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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안녕 주정뱅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4. 30. 08:35
권여선
<봄밤>
p39.
영경의 온전치 못한 정신이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뎠다는 것을, 그리고 수환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늙은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삼인행>
<이모>
p97.
사실 나는 가족들과 관계를 끊는 것보다 온라인 관계를 끊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그건 주어진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였고, 오로지 내가 쓴 글, 내가 만든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우주였으니까.<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p180.
선미는 거실에 가족사진을 걸어두는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남편과 쌍둥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삶이 두 칸의 차량처럼 그들이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과 그들이 자기 삶에 끼어든 이후의 시간, 이렇게 둘로만 명확히 분리된다는 생각에 한없이 억울하고 슬플 뿐이었다.<층>
(★)
인생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소설이라고 느꼈다. 가장 읽기 쉬웠고 이해가 되었던 것은 <이모>라는 단편이었다. 나는 '이모'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그녀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요즘들어 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와 나의 공통점인 췌장암으로 아픈 엄마가 있었다는 것. 그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추가로 <삼인행>의 경우 주인공 간의 관계와 주인공의 병(의처증이 의심되었으나)에 대한 모호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에서는 관희는 둘의 관계를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도 사람이 어이없이 죽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역광>은 이 역시 몽롱한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꿈을 꾼 것 아닌지, 나쁘게 말하면 신경쇠약으로 인해 남들은 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층>의 경우 이전에 대학원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던.... 물론 이 것은 이 소설에 스쳐지나가는 묘사에 불과했으나... 이럴 때 보면 나 역시 대보다 소에 집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