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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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딸에 대하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5. 16:01
김혜진 p10 탁자 아래서 딸애의 두발이 까닥거린다. 운동화의 뒤축이 비스듬하게 닳아 있었다. 올이 풀어진 청바지 밑단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얘는 정말 모르는 걸까. 곤궁한 처지, 게으른 성격, 무신경하고 둔한 품성 같은, 남들이 알 피룡가 없는 너무나 사적인 것들을 왜 이토록 쉽게 드러내 보이는 걸까. 왜 남들이 자신을 오해하도록 내버려두는 걸까. 고상함과 단정함. 말끔함과 청결함. 누구나 최고로 치는 그런 가치들을 왜 깡그리 무시하기만 하는 걸까. 나는 간신히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p36 딸애는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서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