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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8.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3. 11:22

    박상영

    계획적으로, 계획을 지키며 사는 삶이란 어떠할까.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삶에서 계획대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던 그날 밤, 내 몸을 짓누르는 천장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넓은 세상, 긴 인생 속, 완벽히 홀로 남겨진 기분. 
    정상 체중이라는 게 존재하고 날씬한 게 미의 디폴트인 사회에서 살이 쪘다는 것은 권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약자에게 유달리 가혹하고도 엄격한 한국 사회에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비만인은 직간접적으로 매일 정상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폭력적인 시선에 노출된 처지인 것이다.
    다만 나는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작가가 되었고 내 책을 가지게 되었고, 내 글을 실을 지면을 얻게 되었으나, 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나의 일상을 가꾸는 방법, 내가 나를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믿음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태초에 사념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어릴 적에는 생각이 많고 다방면의 고민을 하는 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자괴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각은 인간을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나는 매일 싸우는 것처럼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과,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말이다.
    조급해 말자. 지금 이 시간은 내게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이다. 내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쉬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한없이 나 자신이고 싶어서,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더 열심히 글을 쓸수록, 더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록 오히려 내가 원하는 삶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 때의 성취감이나 행복감은 금세 휘발됐고,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내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이 결정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한없이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길을 걸으며 나 자신을 향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을 일종의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지포스일 수 밖에 없다.

     

    (★)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어쩌면 독기는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공감되는 이야기.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