아 반성하기도 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663586)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