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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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바깥은 여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1. 09:07
김애란* 문학동네 입동p11.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 했다. 명의만 내 것일 뿐 여전히 내 집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보유하다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는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상한 자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딘가 어렵게 도착한 기분. 중심은 아니나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밀려난 건 아니라는 아도가 한숨처럼 피로인 양 몰려왔다. 그 피로 속에는 앞으로 닥칠 피로를 예상하는 피로, 피곤이 뭔지 아닌 피곤도 겹쳐 있었다.p18.아내와 나는 복분자액이 터진 날의 일을 따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다음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