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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8. 목소리를 드릴게요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3. 14. 20:36

    정세랑

    <미싱 핑거와 점피걸의 대모험>

    그렇지만 가끔 연고를 매니큐어로 바꿔치기해둘 때가 있어.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비겁하게 이곳을 떠나고 싶어질 때에.

     

    <11분의 1>

    울음을 그치고 이 이메일을 씁니다. 혜정씨, 보고 싶을 거예요. 저는 원래 사람을 안 좋아하는데, 열한 명 중의 한 명 정도만 좋아하는데, 혜정씨는 그 한 명 쪽이에요. 혜정씨를 좋아해요. 좋아했어요. 함께 점심을 먹을 때가 하루 중 제일 나은 시간이었습니다.

     

    <리셋>

    인류는 더 이상 인류를 위해 다른 종을 굴절시키지 않는다.

     

    <모조 지구 혁명기>

    천사는 날개가 없을 때부터 천사였고, 천사가 내게 주는 안도감은 우주를 샅샅이 뒤져도 다른 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종류이리라 확신한다.

     

    <리틀 베이비블루 필>

    모든 시험이 오픈 북이 되었다. 시험은 지식 습득의 확인이 아니라 사고 과정과 가치관을 겨루는 장으로 탈바꿈했다.
    작은 하늘색 알약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동시에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밤마다 곰곰이 머릿속을 뒤져봐도 10년, 20년 거슬러 올라가봐도 바깥 세상에 만나야할 사람은 없었다. 목소리를 잃어가면서까지, 물거품이 도리 각오를 하면서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단 한명도.

     

    <7교시>

    대멸종 이후 인류는 오래 내려온 유전자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파국을 불러온 공격성과 이기심을 물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메탈리스트의 좀비 시대>

    눈물이 났다. 몸에 수분이 아직 이렇게 많아서야 먼지는 못 되겠군, 생각했다. 울고 싶지 않았고 울 힘도 사실은 없었지만, 멈추지 못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심장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멈추지 못했다. 삶에 대한 장악력을 완전히 잃었다.

     

    (★)
    정세랑 작가의 다른 작품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디스토피아보단 유토피아가 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갑자기 세상이 멸망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