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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인 도서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21. 7. 8. 16:53

    간만에 올리는 영상 컨텐츠 후기이다. 줄거리와 결말의 내용을 다른 영화 후기들처럼 상세히 써 놓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의 결과를 적기 때문에 스포를 찾으시는 분들은 재빨리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시기를 권장한다. 또한 본문에 인용된 사진들은 하단에 있는 다음 영화 소개에 업로드 된 사진임을 미리 밝혀둔다.

    원래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강한 믿음이 있었으니. 아마 이 때가 현재까지도 잠잠해지지 않는 COVID-19 확산세로 극장은 잠시 멀리하게 되었던 시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이용중인 OTT 서비스에 뜨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의 시작, 그리고 감독의 급작스런 죽음 (아차, 이건 스포인가?)이 묘사되는 부분은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한 감독과 오랫동안 일을 해온 그녀가, 감독의 죽음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신이 쫓던 꿈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무기력함 등을 제 3자의 입장으로 보면서도 남일 같지 않았다. 어쩌면 요즘의 나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겠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부러운 인물은 소피였다. 소피의 이름은 근심 소(㥰), 피할 피(避)의 타고난 근심을 피하는 사람이다. 

    소피: 도저히 고민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응? 생각한다고 이렇게 생각이 되는 게 아니라고!
    찬실 : 타고났네 잘 살 수 밖에 없다, 니는.

    그렇다, 그녀는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내내 그녀의 엉뚱함. 그리고 찬실을 아끼는 마음이 찬실의 상황과 너무 대비되긴 하지만 덕분에 웃으며서 그네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유쾌한 부분이 많은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느날, 시를 써오는 숙제를 하게된 주인 할머니를 돕던 찬실. 한글이 서툰 할머니가 쓴 시를 읽지 못해, 할머니가 대신 읽어주는데... 그걸 듣던 찬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나도 찬실이와 같이, 아니 찬실이보다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를 그만두겠다던 찬실이는 서럽게 울고 난 뒤, 버리려고 정리하던 영화 관련 서적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영화 내내 지키던 국영과의 마지막 대화 역시, 마음이 울컥해지고 만다.

    찬실 : 장국영씨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저는 늘 목말랐던 거 같아요.
    사랑은 몰라서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만은 내를 꽉 채워줄 거라고 믿었어요.
    근데 잘못 생각했어요.
    채워도, 채워도 그런 걸로는 갈증이 가시지가 않더라고요.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저요, 사는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찬실이는 복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애정을 쏟는 사람이다. 주인할머니의 부탁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서 쉽게 돈을 빌리는 방법 대신 가사도우미 역할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민, 그리고 얻은 결론. 그녀가 이렇듯 좋은 사람이기에, 소피, 주인집 할머니, 국영, 그리고 영화 후배들과 같은 좋은 사람들이 계속 곁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이불킥도 같이 하고 웃고 울었던 이렇듯 이쁜 마음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영화 소개 >>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35083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