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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 이별의 푸가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14

    김진영

    p22
    그 때 잠드는 당신 곁에 친절한 내가 있었듯, 지금 외롭게 잠드는 내 곁에 다정한 당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41
    하지만 또 하나의 침묵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침묵이다. 그 사람이 닫아버린 침묵의 문 앞에서 나는 나의 침묵을 부둥켜 안고 나날이 서성인다.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문자가 날아들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침묵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의 침묵도 열리지 않는다.
    p49
    때로 나는 나를 껴안는다. 꼭 껴안는다. 너를 껴안듯이.
    p55
    공간은 미련을 갖지 않는다. 시간도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육체는 미련을 떠나지 못한다.
    p58
    이별의 아픔은 그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만이 아니다. 그건 약속의 기적이 깨지는 아픔, 약속과 실현이 해리되는 아픔이다. 
    p62
    사랑이 끝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아도, 계절은 다시 온다.
    p97
    연락하고 싶어요.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라는 간절하고 절박한 질문. 그 질문은 상처의 질문이다. 대답을 얻을 수 없었던 최초의 질문
    p113
    부재는 유령이다. 없지만 있는 것. 있지만 없는 것. 사실과 비사실의 사이.
    p139-140
    산다는 건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우리를 떠난다는 것. 우리 자신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매순간 존재하는 단 한번의 우리와 매순간 이별하면서 매순간 다음 순간의 우리로 달라진다는 것. 그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p158
    그러나 또 하나의 순간이 있다. 길고도 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사랑의 순간이 있다. 그건 만남이 아니라 만남 뒤의 순간. 이별의 순간이다. 부재는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순간이 갇혀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p234
    당신이 떠나도 아침은 오고 계절은 바뀐다. 그것이 나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p246
    내가 당신을 모르고 당신이 나를 모를 때, 나는 순수하게 나였고, 당신은 순순하게 당신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당신이 와서 I LOVE YOU라고 고백했을 때 당신과 나는 더이상 순수할 수 없었다. 순수했던 I와 YOU 사이에 LOVE라는 단어가 들어서서 우리를 비순수로 만들었다.

     
    (★)
    '이별'을 생각해야 할 때에 만난 책.
    꼭 연인 간의 이별이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날 예정이라면 그 슬픔은...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에게는 웃으면서 보내준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미련'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윤종신의 노래, '모처럼'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모처럼 나와 보았네 
    아직도 익숙한 거리
    그렇게 잊기 위해서 피해 다닌
    골목골목 낯익은 가게들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