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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9. 데미안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8. 20:36

    헤르만 헤세

    p7.
    작가들은 소설을 쓸 때 자기들이 하느님이라도 되듯 그 누군가의 인생사를 환히 내려다보고 파악하여, 하느님이 몸소 이야기하듯 아무 꺼리낌 없이 자신이 어디서나 핵심을 지어내어 써낼 수 있는 양 굴곤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작가들도 그래서는 안 되듯이. 그리고 내게는 내 이야기가, 어떤 작가에게든 그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9.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중략)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p66.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자기 삶의 요구가 가장 혹심하게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는 점, 앞을 향하는 길이 가장 혹독하게 투쟁으로 쟁취되어야 하는 점이다.
    p89.
    지금 그가 완전히 자신 속으로 들어가 버렸음을 나는 전율로써 느낀다. 나는 한 번도 저토록 고독해진 적은 없었다. 나는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나에게 그는 도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그가 세상의 가장 먼 섬에 있는 것보다 더 멀리 있었다.
    p103. 
    신이 우리를 외롭게 만들어 우리들 자신에게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은 많이 있다. 그런 길을 그 때 신이 나와 함께 갔던 것이다. 악몽과도 같았다. 
    p116.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175.
    그 때 나는 눈먼 듯 이리저리 헤매었다. 내 마음 속에서는 폭풍이 포효하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험이었다. 앞에는 지금까지의 모든 길이 그리로 들어가 가라앉아 버리고 마는 수렁의 어둠밖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리고 나의 내면에서는 인도자이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을 닮았으며 그 눈에 내 운명이 적혀 있었다.
    p222.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 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
    데미안은 정확히 몇번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은 두 번 읽은 것은 확실하다. 데미안을 읽을 때면 소설이라기보다 철학 관련 서적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우리가 읽기에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호밀밭의 파수꾼보다 데미안이 조금 더 일반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이 배경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말이다. 결이 다른 방황이긴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