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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자기 결정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6. 25. 10:02
페터 비에리
* 은행나무 / 문항심 옮김
<삶의 격>도 좋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좋았다. <삶의 격>의 내용이 많이 있어보이는 것은 강연을 옮긴 책이기 떄문이리라. 처음에는 사실 글자만 눈에 들어오고 의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는 것이 복잡해서인지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그래서 본의 아니게 두번 다시 읽게 되었다.
<삶의 격>을 추천하는 편이긴 하지만, 읽는 것이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같은 저자이기도 하고, 강연의 내용이기에 이 책을 대신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두께도 삶의 격에 비해 많이 얇은 편이기도 하니, 하하하!
(★) 개인 생각 및 의견
첫 번째 강의.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p10.
규범은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짓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규범이 없다면 존엄성도 없고 행복도 없을 것이지요.p13.
나의 내면 세계가 외부와 아무리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하나이 세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과 소망을 주관하여 말 그대로 삶의 작가요, 그의 주체가 되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건을 단순히 맞닥뜨리거나 당하여 그 일로 인한 경험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주체가 되는 대신에 단순히 경험이 펼쳐지는 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가리킵니다. 자기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p15.
자기 결정은 가능성에 대한 인지력, 즉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p16.
자아상은 우리가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지금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우리의 자아상과 조화롭게 어울리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바꿔 말하면 자기 결정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실패하는 것은 자아성과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p18.
자기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투명한 정신적 정체성을 형성해주고, 이를 통해서라야만 말 그대로 삶의 작가와 삶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말(언어)의 중요성은 표현으로 우리의 생각이 더 정확해지고 확신이 생기는 것과 우리의 기억을 정리해주는 역할이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많은 이들이 쓰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쓰면서 정리가 되고, 쓴 내용을 다시 읽고 또 정리하고...
p23.
우리가 감정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감정을 긍정된 정신적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느껴야 합니다.p25.
... 기억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아 떨어지도록 언제나 적당한 첨삭이라는 요소를 포함합니다.
경험된 과거를 말로 표현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러므로 두 개의 얼굴을 가집니다. 첫 번째 얼굴은 자아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허락하는 측면입니다. (중략) 또 하나의 얼굴은 모든 자아상이 그 진위가 모호하고 착각과 자기기만과 자기 설득으로 가득 찬 구조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문학작품의 중요성과 글쓰기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다. 우리가 남의 삶을 살아볼 수 없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문학이라는 장치를 활용해서 삶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p28.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중략)
뿐만 아니라 한 삶의 내적 관점에 대해서도 우리의 공감 능력이 성장합니다.p29.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독서보다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중략)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내적 검열의 경계를 느슨히 하고 평소라면 무언의 어둠 속에서부터 경험을 물들이던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은 거대한 내적 변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전의 그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언어와의 관계가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책에 골몰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던 작가의 어린 시절. 상상력의 물결을 경험한 그. 이제는 남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철학자이자 작가가 되었다.
p33.
도덕의식과 자기 결정이 공존하려면 두려움이 원인이 되어서도 안 되며 열정 없는 의무감에 의한 것이어서도 안 됩니다. 자기 결정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하지요.p34.
도덕적 친밀감은 비판적인 내적 거리를 자기 자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유지하는 인간관계입니다.(★) 도덕적 친밀감이 자기 결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는 것... 그럴지도. 도덕적 기준이 다르면 친하게 지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
p36.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고요함의 문화라... 공상적 유토피아... 그래서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선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강의.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p43.
이유를 모르고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해야만 합니다.p49.
타인의 시선은 교정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실제로는 전혀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인식과 우리의 자아상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아상이 자기기만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기만은 이익이 동기가 된, 자기 자시에 대한 착각이지요. 자아상의 인물처럼 생각하고 바라고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그려 놓습니다.(★) 우리는 페르소나라는 명칭으로 자신에게 조차도(혼자 있을 때에도), 타인 앞에서 타인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 어느 것이 진짜 내 모습일까? 거짓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닐까?
p56.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 상상 속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실제 결과물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그런 상상력이 없다면 계획적인 표현과 자기만의 스타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표현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다는 말과 언제나 일치 합니다.p57.
픽션은 실제 경험의 흐름 속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농축된 경험을 가능케 합니다.p63.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어떠한 길을 밟으면서 살아왔는지 떠올리는 것, 이것 또한 자기 인식의 한 형태입니다.p64.
첫 번재 해석에 따르면 자기 기만을 발견하는 것은 실제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있습니다. 두 번째 해석에 따르면 전체 이야기에 들어맞지 않는 조각을 치워내고 일관성 있는 새로운 조가긍로 끼워 넣는 것이고요.p65.
