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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0. 물구나무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10. 10:10

    백지연

    p24.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갑자기 내 머릿속에는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게 적용되곤 하는 형용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더라도 남자에게는 '강하다'라는 형용사를 쓴다면 여자에게는 '독하다'라고 한다거나, 여자에게는 '당돌하다', '뻗댄다'라고 하는 반면 남자에게는 '당당하다'라고 하는 것. 세월에 따라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변화의 속도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p60.
    끝없이 이어지는 '만약에 뭘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뭘 했더라면'하는 가정법이 힘들다고요.
    p89.
    그러나 이 모든 '나라면'이라는 이야기는 철저히 가정일 뿐이고 나 또한 직접 그런 상황에 그녀처럼 내동댕이쳐졌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 큰일을 당해 우왕좌왕,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그들을 마치 그들보다 높은 나무 위에 앉아 내려다보듯 나갈 길을 알기라도 하듯, '나라면', '이런 때는'하며 주제 넘은 훈수질을 하는 게 얼마나 우습고 우스운 일이던가.
    p113.
    '어릴 때 읽었던 책과 나이 들어 읽는 책이 이렇게 다르구나. 그 때 내가 뭘 안다고 이걸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했을까."
    p134.
    수다를 뛰어 넘는 대화. 무언가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말을 하다가 스스로 정리하게 도와주기도 하는 대화. 단어 한 두 개의 반응만으로도 화자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사인을 주는 역할을 서로 하는. 대화에 힐링의 힘이 있다면 이런 것이리라 싶은 만큼 그날 밤의 대화는 이야기 하면서 저절로 생각이 정리되는, 과거의 이해되지 않았던 어느 지점이 풀리기도 하는 그런 것이었다.
    p145.
    "불행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매번 속는 거야.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의 일을 당하곤 하잖아. 불행이란 놈이 간교한 거지. 만약 불행이 불행 그대로의 괴물 같은 모습으로 다가선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적어도 도망가려는 시도라도 해볼테니까."
    p185.
    평생 위가 아프거나 두통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건 그녀가 건강 체질을 타고 났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그녀의 일생이 평탄하고 평온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p225.
    나이가 들면서 거울 속 내 얼굴에서 젊은 날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가슴 서늘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서 세월을 느끼는 것도 슬픈 일이다.
    p314.
    "인생의 진리라는 건 말이다 진리라서 오히려 단순한 건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사느라 헛짚거나 생각을 너무 안하고 살다가 놓쳐버리는 것. 그 둘 중 하나란다. 여행지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

     

    (★★)
    주인공 민수 = 지연으로 생각이 되는 것은 작가가 유명인사이며 그녀의 그당시 행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과 비슷한 시기 있었던 실제 살인 사건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전 데미안을 다시 읽었는데... 이런 우연이!! 나도 현재 과거의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놀라울 때가 있었다. 그 때는 꽤나 감동적이고 공감이 되었는데, 내가 그랬었다는 기억만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그 시절 내게는 어렵고 지루하기만 했던 책이 지금은 꽤나 즐거운 독서 시간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좀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기에 따라 일정 회로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