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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6.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13. 11:05

    율리아네 리프케

     

    p19.
    오늘 나는 쉰 여섯 살이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기 좋은 나이다. 치유되지 않은 해묵은 상처에 맞서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생생하기만 한 기억을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시기다.

     

    p63.
    나는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또는 추락 사고 때의 해묵은 두려움이 나를 집어 삼키려 할 때마다 아빠의 길고 험난한 대장정을 떠올린다.

     

    p108.
    비행기의 이름은 마테오 푸마카와(Mateo Pumacahua)였다. 페루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결국 스페인 사람의 손에 사지가 찢겨 죽은 영웅의 이름이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와 우스갯 소리를 주고 받던 미국인 소년 한명이 이런 말을 했다. "부디 이 비행기는 사지가 찢기지 말아야 할텐데."

     

    p121.
    한번도 체험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다우림은 살벌하기만한 곳이다. 녹색의 필터를 통과한 빛이 들어와 생기는 다양한 농도의 그림자는 마치 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찔하게 높은 나무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밀림 바닥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을 미약한 존재로 느끼게 마련이다.

     

    p208.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남들이 다 죽을 때 혼자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이 싹텄다. 아빠는 마음이 특히 괴로울 때마다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랜사 항공기를 탔니?" (중략) 나는 죄책감과 깊은 후회를 느꼈다. 학교 행사 쯤은 빠져도 되는 거였는데. 나는 살아남고 엄마만 돌아가셔서 한없이 미안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나 혼자 침대에서 나날이 건강을 되찾고 있는 것도 미안했다.

     

    p211.
    사고 이후 아빠는 늘 분통을 터뜨리는 식으로만 감정을 드러냈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마주한 인생 최악의 순간에 심기를 건드린 기자에게도 그렇게 대응했다. 

     

    p231.
    나는 떠나보낸 엄마를 향한 슬픔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3년 뒤 크리스마스날까지 그랬다. 그날 나는 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절절히 깨달았고, 하루 종일 끝도 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 전까지 엄마의 죽음은 내게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p265.
    고모에게 내가 팡구아니에 오지 못하게 말리라고 당부한 매정한 편지는 1972년 12월 30일, 즉 사고 1주년 직후에 쓴 것이었다. 처음으로 엄마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아빠의 심정이 어땠을 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p331.
    지나간 옛 시절이 현재를 만들었다. 현재도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형성한다.

     

    (★)
    시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비행기 추락에서 유일한 생존자. 엄마를 읽은 10대 소녀가 남아메리카 밀림에서 살아 나온 이야기다. 
    이 책은 현재의 그녀가 다시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과 과거 사건이 교차하여 우리를 안내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생각을 했다. 만약 나였다면, 나 역시 과거로 돌아가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꼭 그랬어야 할까? 아니 아버지의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생존했지만 사랑하는 엄마를 읽은 주인공의 삶은 어땠을까? 마녀 사냥 하듯 하는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왜 변하지 않을까? 등등.
    그녀의 생존은 단순한 행운이나 우연은 아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녀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유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물려주었던 지혜들,이라고 말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