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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3. 독고솜에게 반하면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30. 13:04

    허진희

    그 애들을 비웃을 생각은 없다 다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약하다는 사실을. 그 애들은 노력하기 싫다거나 노력해 봤자 안 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강해지길 포기해 버렸다.그러다 이제는 자기 힘을 돌려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국 각자 자리가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가? 모두 왕이 되길 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만해도 골치 아프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고모 말대로 내 나이가 그런 친구를 사귀기 좋은 나이인지는 몰라도 내게 그런 친구가 생긴 건 분명했다.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 독고솜. 그렇게 생각하자 그런 친구를 둔 나 자신도 비밀스럽고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왠지 용기가 났다.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내고 싶어졌다. 그 친구가 조금 무서운 데가 있더라도 말이다.
    순간 병실에 오기 전 내가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를 깨달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거북했던 건 나의 호기심이었다. 아무리 호기심이 아닌 걱정이라고 둘러대도 끝까지 나 자신을 속일 순 없다. 좋은 탐정이 되고 싶었떤 마음은 순간 순도 백퍼센트였지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던 마음은, 글쎄, 백퍼센트에는 한참 못 미치지 않았을까.
    새삼 이야기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만한 이야기들을 모아두는 것도 나중을 위해서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남의 속사정이나 나쁜 소식 같은 것들이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였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쉬웠고 나쁜 이야기는 흥미를 끌었다. 그러니까 결국, 멀리 그리고 빨리 퍼지는 소문의 핵심은 다름 아닌 타인의 불행이었다.

     

    (★)
    만화책 같은 표지에 반해서 읽게 되었는데, 독고솜은 어찌보면 내가 학창시절에 만나고픈 친구의 이상형이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진실보단 둘러싸고 있는 남의 불행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