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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9
    글쓰기방/일상 2019. 5. 9. 10:08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연휴를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의 행사가 많으며, 개인적으로는 내가 태어난 달에다가 좋아했던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며 각 대학의 축제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월이 시작되면 내 주변 사람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변하곤 했다. 지갑이 너무 가벼워지고, 내가 아닌 남을 챙기는 와중에 마음도 가벼워진다. 가벼운 마음을 돌볼 사이도 없이 장마와 무더위가 찾아온 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 방학을 챙기기 바쁘다가 추석을 맞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오월은 다른 달에 비해서 그 길이가 짧은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나 스스로도 여러 이유를 가지고 해야할 일들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변한 것은 맞다. 나에게는 "시"자가 앞에 붙은 새로운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주말에는 이번주 평일에 있는 제사를 대신해서 시댁에 다녀왔다. 다른 부부들에 비해서 나는 아직은 시댁의 고충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집안 행사로 지방을 다녀와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업무 덕분에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지방을 다녀오고 친정 아버지 생신을 위해서 친정까지 다녀왔더니 이번주는 정말 몸살이 난 채로 출근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결국 이번주 역시 최소한의 해야 할 일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만 말았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 역시 맞는 말이지만, 운동을 시작할 기초 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한 운동은 체력을 증가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이나 회사일처럼 그냥 나에게는 의무감으로 하는 일이 되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또 결국 몸져 눕고 마는...

    가장 좋은 것은 즐기는 것이라는 말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사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시선이나 그들이 하는 평가에 신경을 쓰여 즐겨서 하는 것보다는 마치 의무감, 강한 책임감에 무언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귀머거리가 되면 안들려서 좋을까 싶지만, 말을 못해도 듣지 못해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몇몇은 잘보이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 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심하거나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어떠냐고? 글쎄... 나는 남을 그닥 신경쓰지 않지만, 최근에는 신경쓰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자기 기준이 높은 사람들은 남들이 뭐라 하기 전에 남들보다 훨씬 높은 잣대로 나를 평가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남보다 더 못하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 내가 너 같이 굴면 그렇게 못되게 말할거야?"라고. 물론 반대가 쉬운 사람들이 있다. 남하게 하는 말을 자신에게는 하지 못하는... 참 아이러니 하다. 무엇이 더 쉽고 어렵고는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우리는 나를 포함한 누군가를 상처주고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원래 나는 다른 사람의 상태나 상황을 잘 파악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남을 의식하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의식보다는 상대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피해가거나 배려하는 용도로 활용(?)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남에게 내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이야기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나이가 먹으면서가 아니라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의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행동하며 저 사람이 저렇게 나올 건데, 어떡하지?", "이런 말 하면 저 사람 기분 나쁘려나?", "저 사람 내 기분 나쁜 건 아나? 어떻게 내가 말해야 알아들을까?" 등등.

    이런 고민이 시작된 것의 원인은 상대와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과거의 나는 틀어져서 혼자 지내야 한다고 해도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틀어져서 다시 안보기 어려운 관계들이 형성되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닌지...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아직은 "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이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있다. 당시 나에게 10가지 내가 해볼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열거하면서 내가 모두 시도 했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라고 하니, "그런 사람은 인생에서 끊어 내세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우선 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행동을 하라고 조언했겠지만, 이미 그런 노력을 했음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안 맞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나는 대단한 상담가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나 역시 그랬고, 이렇게 해보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완벽한 생물체가 아니라서, 완벽하게 똑같은 존재는 아니라서 문제를 푸는 방식이나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의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의 명제, 기본 공식은 있지 않을까? "나"를 빼먹지 말자. 물론 "나"를 빼먹지 말자는 것은 나를 무조건적으로 치켜세우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남"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해보고 가끔은 냉정하게 나를 혼내기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지난 한달여 간 요동치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글을 남겨본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나리> - 뇌부자들 중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