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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2. 18. 10:00
유독한 옷은 어떻게 서서히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가
올든 위커
옮긴이의 글
p9.
"옷장 속 '침묵의 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해요."프롤로그
p28.
패션 제품은 나나 여러분이 취급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화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만들고, 가공하고, 직조하고, 염색하고, 마무리하고 또 조립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연쇄적 공정의 각 단계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우리가 잠을 잘 때나 땀을 흘릴 때, 살아 있는 매일 매 순간 사용하는 무럭ㄴ에 화학 잔류물을 남길 수 있다.1부. 탄광 속의 카나리아
1장. 위급 상황
하늘에서 울리는 독성 경보
p49.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안감과 주머니, 울 혼방의 방한 재킷, 면 셔츠와 스카프 등 알래스카항공의 새 유니폼 몇 벌을 화학물질 오염이 없는 세라믹 가위로 잘라 60개의 옷감 샘플을 만들어 워싱턴대학 연구실로 보냈다. 검사 결과, 유니폼에서 총 97개의 화학 화합물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어떤 옷감 하나에서는 42가지 서로 다른 화학물질이 발견되었고, 테스트한 35개 샘플 중 13개에 과도한 수준의 납과 비소가 들어 있었다.p50.
워싱턴대학에서 보내 온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보다 적게 들어 있었다. 하지만 각 염료의 농도가 더해지면 단독으로 들어 있을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가 효과 (addictive effect)'가 나타날 수 있고, TBP 같은 물질은 피부 장벽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2장. 옷장 속의 살인자
과학자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p70.
아조염료는 일반적으로 모든 유형의 직물에 사용된다. 산업화 시대에 등장한 놀라운 기술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990만톤의 산업용 염료 착색제 중 70퍼센트를 차지하며, 최신 패션업계 어디에서나 쓰이는 값싼 성분이다. 그중에 특히 합성섬유 염색에 사용되는 아조 분산염료가 있다. 폴리에스테르의 염색을 위해 수성 용액에 분산된 상태라서 이런 이름이 붙였다.2부. 패션의 유독한 역사
3장. 멋지고 편리한 것들의 배신
유행은 짧고 부작용은 길다
p97.
인간은 과거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p101.
권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패션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이게 된다.p134.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최악의 과불화화합물을 제거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알다시피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화합물은 분해되지 않으니까요. 기업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과불화화합물을 생산하고 또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하나드 말라스가 캐나다에서 독성 화학물 규제 캠페인을 벌이던 대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현재 적어도 5000종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중 대부분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이런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릅니다. 아직 제대로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어요. 규제 기관에서는 위험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그저 '와, 이 양말은 방수가 잘되나 봐' 하는 정도지요."4장. 치명적인 컬러
중금속 그린에서 타르 염료까지
p167.
이렇게 해서 화학업계는 해외에서 비밀리에 아조염료를 생산하느라 분주하고, 연구자들은 아조염p료가 든 합성섬유가 사람들에게 유독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오늘날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p168.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화학은 그저 패션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패션 덕분에 존재하게 되었다. 화학이 곧 패션이고, 패션이 곧 화학이다. 그런데 이런 공통된 유산이 부끄러운 가족사의 비밀처럼 숨겨져 왔다.
그러니 잠가 놓은 옷장 안에 해골이 들어 있는 것도 놀랍지 않다.3부. 우리 몸이 치르는 대가
5장. 도둑맞은 생식능력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p175.
내분비교란물질은 몇가지 이유에서 특히 교활하다. 우선 내분비계는 성욕이나 생식능력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내분비계는 면역계, 뇌, 신진대시 및 심혈관계를 포함해 신체의 모든 중요한 시스템을 조절한다. 체중 관리와 에너지 수준을 관장하며 피부 상태와 질병 예방에도 관여한다.p177.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전역(푸에르토리코 포함) 다양한 계층의 여성 171명의 소변을 검사했더니 살균제, 벤조페논, BPA, 제초제, 살충제, 파라벤, 프탈레이트 및 대체 가소제(DINCH),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9가지 계열의 103가지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6장. 당신이 너무 민감한 탓이야
화학물질 민감증이라는 미스터리
p199.
이런 2단계 프로세스 때문에 밀러 박사는 '독성 물질로 인한 내성 저하(toxicant-induced loss of tolerance, TILT)'라는 진단명을 부텼다. 우선 새 카펫, 곰팡이, 조악한 청소용품, 살충제, 플라스틱 물질로 가득한 집을 태우는 산불 연기, 독성 유니폼 등에 처음 노출될 때 특정 물질에 대한 민감성이 생긴다. 그러면 이후로는 이런 물질에 아주 약간만 노출되어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밀러의 연구에 따르면 화학물질 민감증이란 비만 세포의 활성화 작용임을 알 수 있다.7장. 내 몸이 나를 공격한다
자가면역질환의 유행
p217.
모든 자가면역질환의 공통된 특성은 무언가에 의해 활동이 촉발된 면역계가 자기 몸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과학자들은 문제의 원인이 우리 환경에 존재한다는 데 동의했다. 바로 바이러스와 각종 독소다.p220.
선천면역은 감염원과 독소를 인식하고 이에 대항한다 후천면역은 감염원과 독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 놓았다가 이런 물질이 다시 나타나면 공격한다. 예를 들어 관절염의 경우, 침입한 독소나 바이러스에 대해 선천 면역 반응이 거듭되면 고통스럽고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후천 면역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p221.
그러나 비만세포의 역할은 독소를 인식하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면역계의 학습을 돕는 후천면역 반응에도 관여한다. "이것을 면역학적 확산이라고 합니다. 이런 바식으로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마다 방어력이 강화되지요. 바이러스의 구성 요소를 점점 더 많이 인식하고 이행하게 되어, 바이러스를 만날 때마다 면역 반응이 향상되는 겁니다.p222.
