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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 다정한 구원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9. 20:06

    임경선

    p15
    승무원이 나눠준 종이 메뉴판에 쓰여진 문구가 퍽 인상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메뉴가 다 떨어졌다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인기 많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p51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윤서는 내 감정에 결코 휘둘리지 않는다. 내 기분을 살피며 아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렇게 담담하게 꼬집어준다. 아이들은 게다가 용감하기까지 하다.
    p151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나는 엄마를 닮았다, 라는 동질감의 확인. 어른에게 의지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린이. 어른보다 더 어른의 감정을 빨리 알아채는 어린이. 어른을 귀찮게 하거나 상처 주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어린이.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하는 어린이. 그게 잘 안되면 혼자 숨어서 무너지는 어린이. 그러고는 꾸역꾸역 소화시켜 어떻게든 추스리는 어린이. 말을 하지 않는 어린이. 
    p200
    사우다지는 포르투갈 사람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서인데 한 나라 고유의 특성이 대개 다른 나라 언어로 명료하게 번역되기 힘들듯이, 사우다지도 딱 떨어지게 옮길 수 있는 단어가 없다. 그리움, 향수, 애수, 추억, 갈망. 이 모든 것을 합한 그 무엇.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고 나서 느끼는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뿐마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무는, 계속 곱씹게 되는 감미로운 사랑의 감정과 그 안에서 우러나는 달콤한 슬픔. 상실의 고통은 힘겹겠지만 사우다지와 함께라면 먹먹해진 마음은 부드럽게 어루만져질 것이다.

     

    (★)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장소를 어머니가 되어 찾아가는 느낌은 어떨까? 사실, 엄마 때문에 작가가 어머니의 통증 이야기를 할 때에는 괜히 울컥해졌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어린이의 모습이 나의 어린 시절 모습과 닮은 듯 하여, 아직도 어쩌면 나는 그 틀에서 지쳐버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인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시절과 청소년기의 경험이 그녀의 20대의 방황의 시간을 조금 줄여주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부모에게 물려 받는 것은 단순히 physical gene 뿐만 아니라 experienced gene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1.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과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