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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암리타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26. 20:15
요시모토 바나나
p81.
모두 과거의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거기에 떠다니는 공간의 색만큼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p129.
탐닉은 모두 마찬가지다.
선악이 아니고, 살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싫증이 난다. 싫증이 나든지 되돌이킬 수 없게 되든지. 그 둘 중 하나다.
언젠가 싫증 나리란 걸 알고 있는데도 파도처럼 줄지어 다가온다. 모습과 형태를 바꾸어 해변을 씻고, 밀려왔다가는 밀려가고, 조용하게, 격렬하게, 되풀이 한다, 지나간다.p132.
가족이기에, 실망스럽기에, 희미한 혐오감을 느낀다. 반사적인 혐오감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p175.
시간은 하루를 마감하며, 어떤 거대하고 정겹고 두려울 만큼 아름다운 것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무대에서 사라져간다는 것을 알았다. 실감했다.
거리로, 내게로 스며든다. 부드럽게 녹아, 똑똑 방울져 떨어진다.p215.
이렇게 사랑하는 이들의 잠든 얼굴은 모두 똑같아 보인다. 아득히 멀고 애잔한 느낌이 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내가 없는 세계를 헤매고 있다.p278.
생활에는 금방 적응한다.
밥을 먹고 잠드는 장소가 자기가 있을 곳이다. 그것이 기본이다.p331.
빵이 구워지는 냄새는 어째서일까, 숨막히도록 행복한 느낌이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다. 어딘가에 있을 저 빛나는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p377.
함께 살았었는데, 이유가 업어지면 그저 평범한 아저씨인 것이다. <이유>는 이렇게 소중하다.p423.
밤거리는 아무 일 없이 고요하게 잠들어 있어, 마치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안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p470.
글자로 써서 들여다보니 신기했다.
그 종이를 테이블에 오렬 놓았더니, 당연한 일이지만 테이블에 놓인 그저 네모나고 하얀 좋이 조각일 뿐, 꾸깃꾸깃 쓰레기통에 버려도 바람에 날려가도,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데도 그 종이가 사랑스럽고, 마치 마이크로 필름처럼 거기에 넘치도록 담겨 있는 지난 몇년 동안의 어지러운 정보가 흘러나와 공간을 물들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p496.
인간은, 마음 속에서 떨고 있는 조그맣고 연약한 무언가를 갖고 있어서, 가끔은 눈물로 보살펴주는 것이 좋으리라.(★★)
요시모토 바나나 책 중에서 두꺼운 편에 속하는 이 책은 사실 두번 이상 더 읽었던 것 같은데,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암리타란 신이 마시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물은 매우 특별한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그 특별한 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