알레르기는 몇 년 혹은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이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딸기와 연관된 신체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그 독소를 피하는 것이다.p224.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지 간신히 살아남는 정도로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잘 살고 싶다. 알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오래 살고 싶다. 가렵지 않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고, 실외에서나 실내에서나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소화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고 심각한 체중 변동이 없는 상태로 살고 싶다. 활력 넘치게 살고 싶다 아기를 갖기로 결정한다면 고통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의료적 개입 없이 임신하고 싶다. 아기도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4부 현장 검증
8장. 아주 위험한 곳
해외 섬유 공장의 현실
p254.
그러나 양자택일의 상황이 아니었다. 그럴 수 없었다. 특히 화학물질에 관해서라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감성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염색과 마감 처리 시설에서 시작된 일은 공장 뒤뜰에 버려진 폐기물에서 끝나지 않고 옷장과 우리의 피부, 우리가 사용하는 세탁기에까지 도달하게 되니 말이다.9장. 신뢰하되 검증하라
친환경 인증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p269.
상황은 애초부터 불리하게 시작되었다. 1976년 발표된 독성물질통제법은 약 6만 4000종의 화학물질 사용을 테스트 없이 허용했고, 1980년대 이후 환경 보호국은 그 어떤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완전한 사용 금지를 시도한 적이 없다.p271.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소재로부터 화학물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5부.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
10장. 해독의 시간
더 깨끗한 옷장과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요약) 독성 없는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법
1) 모조품,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및 울트라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피한다.
2)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
p301. 많은 소비자가 천연 소재 제품을 사면 안전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흰색 면 블라우스를 만들 때에는 얼룩 방지용 과불화화합물이나 구김 방지 마감 처리 등 매우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만일 이 블라우스를 뒤뜰에 파묻는다면 유기농 정원에 유독 물질을 뿌리는 꼴이 될 것이다.
3) 제 3자 인증 라벨을 확인한다. (AFIRM 그룹, 블루사인, GOTS, 오코텍스, ZDHC)
4) 가능하면 천연 소재를 이용한다.
5) '기능성 소재'를 피한다.
6) 채도가 높은 색, 지나치게 밝은색, 형솽색을 피한다.
p307. 연구에 따르면 합성 소재에서 특히 독성이 우려되는 부분은 원단 자체가 아니라 염료와 마감재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염색되지 않은 상태의 플로에스테르는 흰색 계열이다.
7) 옷을 입기 전에 무향 세제로 세탁한다.
8) 드라이클리닝을 피한다.
9) 중고품을 사거나 교환한다.
10) 자신을, 코를 믿는다.(요약) 누구에게나 안전한 패션을 위한 제안
1) 연구 자금 지원을 위해, 테스트받지 않은 화학물질에 세금 및 관세를 부가한다.
2) 화학 회사가 사용 중인 모든 화학 물질을 등록하고 관련 연구를 공유하도록 요구한다.
3)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독성 패션 검사 및 리콜 권한을 확대한다.
4) 모든 화학물질을 개별이 아닌 계열별로 규제한다.
5) 소비재에 내분비교란물질 사용을 금지한다.
6) 환경 오염과 근로자 건강에 대한 책임을 패션 기업에 부과하는 공급망 실사법을 통과시킨다.
7) 위장 환경주의에 속지 않는다.
8) 패션 제품에 성분 목록을 요구한다.에필로그.
p327.
무언가 승리를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성공적 합의, 명확한 진실의 인정, 패션 및 화학 회사의 책임 확인.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확인한 것은 슬픔이고 분노였다.p351.
플라스틱도 한동안은 우리 주변에 존재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같은 플라스틱 소재들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 약 4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우리 환경에 존재한다면, 우리 몸 안에도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세 플라스틱과 미세 섬유가 태반, 혈액, 폐에서 발견되었다.p354.
그러나 희망을 일지 않았으면 한다. 바로 오늘, 지금부터라도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틱톡 트렌드와 '손쉬운 관리'를 약속하는 마케팅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건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만 하면 된다. 무언가 사기 전에 심호흡을 하자. (중략)
그러면 아마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감수자의 글. 이나루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화학연구실장
p359.
어떤 사람은 화학물질 때문에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다수 피해자는 살아 있는 동안 천천히 오래도록 고통받는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듯이, 다양한 화학물질이 민감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의학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치료가 쉽지 않다. 최선의 치료는 해당 물질에 대한 노출을 멈추는 것이다.(★)
옷장을 열면 늘 옷이 없다. 그럼에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는 결심 속에 옷을 사려다 장바구니를 비우기를 수없이 한다. 그럼에도 하나둘씩 늘어가는 청바지를 보면서 반성을 해버렸다. 땀이 많이 나는 나는 여분의 옷이 없으면 여전히 불안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다행인 건, 아니 불행인 건, 나는 이미 합성소재가 불편했던 사람이었다. 뭔가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땀을 흘리는 나에게는 땀 흡수를 잘하는 면이 최고였고, 겨울에는 양털로 만든 니트를 겉에 걸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 옷장에 비싸게 줘서 차마 버리지 못한 고급 원피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것이고, 하도 입고 삶고 빨아서 구멍이 나는 옷들은 면 소재다.
이제는 플라스틱과 거리두기가 어렵다. 봉지나 플라스틱 보관함에 음식들이 담겨져 있다. 커피를 마시는 종이도 특수 처리된 상태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친구들은 무슨 죄인가... 싶다. 귀찮아서, 편리해서...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독성을 먹이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