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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그들의 하루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6. 27. 10:04
차인표
* 사유와공감
인터넷 영상으로 신애라씨가 차인표 씨의 소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한권 읽어봐야지 했는데, 영국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한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을 읽는 것이 나을 듯 해서 이 책을 골랐다.
사실, 한국 영화에서 볼 법한 주인공들과 그들의 사연같았다. 개인 취향으로는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지만, 그래도 삶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명확한 것 같았다.
(★) 개인 생각 및 의견
개정증보판 (확장판)을 내며
* <오는 예보>의 확장판 <그들의 하루>
(★) 작가가 13년 동안 소설을 세 편 썼고 두 편이 절판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p9.
사람을 숫자로 부르지 말아요.
이름을 불러요.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잖아요.p11.
서로가 서로에게 살 힘을 주고, 살 힘을 얻게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작가의 말
p14.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스쳐 보냈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영화 시나리오로 쓰다가, 다시 연극 극본으로 바꿔 써봤다. 결국 나의 첫 번재 장편소설인 <잘가요, 언덕>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후에야 소설 형태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 걸맞은 옷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p14.
한 발짝 다가가서 건네는 그 말 한마디가, 먼 훗날 어떤 미래가 되어 우리 모두를 기다릴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안아주는 일뿐이다.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수는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p15.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나고단씨의 하루
(★) 수명연장연구소라니... 오늘의 나는 수명단축이 꿈인데... 처음 읽다가 노숙자가 어떻게 독일로 가지? 아니 독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독일 출신일거니까....그러다...그냥 꿈인가 싶었다.
p27.
인간에게는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 억울함이다.(★) 노숙자 신세에서 밥퍼에서 조우하는 것도 극적인 요소, 밥 퍼주는 사람과 얻어먹는 상이한 입장이 되는 그들. 주인공은 너무 불싸한 신세인 것 같다. 가뜩이나 작은 키가 사이비 목사에 의해 1cm 더 줄어들고, 결국 어머니의 발길이 교회에서 절로 바뀌는 이유가 되는 것. 소고기 사업을 하면 광우병 사태가 나고, 그나마 마지막 보루였던 형의 죽음까지...
p73.
오르막을 오를 때는 계획하고 준비한 시간이 많았는데 내리막은 순식간이었다. 생각하고 대비할 겨를이 없었다.p74.
... 더이상 갈 데가 없어 궁지에 몰리게 된 나는 이 세상에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p74.
... 나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사는 게 더 두렵다.(★) 누가 나의 마음을 대사로 읊는 것 같다. 나 역시 죽음보다는 사는 게 더 두렵다.
p79.
슬퍼해 줄 누군가가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네가 알게 될 때쯤, 너는 나를 떠올리며 피눈물 흘릴 것이다.(★) 이제는 한강에서 자살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주인공이 죽을 결심을 한 상황에서도 버스에서 자리가 나자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직은 살 희망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p81.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벽돌을 삼킨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이보출 씨의 하루
(★) 나고단 씨에게 돈을 쥐어준 그 포졸이었던가?
p130.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아주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p148.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서 더 이상 불행해질 수 없는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간단하다. 줬다 뺏으면 된다.박대수 씨의 하루
(★) 앞에 나온 이보출 씨가 등장. 유괴범은 김부장(김후덕)과 박대수인데... 이번 편은 그냥 슬프다.
독자의 하루
(★) 살이 찌고 은둔자가 된 주인공을 보니 내 모습 같아 슬프다.
p236.
바깥세상은 소란스럽고, 북적대고, 비상식적이며, 불공평했다. 위기 상황과 돌발 상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략)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세상을 향한 관심을 거둬들여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방법뿐이었다.p256.
누구나 가족이 있고, 삶이라는 걸 살고, 각자의 삶 속에 사정이라는 굴레가 틀처럼 박혀 있었다. 그게 사람의 어깨를 굽어들게도 만들고, 둥글게 말아 버리기도 하고, 축 처지게 만들었다가, 으쓱하게 만들기도 하는 듯 했다.(★) 난 당신이 궁금하다 = 질문, 난 당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 경청
p261.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꾸러미를 가슴에 품고 산단다. 그 꾸러미 속에는 각자 자기 삶을 사는 동안 아파서 부서진 마음의 조각들이 들어 있어. 다른 이들에게는 말 못하고 혼자만 품고 있던 파편들이지. 그 꾸러미가 점점 커져서 가슴을 짓누르게 되면 답답하고 고통스럽잖아. 그러니까 그 꾸러미를 풀어서 열고, 그 안에 담긴 것들을 털어 놓얼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줘야 해."
"어떻게 도와줘?"
"우선 그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들어주기만 하면 돼."
"질문하는 건 마음 꾸러미를 풀어주는 거고, 들어주는 건 마음을 털어 놓게 하는 거야?"
"응, 아픔은 말로 표현할 때 줄어들거든."p265.
"마음의 소리는 말이야...... 말풍선이 터져서 마음을 순식간에 가득 채울 때 들려."p273.
그떄 나는 주먹을 들어 직접 가격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처절하게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274.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어서 오라며 웃어주면 좋겠다.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초대해 주면 좋겠다.
없는 사람 취급해서 미안했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죽지 말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딱 한 번만,
내가 죽으면 슬퍼할 거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딱 한 번이라도.p275.
갑자기 마음속에 말풍선 한 개가 한껏 부풀어 오르더니, 팡 소리를 내며 터졌다. '아픔', 이 한 단어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 순간 아픔을 느꼈다. 내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다. 그 사람의 아픈 마음을 내 마음이 본 듯 했다.p280.
딱 하루 동안만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잘살아 보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여.p280.
"행복은 공기 같은 거란다.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에든 있는 거야. 다만 오늘 마신 공기도 내일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행복은 소유하거나 저장할 수 없단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느끼고 누릴 수 있단다. 그러니 아들아, 오늘의 행복을 내일 찾지 말아라. 하루의 행복은 지금 네 앞에 있는 거란다."20년 후, 그들의 하루
(★) 스포일러 될 수 있으니
더보기엑스트라 반장된 이보출 씨, 베스트셀러작가 나고단(<멀리서는 안 보여요>), 결국 딸의 결혼식을 본 박대수 씨, 반전은 보출 씨와 사돈을 맺고 주례가 나고단이 되는....
p294.
그는 순대국 밥을 먹는 내내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번 더 하려면 하루를 더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하루만 더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p297.
인간은 모두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었던 것이다. 한 줄만 끊어져도 풀려버리는 실타래처럼 모두가 똑같이 소중했다. 다만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에, 서로 거듭 알려 줘야만 했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살아있는 자가 얼마나 용기 있는 자인지.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부둥켜안고, 위로하며 끝까지 사랑야 하기에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