... 우리의 삶과 감정이 더 이상 서로 맞지 않을 때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새로이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p67.
따라서 경험과 자아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나에게는 자기 결정력이 없습니다. 두 개의 간극이 클 때 우리는 그것을 내적 자유의 제한, 즉 내적 강박으로 받아들입니다.p68.
자기 인식은 자유의 원천이며 따라서 행복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자기 인식의 요소 중 하나는 자기 삶의 시간과 자유로운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기억의 횡포(?)를 막는 것은 오직 자기 인식! 기억도 왜곡하는 마당에...
p70.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과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좀 더 살아 있고 세심하며 재미가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인식은 역시 소중한 가치인 것입니다.세 번재 강의.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p73.
한 사람의 문화적 정체성이란 어떤 특정한 시대에서 이 짜임 안에 위치한 장소를 일컫지요.p74.
교양은 여러 지식을 통해 비판적이고 의식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가리킵니다.p74.
우리를 문화적 존재로 만드는 기본적인 능력은 언어입니다.p75.
언어는 세계를 맹복적 인과율 차원에서 이해 가능한 사건의 차원으로 변화시키지요.
언어에 이런 능력이 있는 것은 경험을 개념적으로 조직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개념이란 술어, 즉 행동하는 말입니다. 개념은 우리가 만나는 대상과 사건들을 분류하고 하나의 개별적인 사건을 일반적인 것의 예시 가운데 하나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만일 언어가 없다면 우리의 체험은 단순한 느낌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며 언어 없는 직관은 맹목적으로 남을 것이지요.p77.
언어적 정체성은 정신적 정체성을 표명하는 성격을 띱니다.p78.
우리는 언어의 낯섦에서 다른 정신의 낯섦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범주와는 다른 범주, 행위와 관습을 서술하는 다른 방식,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언어화하는 다른 방식이 존재함을 보고 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삶의 운율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언어를 바꾸면 삶은 다른 소리와 맛을 냅니다.p78.
문화적 정체성이란 우연한 것이며 항상 대체물이 있습니다. 교양은 바로 이러한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고요. 교양은 자만심과 독단론, 외부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과 평가절하로부터 우리를 방어합니다. 여기에 기회주의적이며 말만 번지르르한 관용과 구별되는 진정한 관용의 뿌리가 있습니다.p80.
...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근거를 밝힌다는 개념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거를 밝힌다는 것은 담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 제대로 닫는다는 것은 진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하나의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자신이 하는 말의 근거를 댈 줄 아는 존재, 즉 이성적이며 생각하는 존재가 됩니다.81.
언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낯설어짐과 새로운 습득의 과정은 사고의 투명성이 커지게 합니다. 우리는 가정과 주장의 근거를 밝히고 확이나고 거부하는 등의 일을 개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투명성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p83.
문화는 인간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과 어떠한 형태와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리고 이 관계를 어떻게 경험하는가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중략) 문화적 정체성은 타인과의 친밀감과 거리감에서 느끼는 감정, 즉 친밀성과 낯섦에 대해 어떤 생가긍ㄹ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교양과 경험의 중요성을 요즘 너무 절실히도 깨닫고 있다. 나의 자신감이자 정체성, 그리고 개방감에 모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도덕적 신념과 싸우는 사람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갈등을 목도하고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각자의 도덕적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불어 많은 경우 도덕적 정체성이 종교에 근거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무교인 사람들이 비도덕적인 경우가 많은까? 싶다. 물론 많은 종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올바르게 사는 길'에 대한 나름의 규칙이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관습, 대표적인 것이 예의나 에티켓과 같이 우리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길잡이들이 있을 것이다.
p92.
종교적 정체성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가 이미 존재합니다.(★) 요즘 들어 나의 '방황'은 무교여서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방황하는 것일까? 그런데 나는 꼭 행복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그저 "현세적 문화"의 사람인걸로...
p94.
그러므로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일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 교양의 핵심적 구성 요소입니다.p96.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p97.
문화적 존재에 있어 특별한 점은 그 자신이 항상 새롭게 화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이해된 교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복잡한 과정입니다.참고 문헌 중 읽고 싶은 것
- <철학의 기술>, J.F. 로젠버그, 서광사, 2009
-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what we care about)>, 해리 G.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 <말의 도시들(Cities of words), 스탠리 카벨(Stanley Cavell)
- <자율의 발명(The invention of autonomy)>, J.B. 슈니윈드(J.B. Schneewind)
- <품위 있는 사회>, 아비샤이 마갈릿, 동녘, 2008