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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50

    박찬일

    p37
    안초비=멸치젓. 대강 이렇다. 별거 아니다. 요리 이름만 잘 지으면 된다. '어부가 오늘 새벽에 잡아온 싱싱한 멸치로 만든 수제 안초비 스파게티 2만 5천원'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남해 바다에서 잡아서 트럭으로 수송한 후 주방장이 요리사들 닥달해서 담근 안초비...'
    p71
    '세꼬시'란 뼈 채로 썰어낸다는 뜻의 '세고시'에서 유래한 일본식 요리용어인데, 그게 일본어인 줄 아는 요리사도 별로 없을 정도다.
    p73
    서덜=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뒤의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p83
    아나고란 붕장어의 통용어, 아니 일본어가 되겠다.
    p112
    전복도 여느 양식이나 축산처럼 수정과 부화가 아주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배우자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다. 
    "가능하면 먼 곳에서 배우자를 골라와요. 동이면 서쪽, 서면 동쪽, 멀리 완도에서 구해오고 일종의 근친 교배를 피하려는 거죠."
    p171
    광어는 게다가 잘 상하지도 않는다. 도미랑 광어랑 회를 떠와서 깜빡하고 그 다음날 밤이 됐다고 치자. 
    도미는 안 먹는 게 좋지만 광어는 문제가 전혀 없다. 위생적으로 포를 떠서 포장한 놈이라면 잘 상하지 않으니까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도 사랑 받는다.
    p259
    그라인더에 고기를 갈고 마늘과 지방, 소금과 피노키오라고 부르는 펜넬 시를 갈고 후추와 레드 와인을 섞어 창자에 채워 넣는다. 이렇게 작은 창자에 넣은 건 살라메, 큰 창자에 넣은 건 살루메라고 부른다.
    p275
    제철을 무시하고 음식이 제 얼굴을 지니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청단의 요리 기술과 보존 능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제 애증이 된 제철의 산물들. 읽어서 알고 나면 몰라서 못먹어 보는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책을 낸다. 맛있는 것 못 먹고 지나가는 여러분의 인생이 아쉬울 것만 같아서.

     
    (★)
    개인적으로 여수의 칠공주집이 나온 것은 내가 거기서 아침을 먹었기 때문인 듯 하다. 제철 음식의 개념이 많이 희박해지는 요즘에 책을 읽으면서 마치 산해진미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