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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개인 도서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24. 3. 14. 21:17
어느날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 안되겠다 싶어 방을 나왔다. 그리고 영화를 하나 보고 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늘 그렇지만, 한참을 검색해도 보고픈 영화가 나오질 않았다가, 일전에 봤던 "혼자 사는 사람들"이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갑자기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결로 흘러간다면, 나는 공승연이란 배우가 참 좋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이미지가 좋다. 자연스러운 미가 느껴지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 그녀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잘 어울리기도 하다는 생각도 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극 초반의 "유진아"의 성격과 태도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외부의 반응에도 무덤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냥 평온해보이는,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쩌면 콜센터라는 감정 소모가 싶한 직장에서 일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것 같아 보이는 그녀의 기질이라고나 할까?
두번째 보는 때에 나는 그녀의 무덤덤함이 무덤덤해지려고 노력하는, 무언가로부터 강한 방어벽을 치는 여린 아이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휴대폰에 시선을 두고, 집 안에서도 다른 장소들은 잘 비춰지지 않은 채 침대 위에서 먹고 자는 모습. 심지어 유류분 청구 포기에 순수히 도장을 찍는 행동까지. 그건 그저 쿨함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강하게 화가 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스스로 고립 아닌 고립을 하도록 만든 것일까?
그런 그녀의 삶이 동적이 되는 계기가 오는데, 새로운 신입의 교육과 옆집 남자의 죽음이었다. 그 전까지는 영화가 무채색, 흑백으로 보이다가, 이 시점부터는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절정은 아마도 그녀의 봇물터지듯 나왔던 울음.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
잘못했어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아닐까? 속 시원하게 말해버린 뒤,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듯 그녀의 일상이, 아니,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다. 일도 그만두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아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여담으로는 새로 이사온 옆집 남자가 진아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전 남자의 죽음을 알게 되자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고인을 보내주는 착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